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세 가지 유형
조현병은 증상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이는 개별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복합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지속성 등을 따져 어느 한 유형으로 나눕니다.
1. 망상형
첫 번째로는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망상형. 피해망상 같은 것을 일컬으며 환영이나 환청 등에 시달리는 이들을 말합니다.
평상시에는 비정신질환인과 다르지 않습니다만, 약간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부류에 속합니다. 증상을 떠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경미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힘들며 언제든 망상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미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힘들어서 일반적인 사고 체계를 가질 수 없고, 비정신질환인과 똑같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함께 대화하고, 생활하다 보면 그들 중 일부는 일반적인 정신관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마주 대한 적 없는 이들은, 이러한 사고를 ‘일반적인 정신관’의 관점에서 해석하려 합니다.)
이들의 병은 주로 도파민이라는, 감정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의 이상 분비로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며 그 발생 원인에서 어떠한 사회적 부분과도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습니다.
혹은 너무 다양한 증세로 인해 사회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계 어느 곳이든 1% 내외의 비율로 조현병을 가진 이가 존재한다는 것에 미루어볼 때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트라우마나 사회적인 요인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여 병을 일으킨다면, 극단적인 환경인 지역에서 좀 더 다수 환자가 출연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평균적으로 비슷한 수치를 나타냅니다. 이는 망상형만이 아닌 나머지 두 부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현병은 그렇게 발생합니다.
2. 붕괴형
두 번째 부류는 붕괴형으로 말 그대로 정신이 붕괴된 형태를 말합니다.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앞뒤가 뒤죽박죽인 이야기를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같은 세상에 숨 쉬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세상을 사는 겁니다.
이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생활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다.
3. 긴장형
마지막으로 긴장형이 있는데 이들은 쉽게 말해, ‘식물’입니다. 그저 가만히 눈만 깜박이며 아무런 말과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울증이 극단적으로 치달아 무기력증이 나타난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혐오와 오해
긴장형을 음성, 망상형과 붕괴형을 양성이라 칭합니다. 망상형이 시달리는 환각이나 환청은 아무런 규칙성이 없으며 반드시 공격적이지도 않습니다. 나비의 무리를 보는 이들도 있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와 같은 환청도 존재합니다.
대부분 사회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공격성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잠재적인 범죄의 위험성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현재의 정신과 치료약은 환청과 환영을 다스리는 데 탁월합니다. 단, 현재 조현병 치료의 주류는 완화지 치료가 아닙니다. 완치율은 10%를 밑돌고, 재발률은 90%를 넘습니다.
평생을 달고 살아야 하는 병입니다. 금기시될수록 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을 것이고 특성상 발현 전에 그들의 병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발병 징후가 보였을 때, 지금처럼 ‘쉬쉬’할수록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일으킨 청년은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대부분 환자는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조현병에 관한 혐오와 오해가 심해질수록 그들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아파하고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지금 현재에도 정신질환인에 대한 수많은 불합리와 제재가 존재하며, 반대로 지원 같은 것은 미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미비한 지원조차 사라지게 될 수 있습니다.
조현병,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강남역 살인사건은 반인륜적인 범죄입니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피아가 식별이 불가능하고 그것이 어딘가의 이상이 있기 때문일 때, 그것을 다른 범죄인과 똑같은 선상에서 판단하고 처벌하려는 것이 정당한가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전쟁 중 아군과 적군의 구별을 하지 못해 아군을 사살할 경우. 물론 이는 처벌 대상이지만, 전쟁의 극한 상황과 피아 구분이 불가능하다시피 한 상황일 경우,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확실하게 피아 구분을 하고 난 후의 사살과 같은 선상의 범죄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세계와 비정신질환인이 보는 세계는 다릅니다. 이를테면 고장 난 레이더랄까요. 고장 난 입력기랄까요? 1 더하기1은 2라고 나와야 하는 계산기가 엉뚱하게 6을 계산한다고 할까요?
그래요. 반인륜적인 범죄는 나쁩니다. 그러나 얼마나 조현병에 대해 알고 얼마나 조현병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했는지 생각했으면 합니다.
1%
더욱이 우린 1%고, 사회에 목소리를 낼 만한 사람은 더더욱 적으며 전문가를 통해야만, 인권을 조금 보장받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남의 일이기에, 누구나 걸릴 병이 아니기에 관심 밖으로 밀려나며 쉬쉬하는 분위기에 증상을 숨겨야 하고 불합리를 겪어도 함부로 이야기를 꺼낼 수 없습니다.
정신질환인을 이해하려기보다 ‘짐승’, ‘오작품’(잘못된 작품)이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왜일까요? 글쎄요. 알려는 분위기보다 금기시하는 분위기로 이 세계가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정신질환인의 격리를 논하거나 그들에 대한 관리를 이야기할 때도 나타납니다. 정신질환인의 범죄율보다 일반인, 그러니까 정신질환을 갖지 않은 이들의 범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모습에서부터 나타납니다.
정신질환인와 비정신질환인을 동일하게 100으로 가정할 경우, 범죄율은 비정신질환인이 더 높으며, 강력범죄만을 놓고 비교해도 비정신질환인의 범죄 확률이 더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고를 좀 한다면 인터넷으로도 그 통계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고부터 알려는 노력이 시작되는 겁니다.
조롱하고 혐오하기 전에
지금 사회 상황을 보며 조현병에 관한 간단한 지식을 알릴 수 있는 사람에게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들어 보세요.
이 사회 곳곳에서 정신과에 대한 조롱과 정신질환인을 향한 혐오가 얼마나 넘쳐나는지를. 그것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지를.
잘 모르겠다고요?
그럼 매체가 어떻게 정신분열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정신질환인은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십시오.
‘쟤 분열증 아냐?’
이 말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이미지인지도 생각해보십시오. 암 환자와 정신질환인을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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