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세계화는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예멘을 정복하면서 시작된다. 1544년 다마스커스에서 온 상인은 이스탄불에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열었다. 이후 커피는 “밤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깨어 있게 해주는 음료”로 이슬람교도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이슬람의 와인’이라 불리던 커피는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는 한때 악마의 음료로 취급되기도 했다. 터키 사람들은 커피를 ‘카베(qahveh)’라 불렀는데, 이 말은 프랑스어 ‘카페(caf?)와 영어 ‘커피(coffee)’로 바뀌었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화 반대 포스터에 증오의 상징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스타벅스는 사실 이디오피아 언덕을 넘어 세계로 전파된 커피의 여러 가지 변신 가운데 가장 최근의 현상일 뿐”이다.
미국 예일대 세계화 연구소 출판간행물 디렉터인 저자 나얀 찬다(Nayan Chanda)는 홍콩의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인류가 기원한 아프리카부터 수천 년에 걸친 세계화의 과정을 풍부한 일화를 들면서 서술한다. 저자는 무역상과 전사, 탐험가와 선교사들이 세계화를 이끈 4대 주역이며, 세계화는 단지 20세기에 시작된 현상이 아니라 수천 년을 이어온 인류 역사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식품인 김치도 콜럼버스라는 걸출한 탐험가가 신대륙에서 매운 고추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없었다. 한국의 매운 김치는 세계를 여행하는 비행기 기내에서 맛볼 수 있을 만큼 점차 세계화되고 있다. 그러나 16세기까지 한국의 김치는 마늘과 배추를 기본 재료로 하는 맵지 않은 음식이었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고추는 포르투갈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다. 저자에 따르면 1592년 조선을 침략한 일본인 전사들은 현재의 김치 모습을 만드는데 공헌한 주인공(!)이었다. 저자는 “민족주의적이며 자긍심이 강한 일부 한국인들은 맵디매운 한국 김치의 탄생 이면에 16세기 후반 한국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면서 “그러나 한국 음식의 역사에 고통을 수반한 세계화가 관련된 경우는 아마도 김치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고 말한다.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단어는 1961년판 ‘웹스터 사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 이 단어는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었다. 로이터 통신과 다우존스가 구축한 전자문서 보관소 데이터베이스에서 ‘세계화’를 검색하면 1981년에는 두 차례 등장하지만, 20년이 지난 2001년에는 5만7235회나 언급된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세계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세계화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전 세계에 걸친 문화 표현의 표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상의 경험들로 이루어진 과정”으로 정의한다. 세계은행의 공식적인 정의는 “다른 나라의 거주자들과 자발적 상거래에 착수하기 위한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능력”이다. 반면 좌파 비평가들은 “착취하는 자본주의 혹은 영토 확장론”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저자는 급속한 세계화로 인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대열에서 낙오하게 됐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세계화 덕분에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으며 “영겁의 세월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는 모험을 단행한 이래로 계속된 지구통합의 흐름을 중단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화는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에 세계화를 중단하라는 외침은 의미가 없다. 다가올 세기에도 우리의 운명은 빠져나갈 수 없이 하나로 묶인 채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 종족의 이익을 위해 더 나은 대안은 없다.” 반(反)세계화론자라면 이 같은 결론을 수긍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원제는 ‘Boun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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