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뉴스/문화읽기

청년실업의 공포 ‘심리 치료’

은바리라이프 2011. 1. 17. 19:11

청년실업의 공포 ‘심리 치료’
등록금 압박 등 벗어나게 대학들 강의 개설
한동대·한양대는 ‘연극’통해 마음건강 찾게
최근 대학들이 ‘심리 치료’ 강의를 개설,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대다수 대학생들이 경제난·취업난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마땅한 해소 방안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극심한 심리적 불안·고통으로 자살을 택하는 대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가난·취업 압박에 스스로 목숨 끊기도 … 취업연령대 자살자 급증 = 지난 9일 서강대교 인근 밤섬 모래사장에서 한 20대 청년의 시신이 발견됐다. 등록금이 없어 휴·복학을 반복하다 지난 2006년 입학 8년 만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중퇴한 정모씨(29)였다.

경찰 조사 결과 대학 자퇴 이후 정씨는 수차례 취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씨가 가난과 취업 실패에 따른 고통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정씨에 앞서 지난 3일에는 강원도 원주시 모 대학 재학생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내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도 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제난·취업난 등에 대한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취업연령대인 25~34세 자살자 수는 총 1905명으로 전년 대비 약 700명가량 늘었다. 또 지난해 취업연령대 자살자는 2000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1월에는 전체 대학생 중 85.7%가 취업난으로 인한 스펙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대학들, ‘심리 치료’ 강의 개설 … “행복한 마음 갖도록 돕는다” = 문제는 대다수 대학생이 자살을 택할 만큼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현재 몇몇 대학들은 심리 치료 강의를 마련, 학생들의 내적 갈등·고통 해소, 정체성 확립 등을 돕고 있다.

광운대는 올해 ‘나의 역사’라는 교양강의를 신설했다.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 상처를 치유하고 보다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나의 역사’ 수강생들은 수업을 통해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 방향까지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백영 교양학부 교수는 “수강생들이 ‘삶은 무엇일까, 어떤 삶이 의미 있는 것일까’를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라며 “학생들이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동대는 지난 2004년부터 연극 치료 강의 ‘사이코드라마’를 운영하고 있다. 수업 중 정해진 대본이 없는 ‘즉흥극’을 진행, 학생들이 억압된 내면의 상처를 자유롭게 털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수강생들이 다른 학우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자신의 문제를 꺼내 놓을 수 있게 학생들 간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코드라마’를 수강했던 한 학생은 “수업을 통해 그동안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며 “연극을 할 때 가슴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멋지고 유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양대도 올해 ‘연극 치료’라는 교양강의를 신설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을 연극을 통해 발산토록 해 보다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연극 치료’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관련 이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자신의 문제를 고찰·해결할 수 있는 연극에도 직접 참여하게 된다.

강의를 맡은 이소희 교수는 “‘연극 치료’는 학생들의 마음속에 내재된 고통·스트레스·갈등 등을 해소·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는 수업”이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09-03-16 오전 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