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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소탕

은바리라이프 2011. 1. 25. 00:09

◇주전 1세기 중엽 지중해 전역에 패권을 가진 로마는 소아시아와 이탈리아 근해에 출몰하는 지중해 연안의 해적선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특히 로마와 전쟁 중에 있던 흑해 연안의 폰투스 왕 미트라다테스의 후원을 받는 해적들은 길리기아에 본거지를 두고, 소아시아 남서부 해안과 그 인근에 흩어져 있는 에게 해 섬들의 후미진 곳에 은신처에 숨어있다 시리아와 이집트로 가는 화물선이나 군선을 공격하여 화물을 빼앗고, 나포한 선박의 승객들에게 몸값을 매기거나 살해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로마는 이들 해적들의 방해로 속주에 병력과 무기를 보내는 것 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로인해 지중해의 물자유통은 정체되고, 로마인의 주식인 밀의 수입량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기원전 76년 한때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이저)도 유학차 로도스 섬으로 가던 중 타고 있던 배가 해적선의 습격을 받아 포로가 되었는데, 그의 몸값은 자그만치 20탈렌트였다. 그 당시 병사의 1년 봉급이 70데나리우스였다니까, 20탈렌트는 4300명 병사의 1년 봉급에 해당하는 거액이라고 한다. 결국 로마는 기원전 67년 12만명의 중무장 보병과 5천명의 기병으로 편성된 20개 군단, 500척의 군선을 투입하여 에스파냐(지금의 스페인)에서 일어난 ‘세르토리우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불과 35세의 나이에 집정관을 지낸 저 유명한 폼페이우스에게 총사령관을 맡겨 해적 소탕작전에 들어갔다. 이 작전에 필요한 자금이 1억4천400만 세스테르티우스였다. 당시 2000세스테르티우스가 한 가족의 1년간 생활비였다니 얼마나 큰 돈인지 알 수 있다.


◇근래 홍해 연안 소말리아에 본거지를 둔 해적들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 납치와 공격으로 국제사회가 해적 소탕에 나섰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어선이나 화물선뿐 아니라, 대형 유조선까지 납치해 인질을 잡고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 지난 18일 이후에만 3만6000톤의 밀을 실은 홍콩 선적의 화물선과 그리스 화물선, 그리고 태국 어선 등이 해적들에게 납치되는 등 2008년에 들어서 이미 해적들의 공격 납치 사건이 94회나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세베나 많은 숫자라고 한다. 이에 국제사회는 미 제5함대와 다국적 연합기동함대를 중심으로 해적을 소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EU와 일본, 한국 등도 참여하게 된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이슬람 군벌(軍閥)과 손을 잡고 있다. 내전은 빈곤을 낳고, 국민을 생존을 위한 해적떼로 내몰고 있다. 소말리아는 전체 인구 950여 만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 외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없이 생존키 어려운 지경에 빠졌으나, 1991년 독재자 무하마드 바레가 군벌들에 의해 축출된 뒤 중앙정부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극도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군벌들은 해적들에게 쾌속선과 중무장 무기를 지원하고, 해적들은 선박 납치로 번 돈으로 군벌들과 나누어 갖는다. 이들 군벌은 모두 이슬람 세력이다. 이슬람에 추파를 던지고 있는 한국사회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