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수확 [추수감사]
*대본 : 염은지
*최병기(초보농부), 박명자(이웃집 아줌마)
*추수감사절
조명 들어온다.
최병기, 큰 상자를 들고 나와 옆에 놓는다. 앞(객석)을 자랑스러운 듯, 크게 둘러본다.
박명자 등장한다.
박명자: 총각~, 거기서 뭐하고 있어~.
최병기: 가을걷이 해놓은거 보고 있었어요.
박명자: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거 지겹지도 않어~? 허긴, 태어나서 첨~ 지어본 농사니께, 정이 들만도 할겨~.
햐~ 세상살기 좋아졌네. 농사 한번 짓는데 (객석 한쪽을 가리키며) 쭉쩡이들이 저만큼 밖에 안나오니까 말여~.
최병기: 처음이라서 실수도 많이 했는데 말이에요. 저렇게 풍성하게 쌓여있는것들이 전부 다 제가 지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박명자: 총각같이 농사짓는 사람 내 평생에 처음 봤당께. 아, 씨뿌린답시고 설치다가 자빠지질 않나, 밭에 김맬 때 생~ 싹을 뽑질 않나. 그뿐이여? 제초제랑 농약이랑 뒤바뀌어 서리, 하마터면 아까븐거 다 죽일뻔했잖혀~.
그란 데도 요로코롬 잘 됐으니, 총각 진짜 대단혀~.
최병기: 그게 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셨기 때문이에요.
박명자: 총각 또 그 소리여? 아유~, 누가 예수쟁이 아니랄까봐.
최병기: 하지만 사실인걸요. 제가 아무리 씨를 뿌리고 최상급의 비료를 줘도 하나님께서 비와 바람과 햇빛을 주시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에요.
박명자: 허긴, 아, 아무리 사람이 온갖 짓을 다해도 하늘이 통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지. 자네 말이 맞구먼~.
있잖혀, 나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디.
최병기: 뭐데요?
박명자: 총각은 학벌도 좋구, 돈도 잘 벌고, 서울에서 잘먹고 잘 살았다며~. 근디, 어째 그 좋은 거 다~ 버리고 요런 시골로 와서 농사지을 생각했어?
그 이유가 궁금해 죽겄는디.
최병기: 저도 처음에는 도시에서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뭐든 다 가지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구요. 가지면 가질수록 원하는것은 한도 끝도 없어지고, 두렵기만 했죠. 빼앗길까봐요. 제 주위의 사람들이 전부 다 저를 감시하거나 제 것을 빼앗을 궁리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사람들이 서로 감시하고 메마르게 사는 것이 더 이상 보기 싫었어요. 그래서 다 정리하고 여기로 내려온 거예요.
제 손으로 일일이 다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으며 농사를 지어보니까, 소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그리고 자연과 하나되어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삶인 것을 알겠더라구요.
박명자: 난 자연과 하나 안 돼도 좋으니께, 도시에서 돈 걱정안하고 살아봤음 좋겠어~. (객석 한쪽을 가리키며)
근디, 저~기 저쪽엔 뭐여? 과일이랑 해서 따로 놨뒀네.
최병기: 아, 저건 천사의 집에 갖다 줄 거예요.
박명자: 천사의 집? 그시기, 저~기 저 얼마 전에 생겼다던 그 고아원 말여~?
최병기: 네. 수확한거좀 갔다줄려구요. 하나님께서 이렇게 풍성하게 주셨는데 제 배만 채울 수는 없잖아요. 서로 나누며 살아야지요.
박명자: 아유~, 총각 좋은 일 허네~. 허긴 짐승도 서로 돕고 사는데 사람이 지것만 챙기면 그게 사람이여? 짐승보다 못한 놈이제~.
(상자를 보며) 응? 이건 또 뭐여? (상자를 들어 들여다보며) 워메, 이거 곶감 아녀~? 이렇게 귀한걸. 이건 어따 쓰려고?
최병기: 그냥 한번 만들어 봤는데 맛있게 잘 됐더라구요. 애들 갖다 주면 좋아할 거 같아서요.
박명자: 그려? 만들기 쉬지 않았을 틴디. 아유~, 되게 맛있겠네. 나 하나만 주면 안 되여?
최병기: 아주머니거 따로 준비해 놨어요. 조금 있다가 갔다 드릴게요.
박명자: 참말이여? 이거 고마워서 어떻혀~. 아, 집에 호두기름 짜 놓은 거 있는디, 한병줄까?
최병기: 뭘요. 괜찮습니다.
박명자: 아녀, 아녀, 괜찮혀~. 내가 지금 얼른 가져올테니께, 여기 꼼짝 말고 있어. (퇴장)
최병기: (박명자가 나간 뒤 천천히 상자를 들고 몇 발작 걸어나온다)
햇빛과 비와 바람을 주시고 이렇게 풍성한 수확을 허락하신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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