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 마음대로 달을 옮겼나 | |
| 새 5만원권 ‘월매도’ 원작 훼손 가지 자르고 보름달 끌어내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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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5만원 권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사임당 후손과 숭배자들은 지폐 앞면의 사임당 얼굴이 평범하고 속되다며 안타까워한다. 미술사학자들은 지폐 뒷면에 조선 중기 화가 어몽룡(1564~?)의 <월매도>와 이정(1541~1622)의 <풍죽도>를 가로로 눕히고 가지까지 잘라내 원작의 미를 훼손했다고 참담해한다. 그러나 한국은행 쪽은 예술을 모른다고 개탄한다. 가로로 보아왔던 고정 관념을 깬 파격적 디자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답답해한다. 스위스 같은 선진국들에서 시도했던 참신한 디자인으로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으며 몇 번 보면 친숙해질 것이라고 강변한다. 스위스 지폐를 찾아봤다. 앞뒤 모두 현대 예술가들의 얼굴과 작품을 세로로 배치하고, 숫자도 모두 세로로 배치했다. 화폐 자체를 세로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새 5만원 권은 기본적으로 앞뒤 모두 가로 디자인이다. 뒷면도 숫자 ‘50000’을 가로로 가장 크게 쓰고, 한국은행의 영문 표기인 ‘뱅크오브코리아(Bank of Korea)’와 ‘한국조폐공사제조’도 가로로 썼다. 누가 봐도 가로 디자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왼쪽 끝에 ‘50000 won’이라는 글자를 세로로 작게 쓰고 <월매도>와 <풍죽도>를 세로로 배치한 뒤, 선진국처럼 파격적이고 참신한 세로 디자인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억지다. 한국은행은 혹 앞면은 가로로 배치했지만, 뒷면은 세로로 배치한 브라질 등의 예를 들며 다시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경우도 뒷면 풍경이나 동물들은 내용상 세로 배치가 분명하고 중심 숫자와 문자까지 세로로 배치해 누가 봐도 완결된 세로 디자인이다. 이에 비해 새 5만원 권 뒷면은 가로도, 세로도 아니다. 만약 외국 돈을 본 따 5만원 권의 뒷면을 세로로 디자인하고 싶다면, 중심 숫자와 문자까지 세로로 배치해 완전한 세로 디자인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월매도>는 본래 모습으로 복원해 놓아야한다. <월매도>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매화 가지를 거의 3분의 1이나 잘라버리고, 하늘 끝에서 교교하게 빛나던 보름달도 반이나 끌어내려 원화의 아름다움을 크게 훼손했다. 높이 솟은 매화 가지와 보름달이 그려낸 무한한 여백은 <월매도>의 조형적 본질이자 미학적 핵심이기에 반드시 본래 모습을 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고한 월매가 아니라 거친 가시나무 잡목처럼 보이기 쉽다. 원화의 담백하고 맑은 묵조에 비해 농담을 너무 짙게 처리하고 가로로 뉘어놓아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더구나 시커먼 매화 둥치 주변의 좁은 공간에 숫자와 글자까지 잔뜩 몰아넣어 답답하게 만든 것도 우리 옛 그림의 경영 위치에 대한 원리를 벗어난 무리한 구도다. 세로로 만든다고 화폐 디자인의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명화라고 다 화폐 도안에 적합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소수의 예술가만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화폐가 되기를 바란다. 강관식 한성대 교수(한국미술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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