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결혼이야기/ 아가선교교회 2008 X-mas Project

은바리라이프 2009. 7. 8. 17:21

아가선교교회 2008 X-mas Project

결혼이야기

<등장인물>

처녀 1 - 예수님의 재림은 성경에 언급되어 있으니 당연히 신앙의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종말론을 확대 해석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으니 자꾸 알려고 들지 말고 그냥 오늘을 열심히 살면 되는 거라고 그럴듯하게 말하면서 재림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싫어하는 사람들의 대표.

처녀 2 - 재림에 대한 막연한 지식과 두려움은 있으나 도대체 뭘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들의 대표.

처녀 3 - 오로지 예수님의 재림만을 대비해야 한다면서 사회생활이고 학교고 다 때려치고 거의 칩거하다시피 하는 극단주의자들의 대표.

처녀 4 - 교회와 관련된 일에 무척 열심을 내면서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제법 바른생활을 한다. 그로 인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정죄와 판단을 일삼으며 자신이 예수님의 신부가 되기에 부족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영적 교만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대표.

처녀 5 - 참된 그리스도의 신부. 주님의 재림을 사모하며 매일같이 자신을 돌아보며 닦는 데 여념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흠이나 허점까지 살필 겨를이 없다. 아니, 그보다는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부족하고 못난 사람임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에 그저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눈물만 흘리며 살 뿐이다.

신랑 - 다시 오실 우리 구주 예수님.

그 외, 코러스, 행인 1,2,3, 커플 등...

<수록곡>

-예수님 맞을 준비됐나

-그들의 소리가 들리나요 (송정미,최덕신 사/최덕신 곡)

-주 예수 대문 밖에 (찬325장)

-다시 한 번 인생으로

-보라 그 날이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이길로 사.곡.)

-내가 꿈꾸는 그 곳은

: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여기

<무대>

도시의 밤거리를 그린 대형 그림이 무대의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다양한 종류의 화려한 네온사인들과 묘하게 대비되면서도 어우러져 있는 수많은 네온 십자가들이 보인다. 마치 도시를 포위하기라도 하듯 전 방위에 펼쳐져 있으나 가만히 보면 도시와 대치된다기보다는 상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기독교를 그저 그런 ‘종교’로 전락시켜 버린 오늘날의 교회들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로 “예수님 맞을 준비 됐나”라는 찬양이 아스라하게 들려오다가 멈추면, 코러스1이 청첩장을 한가득 들고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청첩장을 아예 받으려 하지도 않는 사람, 받자마자 휴지통에 던져 넣는 사람, 나름대로 꼼꼼하게 훑어보는 사람, 무슨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양 멀찌감치 피해가며 “저것들은 죄다 정신 나간 것들이래. 근처에도 가면 안 돼.” 라고 수군거리는 사람 등등..

코러스1(목에 걸고 있는 시계를 연신 보며 앞쪽으로 나온다)

이거 참 때는 점점 가까워오는데 도대체 어쩌려고들 그러는 건지....

큰일이네, 큰일이야.

이 때, 코러스1의 뒤쪽으로 커플 하나가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지나가자, 재빨리 그들에게 다가가 청첩장을 건넨다. 그 중 남자가 청첩장을 쓱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피식 하고 웃는다.

커플남뭐야? 아직도 이걸 믿는 사람들이 있네? 야, 이 사람아. 정신 차려.

이거 다 사기야, 사기!

커플녀뭔데? (청첩장을 꼼꼼하게 살핀다) 어?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사건이잖아.

여전히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고 거만한 얼굴로 여자에게 말하는 커플남.

커플남솔직히 나도 예전엔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고 해서 살짝 기웃거려보기도 했었는데,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쪽팔려죽겠다. 다 필요 없고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을 해보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구름을 타고 와서 신부들을 데려간다고? 야, 이 사람아. 인간이 달나라에 도장을 찍은 지가 벌써 사십년이야. 정신 차려!

청첩장에 코를 팽하고 푼 뒤 코러스1의 면상에 던지고 무대 한편으로 사라지는 커플.

멍하니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코러스1의 주위로 다른 코러스들이 모여든다.

코러스(노래) “그들의 소리가 들리나요 그들의 소리가 들리나요 외로움에 흐느끼는

기다림에 지쳐 우는 공허함에 한숨짓는 소리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무얼 위해

달려가는지 이리저리 헤매이는 어둠 속을 방황하는 지친 영혼들 시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칠게 들리는 소리 시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점점

죽어가는데..”

코러스의 노래가 종반으로 치달을 무렵, 무대의 사방에서 각각의 손에 청첩장을 들고 모여드는 처녀1,2,3,4,5. 코러스의 노래를 같이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코러스들은 무대 뒤쪽으로 물러서서 조용히 처녀들을 지켜본다.

처녀1(왠지 마뜩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른 처녀들과 코러스들을 훑어본 뒤 관객들을

향해) 모름지기 믿는 자의 태도는 거룩하고 경건해야 하는 법이요. 우리 주님도

말씀하시길, 내가 거룩한 것 같이 너희도 거룩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항상

보면, 꼭 일부 성마른 무리들이 촐싹거리며 방정을 떨어대는 통에 오히려 우리

주님의 근심이 더해간다, 이 말이요.

코러스2그게 무슨 말인가요?

처녀1허허...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나? 자, 내가 차근차근 짚어줄 테니까 귓구멍을

크게 열고 잘 들어봐요. 가만히 듣자 하니 요사이 또다시 뭐, 주님이 오시네, 때가

가까웠네, 신부될 준비를 해야 하네 어쩌구 떠들고 다니는 무리들이 있는 거 같은데, 도대체 왜들 그렇게 방정들을 떨어 대냔 말야! 물론 성경에도 기록돼있으니

다시 오시기야 오시겠지. 하지만, 주님도 뭐라고 하셨냐 말야. 맷돌도 갈고, 밭도 갈고, 그러다 보면 남을 놈은 남고 갈 놈은 가고 그런다고 하셨잖아. 그런데 왜들 그렇게 나대냐고! 모름지기 신학적으로 올바른 종말론이란 예수님이 오시는 그 날까지 가정에도 충실하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또 돈도 열심히 벌고, 그러다가

종말이 오면 또 종말대로 잘 맞이하고... 그래야 하는 법이야. 알겠어요?

(이 때 처녀1의 핸드폰이 울리자 잽싸게 받는다) 어, 김 집사! 아, 또 왜 그래?

그 땅 틀림없다니까! 내가 다 신뢰할만한 루트를 통해서 알아낸 정보야.

그 땅, 그거 틀림없이 3년 안에 최소한 두 배는 오르게 돼있어. 걱정말라니까!

(통화를 하다말고 다시 돌아보며)

암튼 너무 지나치게 종말, 종말 하고 떠드는 거 그거 정신건강에도 해로와요!

시험 들어! (다시 전화기에 대고) 김 집사. 내 말 좀 들어봐.

통화를 하며 구석으로 가는 처녀1.

무대의 또 다른 쪽에 있는 처녀2. 손에 들고 있는 청첩장을 이리 저리 뒤집어본다.

가방을 열고 성경책을 꺼내 여기 저기 살펴보는 그녀의 모습을 곁에서 빤히 지켜보고 서있는 아들.

처녀2아, 정말 답답해 죽겠네.

아들엄마, 뭐가?

하지만 처녀2는 아들의 말을 미처 듣지 못한 듯 연신 청첩장을 보다가 성경책을 보다가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처녀2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미치겠네, 정말.

자신의 말은 듣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하는 처녀2의 모습에 당황한 듯 울먹거리는 아들.

아들엄마, 왜 그러는데?

하지만 여전히 아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이번엔 멍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처녀2.

아들(금방이라도 울 기세다.) 엄마!

보다 못한 코러스3이 끼어든다.

코러스3말해보세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처녀2(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들고 있던 성경책을 쑥 내밀어보이며) 자, 보세요. 여기 틀림없이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고, 신부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는데, 우리 목사님은 자꾸 그런 소리 떠들고 다니면 이단 된다고 그러잖아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네. 혹시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진짜 답답해 죽겠네.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좀 가르쳐줘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냥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지, 아니면 뭘 준비해야 하는 건지, 예수님이 정말 오시긴 오시는 건지, 제발 좀 가르쳐 달라구요, 제발!

텅 빈 공간에 울리듯 처녀2의 마지막 일성이 메아리로 울리고, 코러스들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처녀3이 호들갑스러운 걸음으로 무대 앞으로 나선다.

처녀3아, 나 거 정말 말들 안 듣네.

코러스4누가요?

처녀3(관객들을 가리키며) 누구긴 누구야. 저 사람들 말이지. 아니,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여지껏 회사에 나가고 학교에 다니고 하냔 말야. 알 만한 사람들이... 성경에

뭐라고 했어? 애 밴 자에게도 화가 있다고 했잖아? 오죽했으면 산으로 도망가고

지붕위에 있는 자들은 내려오지도 말라고 했겠어? 그러니까 진짜 때를 안다면

찍 소리 말고 죽어라고 기도만 해야 되는 거야. 회사는 무슨 얼어 죽을...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굴 때가 아니라고!

코러스4그럼 뭐 먹고 살아요?

처녀3그동안 벌어놓은 거 있잖아. 그거 다 팔어. 내가 장담하는데 어차피 그거 다 쓰기도 전에 예수님 오셔. 걱정 마!

코러스4애들 학교는요?

처녀3(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코러스4를 쳐다본다) 여태 뭘 들은 거야? 아니, 우리 주님이 오신다는데 그까짓 학교가 대수야? 예수님이 언제 수능공부 하라고 하신 적 있어? 기도하라고 하셨으니까 우린 그저 기도만 하면 되는 거야. 뭐가 더 필요해.

안 그래?

말을 마치고, 두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기도를 하기 시작하는 처녀3.

처녀3오,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오, 주여! 당신을 기다립니다! 오, 주여! 늦으시면

안됩니다! 큰일 납니다!

할 말이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처녀3을 바라보는 코러스들.

이 때, 처녀4가 무대 주변에 떨어져 있는 오물들을 줍고, 흩어져 있는 집기들을 정돈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무대 앞으로 나선다. 잔뜩 집중하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코러스들을 힐끗 본 뒤에 짐짓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처녀4(노래) “예수님 보고파 오늘도 기다려 사무친 그리움 가슴을 적시네 저 하늘 어디서 나를 보고 계실까 남몰래 간직한 뜨거운 사랑 아 사랑이어라 아 사랑이어라 아 사랑이어라 주님 사랑이어라”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처녀4를 바라보는 코러스들.

그렇지 않은 척 다시 한 번 코러스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처녀4.

처녀4나의 이 사무치는 그리움을 과연 우리 주님께선 아실까? 보고 싶어요, 주님.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주님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도대체 언제나 저를 맞으러 오실 건가요, 주님? 나의 사랑하는 주님!

코러스2(다른 코러스들을 보며)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신붓감을 만난 것 같은데?

코러스1글쎄... 조금만 더 지켜보자.

처녀4, 또다시 코러스들을 힐끔 바라보더니 더욱 환한 표정으로 모든 공간을 휘젓고 다니며 흐트러진 집기들을 정돈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방긋 웃으며 인사한다. 계속해서 처녀4를 주목하고 있는 코러스들.

코러스3아, 참 혹시 너희들도 봤니? 며칠 전에 한 자매님이 상한 심령으로 주님 앞에 나와 엉엉 울면서 밤을 새워 기도하던데 정말 은혜로운 모습이었어. 분명히 주님도 기뻐하셨을 거야. (처녀4를 향해) 그렇죠?

처녀4, 다른 사람의 칭찬을 듣는 게 어색한 듯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진다. 하지만 이내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미소지으며,

처녀4아...네.. 그렇겠죠.

처녀4의 어색하게 웃는 얼굴 위로 그녀의 속마음이 들린다.

처녀4(방백, 속마음) 참 나, 사람들이 이렇게 순진하다니까! 오죽 죄가 많으면 그렇게

울어대겠어? 예수님이 언제 죄지으라고 했나? 구원받고 거듭났으면 그저 예수 이름만을 위해서 모든 걸 던지고 헌신해야하는 거야. 그런데 죄지을 틈이 어디 있겠어? 안 그래? 쯧쯧.. 이래서 사람을 보면 안 되고 오직 주님만 바라봐야 하는 거라니까.

코러스들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순간, 비틀하며 기둥을 짚고 간신히 서는 처녀4.

코러스2왜 그러세요?

처녀4아, 네.. 제가 더욱 온전한 신부가 되기 위해 금식을 하며 작정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오늘이 벌써 9일째네요. 그동안 한 금식만 해도 전부 합하면 100일도 넘을 텐데 이번이 유독 힘드네요. 하지만 이겨내야죠. 우리 주님은 이보다 더한 고통도 견디셨는데... 주님을 위해서라면, 주님의 신부가 되기 위해서라면 전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무대 앞쪽으로 나서며 다시 방백, 속마음) 난 내가 생각해봐도 정말 대단해. 하루 세 시간 이상씩 기도하지, 예배란 예배는 죄다 참석하지, 눈에 띄는 대로 봉사하지, 헌금은 또 어떻고? 아마 나보다 더 많이 내는 사람은 없을껄? 내가 주님을 위해서 이 정도로 애쓰고 노력하는데 나 말고 또 누가 주님의 신부가 될 수 있겠어? 안 그래?

말을 마치고 관객을 향해 씨익 하고 웃는 처녀4.

무대 위의 조명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코러스만을 희미하게 비춘다.

코러스(노래) “주 예수 대문 밖에 기다려 섰으나 단단히 잠가두니 못들어 오시네 나 주를 믿노라고 그 이름 부르나 문밖에 세워두니 참 나의 수치라 문 두드리는 손은 못 박힌 손이요 또 가시 면류관은 그 이마 둘렸네 이처럼 기다리심 참 사랑이로다 문 굳게 닫아두니 한없는 내 죄라..”

코러스들이 서글픈 얼굴로 나지막하게 찬송가 325장을 부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흐느끼면서 코러스의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부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코러스가 노래를 멈추고 돌아보면 여태껏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고 있던 처녀5가 무대 구석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처녀5(노래) “...주 예수 간곡하게 권하는 말씀이 네 죄로 죽은 나를 너 박대할소냐

나 죄를 회개하고 곧 문을 엽니다 드셔서 좌정하사 떠나지 마소서”

어느 순간 자신의 목소리만이 무대 위에서 울리고 있음을 깨닫고 서둘러 노래를 멈추는 처녀5. 그녀의 주변을 빙 둘러싼 채 그녀의 목소리에 취해 있던 코러스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코러스1그대는 왜 울고 있나요?

처녀5부끄럽고 죄송해서요.

코러스1무엇이 그렇게 부끄럽고 죄송한가요?

처녀5모든 것이 다요.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저는 도저히 그 분과 어울리지

않는 천하디 천한 존재인데, 저같은 것에게도 이렇게 신부될 자격을 주시다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주님... 어찌하여 이 벌레만도 못한 인간에게 이토록 큰 은혜를 베푸시는 건가요? 주님...

처녀5의 소리 없는 흐느낌만이 무대 위를 가득 덮고 있는데, 코러스들 역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찍어낸다.

처녀5죄송합니다. 주님. 당신께선 제게 생명을 주셨는데 저는 당신에게 아무 것도 드릴 게 없네요. 죄송합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코러스1당신의 그 마음을 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처녀5제 마음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그 분의 것이었어요. 그 분이 없는 세상의 즐거움

따위가 날 어쩌지 못하고, 그 분이 오실 이 때만을 사모하고 또 사모하며 살아 왔는데 어찌 제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을 수 있겠어요?

(노래) “다시 한 번 인생으로 산다 해도 오직 주를 위해 매일 살겠네 나 위해 돌아가신 예수만이 나의 전부 오직 예수 예수님만이 예수 나의 주님 오직 예수 날 위하여 이 세상에 다시 오시리..”

코러스(처녀5와 함께) “오직 예수 예수님만이 예수 나의 주님 오직 예수 날 위하여 이 세상에 다시 오시리..”

처녀5고마우신 우리 주님의 이름을, 사랑하는 우리 주님의 이름을 아무리 불러보고 또 불러보아도, 부끄러운 건, 죄송스러운 건 어찌할 수가 없네요... 그저 감사할 뿐이죠.. 나같은 죄인까지도 깨끗하다 하시고 신부의 자리에까지 불러주시는 그 크신 은혜, 그저 감사할 뿐이죠..

코러스1정말 대단해요. 당신의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네요.

처녀5(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본다) 제발 저에게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전 정말

무익하고 쓸모없는 종일뿐이랍니다. 만일 저에게 조금이라도 어여쁘게 보여지는

모습이 있다면 그건 제가 한 것이 아니고 오롯이 주님의 은혜일뿐이니 행여라도

제게 그런 칭찬 같은 건 하지 말아 주세요. 찬송 받으실 분도, 영광 받으실 분도 오직 한 분, 나의 주님뿐 이시니까요. 저는 다만 그 분이 절 잊지 않고 불러주셨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해요. 문지기면 어떻고, 발등상이면 어떻겠어요? 주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말을 마치고 다시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처녀5.

코러스들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데,

잠시 암전이 되는가 싶더니 각자 다양한 자세로 취침중인 처녀들의 모습이 보인다.

처녀1은 大자로 누워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있고, 처녀2는 자꾸만 몸을 뒤척인다.

처녀3은 의자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고, 처녀4는 성경을 꼭 쥔 채 하얀 침대 위에 누워있다. 처녀5는 단 아래 꿇어앉은 채로 엎드러져 있다.

코러스 (노래) “보라 그 날이 곧 다가오리라 생명의 주 예수 영광 중에 오실 날 네가 그 것을 곧 보게 되리니 영원한 집으로 인도하시리라 나 주님을 기다려 구속하신 그의 백성 호산나 주 맞을 준비하세 어린양 주 예수 오시는 날엔 모든 눈물 씻어주시리 할렐루야 찬양해 그의 영광 그의 능력 어린양 주 예수 그의 나라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게 되리 주여 어서 오소서 아멘.”

코러스의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코러스1(우레와 같은 목소리로)신랑이다! 맞으러 나오라!

그 소리에 허겁지겁 일어나는 처녀들. 그런데 처녀1은 여전히 꿈나라에 있다. 부랴부랴 그를 깨우는 처녀2. 신랑이 무대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 뒤를 따르는 코러스들.

그러나 처녀1과 처녀2는 방향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헤맨다.

반면, 처녀3과 처녀4는 서둘러 신랑을 향해 나가면서 자리다툼을 하는데, 신랑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친다.

구석에서 신랑이 들어선 방향을 향해 조용히 꿇어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처녀5.

무대 구석에서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처녀5를 향해 신랑이 다가가 끌어안아 일으킨다.

부끄러움에 차마 신랑의 얼굴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처녀5.

신랑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냐.

처녀5단 하루도, 단 한시도 그대 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신랑그런데 어찌하여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냐.

처녀5주님의 그 거룩한 손으로 제 추한 몸을 안으시니 가슴이 너무 뛰어 차마 님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신랑이런! 내가 이미 깨끗하다 한 것을 네가 어찌 추하다 하는 것이냐.

처녀5죄송합니다. 주님. 어찌 제가 그 크신 사랑을 모르겠습니까? 다만 저는 그 은혜가 너무 겨워 감당할 수가 없을 뿐입니다.

신랑껄껄껄. 과연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신부로구나. 자, 이제 나와 함께 가자. 내가 너의 모든 눈물을 씻겨줄 것이니 이제부턴 너에게 오직 평안과 기쁨만이 넘치게 될 것이다.

코러스(노래) “나의 사랑하는 자의 목소리 듣기 원하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바위 틈 은밀한 곳에서 듣기 원하네 부드러운 주님의 음성”

신랑(코러스의 노래를 받아)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

처녀5만을 품에 꼭 안은 채 무대 한편으로 퇴장하는 신랑.

다른 처녀들이 그 뒤를 따르려 하나 코러스들에 의해 제지당한다.

망연자실하여 쓰러져 있는 그들의 뒤로 “너는 나를 인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같이 팔에 두라”는 아가서 8장의 말씀이 펼쳐진다. Fade Out.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