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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지역축제, 그 많던 자원봉사자들은 어디 갔을까?

은바리라이프 2007. 10. 29. 20:16
[문화읽기] 지역축제, 그 많던 자원봉사자들은 어디 갔을까?

문화사회  제91호  
권오성 /
kosmosos@dreamwiz.com  


축제장을 이곳 저곳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얘기하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유형은 개별 축제에 따라 여러 가지인데, 어떨 때에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축제장 여기저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재밌는 경우가 많다.
일사분란하게 ‘해병동우회’의 빨간 글자가 새겨진 군복으로 갈아입은 중년의 아저씨, 자원봉사 점수 탓에 마지못해 나와 어정쩡하게 서있는 중·고등학생, 단정한 옷차림과 함께 화장을 곱게 한 아주머니에 이르기까지…. (가끔씩 이런 자원봉사자들만 모아서 가장 행렬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미덥지 못하거나 촌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과도한 '봉사 정신'으로 방문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지역 축제를 이끌어 가는 숨은 공로자이다. 차라리 어설픈 자원봉사는 없는 게 낫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기획자들에게도, 이들이 없는 축제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엄밀히 따지면 자원봉사 체계를 "어설프게" 운영하는 기획자의 책임이 더 크다.

대다수의 우리 지역 축제에서 이러한 자원봉사자들의 대우나 처지가 어떻다는 건 새삼 거론하지는 않겠다. 어쨌거나 이들은 대개 자의반 타의반 축제에 참여하는 데 그 의미를 둘 뿐이며, 심한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화"된 자원 단체들이 역할에 따라 주최측과 모종의 "거래"를 하기도 한다.
지역의 문화 발전과는 무관한 연예인이나 외부 유명 인사가 참여하는 공연에 쓰이는 엄청난 예산을 접할 때면, 이 축제는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다는 것인지 고개를 한참 갸웃거리게 만든다. 그런데도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를 보면 그야말로 아연 실색할 따름이다.

여기서 사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 여부가 아니라 다른 그 무엇이다. 지역 축제를 주최하고 기획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자원봉사자를 싸게 부릴 수 있는 ‘일꾼’으로 생각한다.
이들이 지역 주민으로서 축제를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특히 축제 기획자들은 젊은 봉사자들을 미래의 예비 축제 기획자로서 양성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으며, 또한 이들이 축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마련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하나 변변치 않다.

이는 이른바 "잘 나가는" 공연 예술 축제나 국제 영화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재생산할 것인지 체계적으로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축제가 끝난 후 아무런 대안도 없이 축제 기획의 부푼 꿈을 접고 치열한 "밥벌이 전선"에 뛰어들거나, 아니면 "문화적 폐인"으로 백수의 기나긴 대열에 기꺼이 합류하고야 만다. 운이 좋다면 서너 달 이벤트·공연 기획사에 인턴으로 일할 수는 있다.

가장 나은 축제들의 상황이 이러할진대, 한두 해의 문화적 안목도 생각지 못하는 수많은 지역 축제의 사정이야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을 대표할 축제를 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치러내지 못하고, 외부 이벤트사가 끼어들어 지역적 특성이나 축제 주제의 일관성과 관계없는 천편일률적인 행사만을 나열하기만 한다. 이는 축제를 준비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서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인가? 물론 있다. 축제의 외형적 규모만을 그럴 듯하게 할 게 아니라, 더디 가더라도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축적하여 키울 수 있는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꾸준히 내실을 기하면 그만이다.
문화부가 해마다 선정하는 '관광 축제‘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안달할 필요가 없으며, 축제가 지역의 경제적 사활을 결정한다는 관광학자나 지자체장들의 과장된 선동에도 넘어가서도 안된다.
진심으로 ’우리 지역‘을 생각하고 ’문화적 가능성‘에 꿈을 거는 축제라면, 우선 지역 주민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것이며, 거기에다 덤으로 문화연대의 축제 모니터링단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 음미해 드릴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신가! [문화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