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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基總 주관 “한국교회의 밤” 祝辭

은바리라이프 2007. 8. 10. 16:20
韓基總 주관 “한국교회의 밤” 祝辭  

  <2005년 12월 15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기총 주관 "한국교회의 밤"에서의 축사> 

 

▲ 예수님의 탄생을 대망 待望하는 대강절 待降節에 한기총(韓國基督敎總聯合會)이 한국교회와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한 귀중한 성찰 省察의 시간을 마련하신 데 대해 한기총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대강절을 맞을 때마다 저는 성서에 기록된 동방박사들의 행적을 읽으면서 깊은 자책 自責에 빠져들곤 합니다.

오래 동안 메시야를 기다려오던 동방박사들은 오시는 메시야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 박사들은 수만리 떨어진 페르샤의 사바 Sava지역을 출발해서 수많은 낮과 밤을 모래벌판의 칼바람과 싸우며 전갈과 독충 毒蟲의 위험을 무릅쓰고 머나먼 광야를 건너와 비로소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또한 박사들은 만왕의 왕을 상징하는 황금, 참 대제사장을 뜻하는 유향 油香과 함께 십자가의 희생을 준비하는 몰약 沒藥을 가지고 아기 예수께 나아왔습니다. 그분의 탄생에서 이미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대강절이요, 첫 번째 성탄절이었습니다.


▲ 오늘 우리는 너무도 쉽게 메시야를 만나려 하고 있지 않는지... 오랜 기다림도, 사막을 건너는 피와 땀과 눈물도 없이 편안히 앉아서 대강절을 맞고 있지 않은지... 메시야는 우리에게로 오시는데 우리는 과연 저 동방박사들처럼 광야를 횡단하는 치열한 영적 분투 靈的 奮鬪로써 메시야를 향해 힘써 나아가고 있는지...


십자가의 어린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는 희생의 몰약을 준비함이 없이 그저 징글벨의 흥겨운 멜로디 속에서 태평스럽게 맞고 있지 않은지... 대강절이 올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거리마다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으로 휘황찬란한 이 땅의 성탄절에 과연 낮고 천한 마굿간을 찾아오신 그리스도의 영성 靈性이, 그 겸손하고 신실한 인격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지... 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 높이 솟은 교회당들 안에, 우리들 신앙인의 삶 속에 아기 예수님의 초라한 말구유와 피투성이의 십자가가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지... 저는 그렇다고 감히 告白할 수도 없습니다.


▲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신 몌시야의 성탄은 우리의 거짓된 실체를 폭로하는 강렬한 빛이요, 우리의 왜곡된 삶을 태워버리는 번제 燔祭의 불길이며, 우리 삶의 근원적 변화를, 우리들 인격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해 들어오는 절대절명 絶對絶命의 카이로스적 chairos的 사건이자 또한 회피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는 영적 도전 靈的 挑戰입니다.


오늘 우리의 성탄절에는 이러한 영적 긴장, 영적 각성 覺醒이 크게 결여되어 있음을 자복 自服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교회와 크리스챤들이 주님의 탄생을 영적인 도전과 각성의 계기로 맞을 수 있도록, 한기총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 이 자그만 한반도에서, 남쪽은 영양과잉으로 비만과 전쟁을 벌이며 지방흡입술이라는 엽기적 獵奇的인 수술까지 유행하고 있는 터에, 저 북녘 땅에서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어린아이들이 해마다 수천 혹은 수만 명씩 굶어 죽어가는 이 기막힌 모순, 이 처절한 비극을 곁에 둔 채 우리끼리만 즐겁고 흥겨운 메리 크리스마스를 노래할 수는 정녕 없습니다.


예수님이 대로마제국의 호화로운 황실에서 황태자로 태어나시지 않고 압박받는 땅 유태의 베들레헴 마굿간에, 그 누추하고 疏外된 자리에 가난한 木手의 아들로 나신 것을 저는 늘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2005년 성탄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성탄절에, 말구유처럼 어둡고 가난한 저 북녘 땅에도 아기 예수님께서 강림하실 것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은총의 예수님이 먹을 것도 자유도 없이 빈곤과 부자유 不自由 속에서 눈물짓는 북녘의 동포들을 찾아가셔서, 그 눈에서 친히 눈물을 씻기시며 모든 지각 知覺에 뛰어난 평강 平康으로 저들을 위로해 주실 것을 믿고 또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울러, 지역과 계층과 이념으로 서로 갈라지고 나뉘어져서 대립, 반목 反目하는 이 나라 이 사회, 이 극심한 갈등의 현장에도 평화의 왕 그리스도가 새롭게 탄생하셔서,

서로 나눌지언정 결코 나뉘지 않으며 이해받기보다 먼저 이해하고 용서받기보다 먼저 용서하는 사랑과 관용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해주실 것을 절절한 마음으로 간구합니다.


▲ 그리하여, 이 한반도 전역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튼실하게 뿌리내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어 오직 공법 公法이 물 같이, 정의가 하수 河水 같이 흐르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며,


  "본질적인 것에는 다 함께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서는 각인 各人에게 자유를, 그리고 모든 것에서 사랑을”성취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에 한기총이 앞장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한기총이 올바른 믿음의 실천과 나라의 평화를 위해 헌신해 오신 데 대해 깊은 감사와 치하 致賀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제 간절히 바라기는,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그리고 절망이 있는 곳에 소망을 가져오는 평화의 도구로서의 소명 召命을 다해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축사의 말을 마치면서, 말구유보다 더 낮고 낮은 우리들 모두의 마음속에 사랑과 공의의 메시야가 임재 臨在하는 은총의 대강절, 영혼의 성탄절이 되기를 여러분 모두와 함께 기원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2005년 12월 15일

              서울행정법원장  이 우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