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바울

‘바울의 설교는 어떠했는가’ 바울의 설교를 분석한다

은바리라이프 2009. 8. 29. 23:25

‘바울의 설교는 어떠했는가’ 바울의 설교를 분석한다

백석대 김정훈 교수의 바울의 설교와 신학을 따라(1) [2007-11-23 10:47]

▲백석대 신약학 김정훈 교수

바울은 설교를 통해 자신의 복음을 제시했다. 그의 설교는 그가 복음을 어떻게 이해하였는지 보여준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그의 첫 설교는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행한 것이다(행 13:16~51). 하지만 이것은 그가 이곳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설교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울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 곳에서 복음을 전파하였다(행9:20, 22, 27~29).

바울의 초기 설교들이 사도행전에 자세히 기록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암시되는 그의 복음 메시지의 최초 양식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이다. 예수께 대한 이러한 고백은 그의 설교의 중심적 특징을 이루며 그의 신학의 토대가 되고 있다.

사도행전은 바울이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행한 선교설교 외에도 여러 편의 그의 설교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루스드라에서의 논쟁설교(행 14:8~18), 아테네에서의 논쟁설교(행17:16~34), 밀레도에서 교회 지도자들에게 행한 설교(행 20:17~38), 예루살렘에서의 변증 설교(행 22: 1~21; 23:1~11), 벨릭스 총독 앞에서의 변증설교(행 26:1~32) 등이 그것이다. 행 23:1~11의 내용은 바울이 공회 앞에서 행한 변론을 기록한 것으로, 예루살렘 설교(행22:1~21)의 연장으로 취급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러한 본문들 외에 행 28:17~20의 내용이 종종 바울의 설교로 간주되기도 하나 내용상 설교라기보다는 그가 왜 심문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 설명에 불과하고, 또 아그립바 왕 앞에서의 변증과 중복되므로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행 28:23 이하에 보면 바울이 꼬박 2년 동안 로마에 머물며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강론하였다. 이 주제는 사실 그의 복음의 중심 테마였다(행 14:22; 19:8; 20:25; 28:23, 31). 하나님 나라에 초점을 맞춘 바울의 복음 메시지는 예수가 그의 공생애 사역 기간 내내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설교하였던 것과 일치한다. 바울은 예수의 설교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통찰하고 있었다.

그럼 사도행전에 나타난 8편의 바울의 설교를 분석하면서 그 내용과 강조점을 살피고 그 안에 내포된 그의 신학적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일견해 보기로 하자.

1.비시디아 안디옥에서의 선교설교(행 13:16~52)

1) 설교의 상황과 대상
(1) 설교의 상황

바울은 바나바와 함께 수리아 안디옥 교회의 파송을 받아 제1차 선교여행의 장도(長途)에 올랐다. 바보(Paphos), 버가(Perga) 등 여러 지역을 지나며 복음을 전파하는 가운데 바울 일행은 비시디아 안디옥(Pisidian Antioch)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바울은 안식일에 자연스럽게 회당에 들어가 앉게 되었다. 이 때 회당장들이 율법과 선지자의 글을 읽은 후에 사람을 보내어 말하기를 “형제들이여, 만일 여러분 중에 백성을 위한 무슨 권면의 말씀이 있으면 말하시오”라고 하였다. 바울 일행에 대한 회당장들의 이러한 호의적 태도는 아직 유대교와 기독교 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바울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그의 격변적 회심과 활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울의 개종은 유대인의 유대인 사회에서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그의 일행은 비시디아 안디옥에 당도하기 전에 이미 여러 지방에서 복음을 전파하였기 때문이다. 그의 개종은 유대인들 사이에 큰 소문거리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참조. 행 9:20-21). 그의 개종은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디아스포라 유대인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회당장들은 바울이 혹시 새로운 교리를 제시한다 할지라도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무방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권면의 말씀”에서 “권면”(παρακαληδιζ)은 격려를 뜻한다. 회당장들은 바울이 청중들에게 신앙적 격려의 말을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바울은 그들의 초청을 받아들이고 구약 해설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계획을 어떻게 성취해 오셨는지 설명함으로써 그들을 격려하고자 하였다.

(2) 설교의 대상

누가는 바울의 설교의 대상을 “이스라엘 사람들과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로 보도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유대인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은 이방인들로서 유대인들이 믿는 하나님을 다른 모든 신들보다 뛰어난 신으로 인정하고 자기들의 신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다신교나 미신숭배에 비해 유대교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였다. 이들은 유대교가 유일신 하나님을 믿고 성전에 신상(神像)을 세우기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들은 부분적으로는 유대 관습을 준수하였으나 할례와 유대교가 요구하는 엄격한 금기 사항들은 지키지는 않았다. 이들은 구약 성경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구약 내용을 말하여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2) 설교의 시작

바울은 간단한 제스처를 사용하며 짧은 도입어와 함께 설교를 시작하였다. “바울이 일어나 손짓하며 말하였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및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여, 들으십시오.’” ‘이스라엘 사람들’이라고 하는 말은 유대인 청중들에게 아주 듣기 좋은 호칭이다. 이 개념은 선택된 민족이라고 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라고 하는 개념 역시 여호와를 자기들의 신으로 받아들인 이방인들에게 듣기 좋은 호칭이다. 이는 설교자가 그들의 종교심을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그들을 선민과 같이 대우한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바울은 아마도 설교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미 마련된 상황이기 때문에(행 13:14-15), 곧바로 제스처를 사용할 수 있었고 짧은 서론과 함께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정훈 교수

총신대학교 신학과
합동신학대학원 대학교(M.Div)
The University of Durham(M.A.) 신약학
The University of Glasgow(Ph.D.) 신약학

현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신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