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과 항생제 가진 인간의 반격 17세기 들어 네덜란드의 과학자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으로 미생물의 존재를 발견할 때까지 인류는 실로 오랜 세월 자신들을 괴롭혀왔던 전염병의 정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를 대충 잡아 200만년으로 봐도 무려 199만9,600년 동안 전염병에 대한 정보부재 속에서 살아왔던 것. 아무튼 여러 가지 병원체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것을 눈으로 보고 식별할 수 있게 되자 전염병 예방 및 치료 연구도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에 대한 유효한 반격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면역능력을 갖추기 위해 백신을 처음 과학적인 방식으로 만든 사람은 19세기의 생물학자 파스퇴르다. 백신은 약화시키거나 죽인 미생물 또는 미생물이 생산한 독소액에 적당한 조작을 가한 약품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인류는 경험칙을 통해 백신의 존재 및 효과에 대해 알고 있었다. 파스퇴르가 백신을 발견하기 수백 년 전부터 아시아·인도·아랍에서는 천연두 환자의 고름, 즉 약화된 천연두 바이러스를 비감염자의 몸에 접촉시켜 천연두를 예방해 왔던 것. 천연두 환자의 고름에 접촉한 비감염자는 가벼운 천연두 증세를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천연두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 물론 당시의 사람들이 이 같은 작용 이면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알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인두접종은 18세기 초 유럽에도 도입됐다. 인두접종이란 천연두 환자의 부스럼에서 나온 고름을 아직 감염이 되지 않은 사람의 팔에 낸 상처에 접촉시키는 것을 말한다. 18세기 말에는 천연두와 근친관계지만 증세가 덜한 우두를 앓아도 천연두에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자 우두 고름을 대신 접종하게 된다. 파스퇴르는 미생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같은 전통 백신의 과학적 원리를 밝힘으로써 광견병, 인플루엔자, 독감, 콜레라 등 다른 질병도 예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에 의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균을 죽이는 물질, 즉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발견된다. 그리고 이후로도 여러 가지 항생제가 발견돼 전염병과 싸우는 인류에게 큰 힘이 됐다. 현대의 인구증가 역시 전염병과 일정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전염병으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사라져 갔지만 현대에는 백신과 항생제의 발견으로 전염병을 방어, 전반적으로 평균수명과 생존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학적 진보로 인해 최근 전염병의 위세는 크게 약해졌으며, 특히 과거와 같이 해당지역의 인구 절반 가까이가 죽어버리는 강력한 위력의 전염병은 거의 나타나지 않게 됐다. 엄청난 살상력을 자랑하던 천연두는 지난 1979년 이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천연두 바이러스도 이제 극소수의 연구소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상태다. 만약 이들 연구소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완전 폐기한다면 천연두는 인간의 손으로 멸종된 최초의 병원체가 될 것이다. 인간과 전염병 사이의 시소게임 하지만 전염병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가장 간단한 생명체인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이한다. 그리고 기존에는 인간이 갈 수 없었던 곳에 있던 새로운 질병이 인간들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또한 인간 문명의 부작용으로 생긴 전염병도 있다.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변이를 하는 전염병으로는 최근 문제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대표적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의 병원체인 H1N1 바이러스는 거의 60년 만에 다시 인간에게 전염성을 갖도록 변이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 인간의 활동이 늘면서 접하게 된 대표적 전염병으로는 에이즈(AIDS)가 있다. 인간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 전염병은 현재의 의료 수준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에이즈의 병원체인 HIV 바이러스는 중앙아프리카의 녹색 원숭이로부터 인간에게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명의 부작용으로 생긴 전염병으로는 광우병이 있다. 역시 완치가 불가능하며, 발병하면 거의 100% 사망에 이른다. 이 질병이 인간에까지 전파된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소의 고기를 갈아 살아있는 소의 사료로 쓰는 사육방식이 지목된다. 소에게 풀을 먹이지 않고 다른 소의 고기를 먹인 결과 광우병의 병원체인 프리온이 마구잡이로 퍼졌다는 것이다. 프리온은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는 이론상의 감염원으로 단백질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프리온은 포유류에서 몇 종의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질환 중에는 흔히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소해면상뇌증과 사람에게 발생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이 있다. 문명은 인간에게 병원체와 싸울 힘도 주었지만 동시에 병원체를 세계 곳곳으로 퍼뜨릴 기회도 확산시켰다. 유럽의 전염병은 유럽인들이 만든 범선을 타고 신대륙을 정복했고, 아프리카의 에이즈는 인간들이 만든 항공기를 타고 전 세계로 전파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 문명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밀집된 전염병의 온상, 즉 거대도시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 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인구증가, 자원부족, 환경오염 등으로 이들 도시 인구 중 상당수가 적절한 의료 및 위생 혜택을 볼 수 없는 슬럼 상태의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백신이나 항생제가 듣지 않으며, 막강한 전염력과 살상력을 갖춘 킬러 바이러스가 갑자기 출몰할 경우 인류 전체가 대학살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거에도 인간 집단은 거의 예외 없이 인구과잉→ 식량부족→ 식량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이주의 역사를 반복해 왔다. 그리고 이 같은 이주는 원주민과의 갈등을 격화시켜 전쟁 발발→ 전시의 열악한 위생 상황으로 인한 전염병 창궐→ 인구 감소라는 악순환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밟게 했다. 인류와 병원체는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시소게임을 해왔으며, 지금은 인류가 잠시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병원체 쪽으로 시소가 기울지 모른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같은 시소게임은 둘 중 하나가 지구라는 무대에서 퇴장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 |||||
| 2009-10-12 15:34:29 (2009 . 10 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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