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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물질 좇는 하수인됐다"

은바리라이프 2011. 1. 4. 17:26

"한국 교회, 물질 좇는 하수인됐다"
박영신·이만열 명예교수 물질숭배에 빠진 한국교회에 쓴소리
 
이범진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한국 교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지난 26일 숭실대 설립자를 기념하는 제12회 베어드 강좌에서 각각 사회학과 역사학의 관점에서 한국 교회를 진단했다.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는 두 학계의 큰 어른이 나선만큼, 본질을 파고드는 신랄한 평가가 이어졌다.

▲ 숭실대 제12회 베어드 강좌 '한국교회, 그 어제, 이제 그리고 올제' 한경직기념관 김덕윤예배실     © 이범진


유교사회 뒤집던 기독교의 초월성

박영신 교수는 먼저 500년 동안 조선을 지배하던 유교사회를 뒤바꾼 기독교의 의미를 되새겼다. 유교는 종교인지, 사회제도인지, 교과과정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삶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었다. 모든 것이 유교 그 자체였기 때문에, 변혁을 꿈꾸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개혁적이라는 실학자들도 변화를 시도했지만, 근본을 바꿀 수 없었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삶의 모든 부분에 침투해 있었던 유교사회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종교가 바로 기독교”라며 근본에 도전하는 정신이 교회에서 시작되었음을 강조했다.
여기서 박 교수가 말하는 근본정신은 바로 ‘초월성’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초월성의 믿음을 통해서 다른 모든 것을 상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초월의 존재에 대한 헌신으로 사회질서에 대해 도전할 수 있고,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깊은 수준의 내변의 변화’, ‘사회심리의 변화’, ‘소리없는 혁명’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런 근본을 건드리는 신앙세계 때문에 조선사회가 개혁되었다”며 그들이 가시밭길과 좁은 길을 감내하면서도 믿음의 길을 택한 이유가 초월성에 있음을 강조했다.

‘상민’의 글자로 천대받던 한글의 위상이 달라지고, 무시당하던 여자들도 교회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남녀가 함께 예배도 드리고, 성경을 읽으며 한글을 익혔다. 이 모든 것이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근본의 문제,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질문하고 도전했기 때문에 찾아온 변화였다.

▲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 이범진


‘편안함’에 취해 체제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한국교회

박 교수는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한국 기독교인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주 편안하게 신앙생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날 별났던 예수의 사람들이 오늘날은 보통의 평균적인 사람들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는 ‘편안함’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했다.
“편안하다고 하는 것은 삶의 근본 문제에서 교인과 비교인 사이에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과 똑같은 것을 좋아하고, 똑같은 기준으로, 똑같이 위로만 향하려고 하니 편안해진 거지요.”

특히 물질적 가치로 세계를 보는 눈이 똑같아 졌음을 지적했다. 예를들면 모금운동이 있을 때 기독교 신문이나 매체들도 일반매체와 마찬가지로 큰 돈을 낸 순서대로 비중있게 다룬다는 것이다. 사진의 유모, 지면 할애의 크고 작음은 돈의 액수와 비례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돈 많이 내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며 “돈 액수에 따라서 모든 것을 바라보며 현존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 숭실대에서 2010년 10월 25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제12회 베어드강좌     © 이범진


칼 막스의 예상 적중
“3인방, 4인방이니 재벌 따라하는 대형교회 목사들”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기독교는 이러한 현존 체제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3인방’이니 ‘4인방’이니 대형교회 목사들끼리 모이는 모임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재벌들끼리 모여서 뻐기듯이 행동하면서도 전혀 켕기는 게 없어한다”며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작은 교회 목사들은 또 작은 교회들끼리만 뭉친다”면서, 우리 교회가 규모의 크고 작음으로밖에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는 수준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현상이 다름 아닌 칼 막스가 예언했던 것임을 소개했다. 물질조건에 따라 설교가 바뀌고, 신학교육이 규정되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 그리스도인은 체제 중심부 언저리의 보잘 것 없는 작은 자들, 저 힘없는 생명들을 눈여겨보고 그들에게 관심을 쏟는다”며 “이를 바탕으로 오늘의 교회를 돌파하고 넘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가 돈 잘버는 것이 축복이라고 말하면서부터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 이범진


“한국교회 타락시킨 건 3박자 축복 강조한 여의도 교회”

이만열 교수는 더 구체적인 예로 오늘날의 한국교회를 진단했다. 그는 “부자가 되는 것을 축복에 포함시켜 교회를 크게 일으킨 여의도교회가 한국교회를 이렇게 타락시켰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 기독교를 물질관에 빠지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가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돈 잘버는 것이 축복이라고 말하면서 부터”라는 것이다. 설교를 끝내는 때 마다, 물질적 축복을 받으라고 외칠정도이니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한국교회의 가치관이 이렇게 바뀌면서 세상을 바꿀 힘이 전혀 나오지 않게 되었다”며 “이것은 교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부패를 조장했다”며 한국의 기독교가 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회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올해로 12회를 맞은 베어드 강좌는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에서 설립자 윌리엄 베어드를 기념해 진행하고 있다.     © 이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