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우리에게 준 충격은 컸다.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에 못이긴 학생이 죽음을 선택한 사건은 우리사회의 피폐한 교육과 가정,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회의 승자독식 현상이 교육현장에 그대로 무한경쟁 체제를 만들었고 가정 역시 물질만능 가치관과 핵가족화에 따른 타인배려 부족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 현장에서 교육운동을 펼치는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와 기독교 대안학교 운동을 펼치는 유용국 국제크리스천학교 교장으로부터 최근 발생한 사건의 원인과 기독교적 대안을 들어봤다.
교육·사회체제의 근본적 반성 필요
정병오 대표(좋은교사운동)
사실 학교폭력은 부모세대 때부터 있었던 문제다. 그런데 현재의 심각성은 폭력 가해자가 대다수 학생으로 확대되었고, 폭력과 따돌림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강도가 훨씬 더 심해졌다는 데 있다.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의 피해자였던 학생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빈번해졌고,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먼저 다른 친구를 따돌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갈수록 심화되는 우리사회의 승자독식 현상에 따른 한 줄 세우기 무한경쟁 교육체제 속에서 교육이 그 본래 기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모든 아이들에게 주신 은사와 재능을 찾아가는 교육이 사라지고 성적 경쟁만 남은 상황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열등감과 절망감에 짓눌리고, 잘하는 아이는 계속해서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짓눌린다.
그리고 이러한 절망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출구로 나타나는 것이 집단 따돌림과 폭행 현상이다. 이것을 교정해줄 수 있는 교육적 힘이 없는 상황에서 이 현상은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더해 교사들을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료적 학교 구조, 교사 사명 의식 약화, 물질만능 가치관, 그리고 핵가족과 자녀수 감소로 인한 가정의 사회적 기능 약화, 게임과 사이버 문화의 영향에 따른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 약화 등이 함께 작용한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부유한 국가가 되고, 가정의 경제적 부가 증대된다고 한들 아이들이 이렇게 망가지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기에 우선 내 가정에서부터 제대로 된 가정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부모는 돈을 벌어서 아이 학원비를 대고 이를 통해 성적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가치관 형성을 돕는 데 우선적인 시간을 쏟아야 한다. 경제적 이유로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 국가와 교회, 이웃이 돌보고 사랑을 쏟는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학교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고, 교사도 아이들에 대한 더 깊은 돌봄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온갖 유해환경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만약 물질만능주의와 승자독식체제라는 근본을 바꾸는 일에 함께 나서지 않고, 순간적인 분노만으로 그친다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비인간적인 폭력은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바른 성경적 가치관 제시가 우선이다
유용국 교장(국제크리스천학교)
세상이 갈수록 악해지고 있다. 바른 신앙과 학문은 온데간데없고 세속적인 철학과 교육, 문화가 이 나라를 덮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다. 동성연애와 마약, 섹스 등으로 물들어가는 미국 공립학교의 현실을 봤을 때 그 전철을 밟고 있는 한국 공교육은 어쩌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 같다는 우려감마저 든다.
교육현장을 가보라. 이미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학부모는 학생을 해외로 보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부모들은 자녀를 과학고나 외국어고로 보낸다. 지금 공교육 현장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무신론적 교육을 받으며 성적중심의 무한경쟁 체제 속에 있다.
문제 학생의 학부모와 입학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들이 영락없이 세속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도덕·인격교육은 뒷전으로 하고 성적만 강요하다 보니 자녀에게 문제가 생긴다. 정말 부모들의 영적 분별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학생을 변화시키는 것은 두 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하나는 성령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기다려 주는 것, 즉 인내하면서 기도하는 것이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 학생이라 할지라도 예배와 기도회, 찬양, 성령체험의 문화 속에 있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변하게 돼 있다.
한국교회는 당당하게 교육문제에서 성경적인 기준과 원칙을 이야기해야 한다. 깨끗한 교육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대안학교와 홈스쿨링 등으로 크리스천 교육운동을 펼쳐야 한다. 성경에 기초한 교재와 교사, 학생, 커리큘럼을 갖고 일관성 있게 하나님의 온전한 백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초기 한국선교사들이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해 교육과 문화 사업에 뛰어들었듯 하나님을 믿는 지혜와 지식이 자라나도록 교육과 문화에 힘써야 한다. 그래서 교육현장에서부터 한국교회 제2, 제3의 부흥이 시작돼야 한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