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2’서 ‘나는 가수다’까지 식지 않는 오디션 프로의 사회학
엠넷 ‘슈퍼스타 K2’의 허각(왼쪽)·MBC ‘나는 가수다’의 김범수.
바야흐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다.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2>가 불붙인 오디션 열풍은 MBC <위대한 탄생>과 <우리들의 일밤>의 ‘신입사원’, SBS <기적의 오디션>, KBS <도전자>(가제), tvN <코리아 갓 탤런트> 등으로 이어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변형돼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와 tvN의 <오페라스타>를 탄생시켰다.
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일까. <위대한 탄생>을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열 올리는 이유가 짐작된다.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의 아류라는 비난을 받으며 출발했지만 방송 14회 가운데 6~7회의 광고를 완판시켰고, 이로 인해 4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위대한 탄생>은 18.4%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미에 딱 맞는 대중문화의 새로운 트렌드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까.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워낙 사회가 경쟁이 심하고 공평하지 못하다 보니 공정한 경쟁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실력이 없으면 도태된다”고 경쟁의 원리를 배웠다. 하지만 실제로 접한 사회에서는 실력보다 학연, 지연, 혈연이 성공에 더 크게 작용한다. 불공평 사회에 대한 불만이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받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열기로 이어진 것이다.
MBC ‘우리들의 일밤’의 ‘신입사원’.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사회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경쟁사회 구도를 그대로 옮겨 놨다. <슈퍼스타K>를 보면 모두가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똑같은 조건에서 가창력만으로 경쟁하고, 그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 우승의 영광을 안는다. 또 우승자가 결정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통해 투명하게 보여지고, 심사위원의 평가 외에도 개개인의 문자나 인터넷 투표도 최종 결과에 반영된다.
키 작은 환풍기 수리공 허각이 미국 명문대를 다니는 ‘엄친아’ 존박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현실사회에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슈퍼스타K2>에서는 가능했다. 134만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허각의 우승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나도 하면 된다”는 용기를 줬다. 이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은 성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실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슈퍼스타K2>의 또 다른 출연자였던 장재인도 마찬가지다.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장재인은 학력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루저’로 낙인찍혀 그대로 도태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슈퍼스타K2>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회를 얻었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스타가 됐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해외에서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지난해 <슈퍼스타K>의 반향으로 지상파에서 제작에 뛰어들면서 흐름이 됐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은 승부보다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해 당분간 유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판타지’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새로운 기회를 준다고 볼 수 있지만,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너무 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며 “‘유 윈!’ ‘유 루스!’를 외치면서 극적인 표정을 얻어내는 방송은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하지만 방송사가 싸게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약자에 대해 문화권력을 발휘한다고도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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