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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감상후기

은바리라이프 2012. 12. 5. 09:07

카메라감독인 막내딸이 아버지를 쭉 따라다니며 질문도 던지고 아버지가 답하며 때로는

"카메라 좀 끄고 얘기할까?" 등의 지극히 개인적이며 시시한 이야기입니다.

지독하게 열심히 살았던 아버지는 갑자기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평소에 꼼꼼하고 착실하게 살아 왔던 그대로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일들을 차례대로 적기 시작한다.

"엔딩일기"...

손녀들과 놀아 주기.

평생 한번도 안찍었던 야당에게 표 주기.

성당에서 세례받기-신을 믿기보다는 장례절차가 간단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하기.

절대로 감동적이거나 심오한 철학이 있거나 하지 않은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상을

흔들리는 가정용 샐프카메라로 찍은 영화라 권해 드리는 것이 좋은지 어떤지 잠깐 망설이게 되지만

영화 중간부분부터는 계속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딱히 어떤 부분이 감동이다, 슬프다 말할 수 없는 그저그런 장면들이지만 그래도 슬픈 영화입니다.

영화가 다 끝난 후에는 영화관이 너무 숙연한 장례식 분위기가 되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하며 목례를 하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가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지극히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받아 들이는 아저씨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영화안에는 눈물이 전혀 없습니다.

관객들의 눈물만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과도한 감정의 낭비없이 좋은 모습을 남기는 아버지의 죽음입니다.

"장례절차 밟다가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전화해라."정도가 가장 좋은 대사일 정도로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인데, 그래서 더욱 우리의 이야기인듯 싶은, 그래서 더욱 슬픈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