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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지폐 예술성 세계 최고 자부심"

은바리라이프 2009. 6. 29. 11:55
"5만원권 지폐 예술성 세계 최고 자부심"
신사임당 초상 그린 이종상 화백 "영정 고쳐야 한다는 스승 소원 풀어드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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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시작할 때 향 피우고, 작업 기간 내내 병 문안이나 상가에도 안 갔습니다. 눈동자를 찍을 때는 전화도 끊었어요. 그간 주위에 결례를 많이 했지요."

6월부터 시중에 유통되는 5만원권 화폐의 신사임당 초상을 그린 이종상(71ㆍ예술원 회원ㆍ사진) 화백은 1일 통화에서 그간의 지난했던 작업을 돌이켰다. 이 화백은 한국은행의 의뢰를 받은 2007년부터 각기 다른 기법으로 10개의 초상을 그렸고, 하나씩 제외시킨 끝에 마지막 초상을 완성했다. 5,000원권 지폐에 있는 율곡 이이의 초상도 그린 이 화백은 "초상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 인물의 철학과 작품세계까지 모두 이해하고, 초혼(招魂)을 하면 무당이 작두를 타듯 초상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 화백이 그린 신사임당 초상은 그의 스승인 이당 김은호(1892~1979) 선생이 그린 신사임당 표준영정과는 사뭇 다르다. 화폐에 맞게 측면으로 각도를 돌리고, 표준영정에서 19세기 풍이었던 의상과 머리 모양을 16세기 것으로 바꾸고, 동공과 입술 부분도 수정했다. "표준영정에는 서양의 음영법이 일부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스승께서도 '사임당 영정을 고쳐야 되는데'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스승의 소원을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한국의 독특한 인물화 기법에 흥미를 느낀 이 화백은 "학교에서 쫓겨날 각오로" 조선의 마지막 어진 화가였던 이당 선생의 서울 와룡동 집을 찾았다고 한다. "이당 선생께서는 '교복 입은 미대생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으셨고, 이후 3년간 스승에게서 전통 기법을 전수받았지요."

이 화백이 5,000원권의 율곡 초상을 그린 것은 1975년 30대였다. 원래 작업을 맡았던 이당 선생이 쓰러지는 바람에 제자인 그가 이어받게 됐다. 이 화백은 당시 김기창, 김유태 선생 앞에서 무릎 꿇고 들었던 조언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화폐는 단순한 유통수단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이고 문화의 척도다. 이제 화폐에 그림을 그렸으니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그는 "이후 화폐용 영정을 그린 책임감으로 평생 가난하게 살았을지언정 돈 문제에 얽히지 않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이 화백은 "5만원권 지폐는 처음으로 예술가의 모습을 담아 뜻이 깊고 예술적으로도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다. 국내의 대표적 작가인 이 화백은 원효대사, 장보고 등 표준영정을 가장 많이 그렸으며 서울대 미대 교수, 서울대 미술관장을 역임했다. 1970년대 말부터 독도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독도문화심기본부장을 지내는 등 독도 지킴이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