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판넨베르크

신학과 철학-머리말&목차

은바리라이프 2018. 1. 9. 10:44

신학과 철학

-그 공동의 역사를 찾아서-


Wolfhart Pannenberg


이 책의 내용은 원래의 강의 원고를 약간씩 손질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이 강의는 내가 지난 십 여 년 간 정기적으로 개설했으며, 계속적으로 보충했고, 결국 뮌헨에서 1993/4년 겨울 학기에 은퇴하기 전 마지막 수업으로 준비한 것이다. 신학자들에게 철학을 안내하는 중요한 과업을 위해서 적절한 문헌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1) 나는 이 강의를 출판하기로 결심했다. 신학 공부에서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나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내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철학과 신학의 관계가 일반적으로 흥미를 끌게 되리라고 본다.

철학과 신학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은, 특히 철학과 신학의 상호적인 관련 역사에서 철학이 신학에 대해서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이러한 전개과정에서 기본적인 질문이다. 왜 이런 질문이 순수하게 조직신학적으로 수행되는 게 아니라 철학적 체계의 역사적 계승과 그 철학 체계에 대한 기독교 신학의 수용을 정향하고 있는지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분명히 다루어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철학사에 등장한 체계 형성이 이러한 전개과정에서 총괄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또한 여기에 주어진 문헌 제시도 역시 최소한도로 제약되었다. 여기서 한 두 관점에 대해서 좀더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은 수고를 들이지 않더라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철학 체계가 신학에서 어떤 작용을 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역시 총괄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발겨보려고 한 내용의 주요 관심사는 여기에 놓여 있다. 이것은 고대 철학이 기독교 사상에 끼친 영향사에도 해당된다. 이와 관련해서 이 책의 제5장은 철학의 주제와 문제에 대한 기독교의 기여가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장은 기독교와 근대 사상의 관계를 다루게 될 텐데, 우선은 몇몇의 일반적인 숙고를 통해서, 그 다음에는 초기 그대로 규정된 철학의 새로운 단초라는 관점에서(제7장), 그리고 특별히 임마누엘 칸트를 고려해서, 또한 그의 사상이 신학에 끼친 영향을 고려해서 다루어질 것이다.

이상주의 체계 형성에 대한 논의를 거친 다음에는 후기 이상주의 철학이 인간론적 전환에 대한 요점적인 견지에서 다루어질 것이다(11장). 이 경우에 후기 실존주의적인 경향에 대해서는 베르그송으로부터 시작해서 화이트헤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특별하게 전개된 그 학파에 이르기까지 과정철학이 해당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과정철학은 20세기의 거의 모든 철학적 경향들과는 달리 철학적 전통의 형이상학적 요체를 갱신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새로운 신학으로 하여금 어떤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현대철학의 과학 이론적이고 언어 분석적 경향은 이 강의에서 별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신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핵심에서 하나님, 인간, 세계의 주제와 긴밀히 상관된다는 점에서 간과될 수 없을 정도로 중요성을 갖고 있지만 새롭게 공헌할 만한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전개될 마지막 장에서는 철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다루게 될텐데, 이는 근대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유래하는 철학의 형이상학적 전통을 더듬어보고, 특히 철학이 먼저 주어진 종교적 의식 형성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근대의 역사적 사유를 더듬어 보려는 것이다. 이 마지막 장은 내가 뮌헨에서 은퇴하기 직전인 1994년 2월22일에 행한 마지막 강의와 일치한다.

각주 작업을 위해서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마르크바르트 헤르쪽 박사에게 감사하며, 오랫동안 내 비서로 일하면서 이번 강의 원고를 완성시키는 일에도 헌신적으로 열성을 보여준 가비 베르그 역사에게 감사하며, 또한 문헌과 자료를 색출하는 작업에 많은 도움을 준 프리데리케 뉘쎌 박사에게도 감사하는 바이다.

1996년2월, 뮌헨에서

볼파르트 판넨베르크



차례


머리말


서론

1. 신학공부와 철학의 기능

2. 신학과 철학의 관계에서 하나님에 대한 진술이 갖는 핵심적 의미

3. 신관과 세계개념, 그리고 철학과 개체 학문 사이의 긴장


1장: 철학과 신학의 관계설정에 대한 유형

1. 철학과 대립하는 신학

2. 참된 철학으로서의 기독교

3. 초자연적 계시와 달리 “자연적 이성”으로 기능하는 철학

4. 이성적 보편성과 종교적 주관성

5. 철학적 개념으로 지양되는 종교 표상


2장: 플라토니즘을 수용한 기독교

1. 신관과 플라톤의 원리론

2. 하나님을 닮아가는 생명의 이상

3. 조명과 은혜

4. 플라톤 학설에 대한 기독교의 교정과 변형

5. 플라톤 사상의 계속적인 작용과 그 현실


3장: 기독교 신학에 끼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

1. 플라톤과의 관계에 나타난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의 핵심

2. 교부신학에 나타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요소들

3. 기독교가 라틴 중세기 때 받아들인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그 문제점

4. 근대와 아리스토텔레스


4장: 기독교 사상과 스토아 철학과의 관계

1. 스토아 학파의 출발점과 그 특색

2. 기독교 신학과 스토아 철학

3. 근대가 기독교로부터 일탈하게 된 스토아적인 동기의 의미


5장: 철학의 주제 설정을 위한 기독교의 기여

1. 세계의 우연성과 모든 유한자의 우연성

2. 개인에 대한 집중

3. 세계를 역사로 이해하기

4. 무한자에 대한 실증적 가치평가

5. 기독교 성육신 신앙의 성과


6장: 기독교로부터 근대 문화의 해방


7장: 초기 근대 철학의 새로운 착상과 그 신학적 유용성

1. 데카르트를 통해 제시된 철학적 신학의 갱신과 그 후속 문제들

2. 존 로크와 경험주의

a) 인식론

b) 자연적 인식과의 관계에서 하나님을 인식하기와 기독교 계시의 신뢰성

c) 로크와 이신론

d) 로크가 남긴 그 이외의 영향


8장: 칸트와 그가 신학에 끼친 영향

1. 칸트 철학의 발전에 나타난 신학적 유인들

a) 칸트의 초기 문헌에 나타난 신관

b) 창조로서의 세계

c) 이성을 통한 하나님 증명

2.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나타난 하나님의 형이상학적 기능의 인간론화

a) 칸트의 초월 미학에서 수행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인간학적 해석

b) 오성 기능의 주관성과 그 객관적 타당성 문제

c) 이성 이념으로 전환된 특수 형이상학

3. 칸트의 윤리와 종교철학

4. 신학에 끼친 칸트의 영향

a) 칸트를 초자연주의적으로 적용하기

b) 각성 신학적 착상

c)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에 대한 윤리적 해석

d) 초월론적 토미즘


9장: 초기 관념론

1. 피히테와 무신론 논쟁

a) 피히테의 학문론에 드러난 자아(Ich) 철학

b) 피히테 철학의 실천적 특색과 무신론 논쟁

2. 쉘링과 헤겔의 시초

3. 쉴라이에르마허와 관념론과의 관계

a) 강연집 “종교에 대해”가 마하는 종교개념의 철학적 전망

b) 쉴라이에르마허의 “강연”에 대한 쉘링과 헤겔의 반작용

c) 쉘링과 헤겔과 관계된 쉴라이에르마허의 철학체계


10장: 헤겔의 체계적 사상

1. 특색과 첫 시도

2. 실질철학과 논리학

3. 헤겔 철학에 대한 기독교 신학의 반작용

4. 헤겔 철학의 상존적 의미와 한계


11장: 인간학을 향하여

1. 헤겔 이후의 철학적 특징

2. 헤겔 철학으로부터 일탈함으로써 이루어진 철학의 새로운 착상

a) 포이에르바흐와 칼 마르크스

b) 막스 슈티르너와 키에르케고올

c) 빌헬름 딜타이와 역사적 경험의 해석학

3. 신(神)죽음 이후의 인간실존에 대한 새로운 규정

a) 허무주의 철학자

b) 하이덱거와 실존주의

c) 철학적 인간학

4. 자연철학으로 나아가기


12장: 신학과 철학의 오늘

1. 인간과 종교

2. 철학적 신학과 역사적 종교

3. 세계개념과 신관


역자후기


1) 필 프리트 헤를레가 쓴 책 신학생을 위한 조직 철학(Systematische Philosophie. Eine Einführung fuer Theologiestudenten, 1982)은 논리학의 기초와 인식론과 형이상학을 다루고 있지만 자료와 문헌 인용이 거의 전무했고, 신학과 철학의 관계성이 그 역사적인 측면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철학적 주제가 철학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주도면밀하게 전개된 책은 하이모 허프마이스터에 의해 집필된 “철학적으로 생각하기, 1991”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기독교 신학과의 연관성이 별로 다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