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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네카모트(복수하시는 하나님)

은바리라이프 2010. 8. 28. 21:39

엘 네카모트(복수하시는 하나님)  

 `복수하시는 하나님', 이것은 구약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모습이다. 신명기 32장 `모세의 노래'에서 하나님은 복수에 관한 원칙을 말씀해 주신다.
 `보수는 내 것이라'(신 32:35).
 여기서 `보수'라고 번역된 말은 `나캄'(naqam)이다. 그 뜻은 복수, 보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말씀은 복수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고, 그러므로 복수는 하나님께 맡기라는 뜻이다. 창세기 4장에 기록된 `라멕' 이후로, 인간의 역사는 보복과 복수의 피로 얼룩져 왔다(창 4:23∼24). 그러나 하나님은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도, 하나님의 자녀들이 직접 보복하고 복수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그 대신 `복수는 내게 맡기라'고 말씀하신다.
 시편 94편은 `복수하시는 하나님'께 드리는 억울한 자의 간절한 기도이다.
 `보수하시는 하나님이여!
  보수하시는 하나님이여!
  악인이 언제까지
  악인이 언제까지
  개가를 부르리이까'(시 94:1-3).
 `보수하시는 하나님'이란 말의 원문은 `엘 네카모트'(el neqamot)이다. 이는 `복수하시는 하나님'(God of vengeance)이라는 뜻이다. 이 시편은 불의한 일을 당한 억울한 자들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악한 자들을 복수해 주실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신앙이 표현된 것이다.
 악한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공의를 미워하고, 정직한 것을 굽게 하는 자들”(미 3:9)이며, 아무리 악한 일을 계속해도 “여호와가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들이다(시 94:7). 하나님은 이런 자들을 징벌해서 복수하시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신다. 구약의 하나님은 `엘 네카모트'(복수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신명기에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신원하신다'는 말씀이 있다(신 10:18). `신원한다'는 말은 히브리 원문대로는 `정의를 이룬다, 정의를 베푼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사회적으로 힘없는 약자들인 고아와 과부들에게 정의를 베풀어주신다는 말씀이다. 그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복수할 힘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러한 약한 자들을 대신해서 복수해 주시고, 정의를 실현시켜 주신다. `복수해 주시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피해를 당하고도 호소할 곳도, 보복할 힘도 없는 약자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의 근거가 된다.
 이스라엘 신앙은 개인적 복수를 금지한다. 창세기의 기록을 보면, 요셉은 형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에 종으로 팔려갔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대애굽제국에서 최고위관직에 오르게 되었다. 한편 가나안 땅의 흉년으로 요셉의 형들은 애굽으로 내려가고, 결국 그들이 종으로 팔았던 동생 요셉을 만나게 된다. 동생의 보복이 두려워 떨고 있는 형들을 향해 요셉은 이렇게 말한다. `두려워 마소서.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리이까'(창 50:20). 요셉의 말은, 자기는 하나님을 대신해서 복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수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윗이 왕이 되기 전, 사울왕은 다윗을 질투하여 그를 죽이려고 했다. 다윗은 엔게디 동굴에서 자기를 죽이려고 추적하는 사울왕을 오히려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왕의 몸에 손대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여호와께서는 나와 (사울)왕 사이를 판단하사, 나를 위하여 왕에게 보복(나캄, naqam, 복수)하시려니와, 내 손으로는 왕을 해치지 않겠나이다'(삼상 24:12).
 복수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다윗의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복수는 내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스라엘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도 해당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복수자도 되어주신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억압했던 제국(帝國)들도 하나님의 복수의 대상이 된다. 예언서 나훔은 이스라엘 공동체를 위해 하나님이 복수하신다는 선언으로 시작된다.
 `여호와는 … 보복(복수)하시는 하나님이시라. 여호와는 보복(복수)하시며, … 자기를 대적하는 자에게 진노를 품으신다'(나 1:2).
 역사적으로 앗수르제국은 이스라엘을 괴롭힌 정복자였다. 하나님은 예언자 나훔을 통해서 앗수르제국에 대한 하나님의 복수를 선언하신 것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엘 네카모트'이시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복수를 금하신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관한 규정은 피해입은 만큼 `복수'하라는 `복수법'으로 이해하기 쉽다.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규정은 분명히 `복수법'이다.
 그러나 구약의 규정을 자세히 읽어보면, `복수법'이 아님이 분명하다. 함무라비 법전이나, 고대근동지역의 `눈에는 눈'규정이 손해를 본만큼 똑같이 복수하라고 하는 피해자의 `복수법'인데 비해, 구약의 규정은 손해를 입힌 만큼 갚아주라고 하는 가해자의 보상법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복수'를 명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반대로 가해자에게 `보상'을 명하신다(출 21:22-25; 레 24:19-22).
 신명기 19장에 기록된 `눈에는 눈' 규정은 `복수'도 `보상'도 아닌 제3의 경우이다. 그것은 위증에 대한 처벌규정이다. 재판에서 위증으로 다른 사람을 모함한 것이 판명된 경우, 위증으로 해하려고 한 만큼 동일한 형태로 처벌하라는 처벌규정이다(신 19:16-21).
 여하튼 구약의 `눈에는 눈' 규정은 복수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복수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분명히 악인들을 징계하시는 `복수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