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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사임당의 부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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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폐 만엔권의 인물은 후쿠자와 유키치. `탈아입구(脫亞入歐)' 사상의 주창자다. 여기에 기초해 과거 일본은 급속히 근대국가의 형태를 갖췄고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했다. 아직까지도 역사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배후 논리로 작용한다. 뉴질랜드 여성 운동가 케이트 셰퍼드, 이탈리아의 교육가 마리아 몬테소리, 영국의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등 화폐 속 인물은 죽은 과거의 사람이 아니라 살아서 현재와 접속된 화신의 형태로 존재한다. ▼프랑스 철학자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앙리 베르그송이 일찍이 기억을 통해 정신과 물질의 관계를 규명하려 했던 것과 유사하다. 그는 “물질은 이미지의 집합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가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체계를 갖춤에 따라, 이미지를 지속시키는 운동들은 그 유기체를 변화시키고 신체 속에 새로운 행동기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데이터의 형태로 뇌 속에 저장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심과 더불어 끊임없이 살아 움직인다는 얘기다. ▼한국 화폐의 초상도 기억과 관계한다. 화폐에 등장한 인물은 만원권=세종대왕, 오천원권=율곡, 천원권=퇴계, 백원권=이순신 등이다. 우리의 역사와 정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해시계와 물시계를 발명한 위대한 인물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율곡, 퇴계, 이순신 모두 문화적 상징체로 손색없다. 이들은 단순히 소멸된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일종의 화신처럼 여전히 기억 속에서살아 숨 쉰다. ▼신사임당을 초상으로 한 5만원권이 다음 주 중 발행된다. 율곡에 이어 신사임당까지 선정돼 세계 화폐 역사상 모자(母子)가 함께 등장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화폐 인물을 2명이나 배출한 강릉은 축제 분위기다. 신사임당은 가장 모범적인 현모양처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여성의 사회 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문화 중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생을 살았다. 강원여성의 자긍심도 높여 주었다. 화폐 초상으로서 그의 부활이 기다려진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kw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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