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주석강해/사도행전

안나스

은바리라이프 2010. 7. 17. 13:30

안나스

 


  예수님께서는 가룟 유다를 앞세우고 예수님을 잡으러 온 사람들에게 체포당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일들을 친히 주도하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못해 억지로 끌려가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이 모든 일을 주관하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당하신 예수님께서 가장 먼저 끌려가신 곳은 안나스의 집이었습니다. 안나스는 대제사장으로 불리고 있지만, 당시 대제사장은 가야바였습니다. "이에 군대와 천부장과 유대인의 아랫사람들이 예수를 잡아 결박하여 먼저 안나스에게로 끌고 가니 안나스는 그 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장인이라"(12-13절)


  안나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잠깐 살펴봅시다. 안나스는 당시 이스라엘 종교계에서 실세 중의 실세였으며,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꾸며졌던 모든 음모의 중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9년 동안 대제사장을 지냈습니다. 본래 대제사장은 아론의 후손 중에서 세습되었으며 종신직이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통치를 받던 시대에는 로마에 충성하며 뇌물을 바치는 자가 대제사장직에 임명되었습니다. 안나스 역시 로마에 아부하고 뇌물을 바침으로써 대제사장이 되어 9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나스는 정치적인 수완이 뛰어나서 자신의 네 아들과 사위, 그리고 손자 한 명이 계속해서 대제사장이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뒤에서 모든 실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므로 안나스는 현직 대제사장은 아니었으나 이스라엘 사회에서 대제사장 중의 대제사장이었습니다.

 


  이 안나스는 막대한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었는데, 성전에서 파는 제물들에 비싼 값을 매겨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여 부를 축적했습니다. 본래 성전에서 제물을 파는 제도는 먼 곳에서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생긴 것이었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는 가장 좋은 짐승을 골라서 끌고 왔지만, 먼 길을 오는 동안에 병이 나거나 야위어서 제물로 바칠 수 없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에다 좋은 짐승들을 준비해놓았다가 적당한 값에 팔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제물로 바치기에 하자가 없는 짐승을 가져오면 얼마든지 제물로 바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행이 폭리를 취하는 장사로 변질되었습니다. 성전에서 파는 제물에 높은 가격을 매겼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들여오는 짐승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퇴짜를 놓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성전에서 파는 짐승을 구입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파는 제물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가격을 매겨놓았다는 것입니다. 제사장들은 이 사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얻었습니다. 특히 이 일을 통해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이 바로 안나스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전에서 제물을 파는 가게를 '안나스의 시장'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번이나 이러한 성전을 청결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타락한 제사장들에게 준엄한 책망과 경고를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죄악을 폭로하시고 꾸짖으셨던 것입니다. 안나스는 이러한 예수님을 매우 증오했으며 눈엣가시처럼 여겼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죽이려고 했는데, 마침내 체포되어 결박된 예수님을 자기 눈앞에서 심문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안나스는 아무 죄도 없으시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이보다 더 부조리하고 모순된 장면도 없을 것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조물주께서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에게 심문을 당하고 계신 것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가장 악한 한 인간에게 죄인 취급을 당하셨습니다. 진정한 하늘의 대제사장께서 인간 대제사장에게 정죄를 당하고 계셨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