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공주의 감사제단

은바리라이프 2009. 6. 22. 17:41

공주의 감사제단

출처: 기민사 [성극.com] 중
극본: 김인섭

나오는 이들: 공주 시녀 신하1,2 쥐포장수 떡볶이장수 채소장수 딸 농부

1막 1장

무대가 밝아오면 신하1, 2 무대 중앙에 서 있다.

신 하1 : 공주님께서 어찌 우리를 보자고 하시는지 아는가?

신 하2 : 글쎄? 잘 모르겠구만?

신 하1 : 자네 무슨 실수라도 저지른 게 아닌가?

신 하2 : 난 지금 자네를 의심하고 있는 중일세.

신 하1 : (쑥스럽게 웃으며) 사실은 나도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은 없는가 그게 고민일세.

시녀 등장하며

시 녀: 공주님이 들어오십니다.

공 주: (등장하며) 안녕들 하셨나요?

신 하1,2 : 밤새 평안하셨는지요!

공 주: 경들을 보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추수감사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까?

신 하1 : 아니 그럼 추수감사절에 또 우상을 섬기는 자들이 나타났단 말입니까?

신 하2 : 이런 발칙한 것들이 있나!

산 하1 : 이보게 큰일일세. 어서 가서 …

신 하2 : (말을 가로채며) 그것들을 잡아 엄벌에 처하세.

공 주: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겁니까?

신 하1 : 그럼 그게 아닙니까?

공 주: 이번 감사절에 하나님 제단에 정성스런 예물을 준비해야 겠으니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정성이 담긴 것으로 준비케 하세요. 알겠습니까?
신 하1,2 : 예--! 알겠나이다.

공 주: (퇴장하며) 그럼, 수고들 하세요.

공주 퇴장하고 시녀 뒤따라 나가는데 신하1이 잡아 세운다

시 녀: 왜 그러시는지요?

신 하1 : 저기, 공주님이 좋아하시는 게 뭔지 아나?

시 녀: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신 하1 : 말로는 정성이 담긴 것이라야 한다지만 사실 판단하는 사람이 자기 좋은 거 가져다 놓으면 보기 좋고 흡족한 것이 아닌가?

신 하2 : 이 사람! 또 잔머리 굴리는구만. 정성스런 예물을 준비하라 하지 않았는가?

신 하1 : 공주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정성스럽게 준비하면 되지--이.

신하1, 시녀와 속닥거리는 것을 보고 신하2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퇴장한다. 조명 어두워진다


1막2장

조명 밝아오면 시장이다. 무대 오른편에 쥐포장수, 가운데는 떡볶이 장수, 왼편에는 채소장수가 장사를 하고 있다.

쥐포장수 : 쥐포사세요, 쥐포!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맛있는 쥐폽니다. 둘이 먹다 셋이 졸도해도 모를 쥐포가 왔어요.

떡볶이장수: 이 떡볶이 한 번 잡숴봐. 허한 속이 든든해져. 새콤, 달콤, 매콤한 떡볶이사세요.

채소장수 : 배추 있어요! 무 있어요! 각종 채소 배달도 합니다.

신하1 등장해서 이것, 저것 구경한다.

쥐포장수 : (신하1을 보고 반갑게) 아이고, 나리! 쥐포 좀 사가세요. 쥐포 맛이 끝내줘요. 사모님 사다 주시면 좋아하십니다. 피부 미용에도 좋다는 그런 알 수 없는 소문이 있다니깐요.

신 하1 : 에이 됐소. 마누라 사다 줘 봐야, 살만 뒤룩뒤룩 찔텐데.
쥐포장수 : (신하1 지나가려는데 붙잡고) 아니 그럼 집에 있는 이쁜 공주님이라도 사다 주시면 되죠. 싸게 드릴께요.

신 하1 : 공주님! 공주님은 궁궐에 계시지 우리 집엔 없소. (생각을 한다) 공주님이 좋아 하신단 말이지. 내 있다 올테니 그것 좀 싸 놓으쇼.

떡볶이장수: 아이고-- 나리! 떡볶이 좀 사가세요.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신 하1 : 이보쇼. 됐소. 다 큰 어른이 무슨 떡볶이를 먹는다고 … 어험.

떡볶이장수: (뒤통수에 대고 조심스럽게) 공주님이 좋아하시는데.

신 하1 : (호쾌하게 웃으며 뒤돌아 선다) 공주님이 좋아하신다고라고라고라∼

떡볶이장수: 그러믄입쇼. 매콤, 달콤한 떡볶이 한 접시면 그냥 뿅가요.

신 하1 : 그거 한 접시만 싸 주쇼.

떡볶이장수: 예! 감사합니다.

채소장수 : 싱싱한 야채 좀 사가세요.

신 하1 : 무, 배추, 파 … 이런 걸 공주님이 좋아하시나? 아니지. 공주님 입이 얼마나 고급인데 …, 차라리 삼겹살이나 한 근 사야겠다.

신하1 퇴장하면서 장사꾼들 소리 높아지고 조명 어두워진다.


1막 3장

어두움 가운데 시냇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오고, 조명 서서히 밝아오면 신하2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다.

신 하2 : 새소리, 냇물소리 …자연의 소리가 좋구나! 며칠을 찾아 다녔건만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것을 아직도 못 찾았으니 큰일이구만. 내일이 추수감사절인데 어떻게 하나 …?

채소장수와 딸이 무대 왼편에서 등장한다. 팔다 남은 채소를 무겁게 들고 있다.

딸 : 어머니! 이렇게 많이 남아서 어떻게 해요?

채소장수 : 그러게 말이다. 이거 다 팔아서 너희들 학비에 대야할 텐데 …

딸 : 저희들 걱정은 하지 마세요.

채소장수 : 하나님께서 온갖 것으로 보살펴 주셔서 이렇게 잘 자랐는데 사람들은 인스턴트 식품을 더 좋아하니 정말 큰일이구나.

딸 : 하나님께서도 농사가 잘된 것을 보시고 무척 흐뭇해 하셨을 거에요.

채소장수 : 그러면 뭐 하겠니? 사람들이 몰라주는데 …

신 하2 : (옆에서 듣고 있다가) 하나님께서 흐뭇해 하셨을 거라고? 그렇군. 농부들의 정성이 담긴 농산물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친히 가꾸신 귀한 보물이로군. (채소장수와 딸을 보며) 이보시오!

채소장수 : 예? 저희들을 부르셨습니까?

신 하2 : (채소를 보며) 그거 당신이 직접 농사지은 거요?

채소장수 : 예! 1년 동안 얼마나 수고와 정성을 들였는지 몰라요. 그건 하나님만이 아신다니까요.

신 하2 : 그렇겠죠. 그거 전부 배달됩니까?

딸 : (놀라며) 전부 다요?

신 하2 : 그래 전부다.

채소장수 : (기쁘고 감사한 표정으로) 되고 말구요. 어디로 갖다 드릴까요?

신 하2 : 궁궐로 갖다 주시오.

채소장수 : 아니 궁궐에서 이 많은 채소를 다 뭐에다 쓰시려구요? 잔치가 벌어지나요?

신 하2 : 내일이 추수감사절이라 궁궐에서 하나님께 감사 제단을 만들려고 그런다오.

채소장수 : 그렇다면 이 팔다 남은 채소를 드려서는 안 되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저희가 따로 감사 예물로 준비해 논 것들이 있으니 그걸 가져가세요.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신 하2 : 돈을 받지 않겠다니요. 채소를 팔아서 애들 학비를 대야할 것 아닙니까?
채소장수 : 어차피 하나님 감사 제단에 쓰려고 따로 구별해 논 것인데요. 궁궐 감사 제단에 저희 채소를 놓아주신다면 저희가 더 영광이죠.

신 하2 : 이렇게 고마울 때가. 좋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구별해 논 채소를 하나님 감사 제단에 올리고 남은 채소는 궁궐 요리사에게 전해서 전부 팔아 주도록 할 것이며, 아주머니 채소를 궁궐 주방 납품 식품으로 선정하도록 지시하겠소.

딸 : 어머니 잘 됐어요.

채소장수 : 정말 감사합니다.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조명 어두워진다.


1막 4장

무대 밝아지면 신하1,2 감사 예물을 만들어 놓고 공주를 기다리고 있다.

신 하1 : 자네는 그게 뭔가? 맨 채소류 뿐 아닌가? 그런 걸 공주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가?

신 하2 : 공주님이 좋아하시지 않아도 하나님은 좋아하실 걸세.

신 하1 : 판단은 공주님이 하시는 거야, 이 사람아!

신 하2 : 그래서 자네는 공주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예물을 만들었나? 쥐포, 떡볶이로 … ?

신 하1 : 그럼! 나는 이번 인사 고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걸세. 어흠.

농부 무대 오른편에서 호박을 들고 쭈뼛, 쭈뼛 들어온다.

신 하1 : (농부를 발견하고) 무슨 일이냐?

농 부: (깜짝 놀라며) 저는 농부인데요, 여기서 하나님께 드릴 감사 예물을 제단에 준비하신다기에 제가 정성 들여 가꾼 호박을 가져 왔구먼유,

신 하1 : 호박?

농 부: 예. 호박유.

신 하1 : 꼭 호박같이 생겨 가지고 여기가 어디라고 그 딴걸 가지고 함부로 들어와!

농 부: 호박은 안 될까요? 올해 비도 엄청 내리고 태풍까지 뒤늦게 덮쳐 가지고 농사가 절단 날뻔 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하나님께서 잘 보살펴 주셔서 이렇게 좋은 호박이 달렸지 뭐에요. 그래서 하두 감사하고 고마워서 감사제단에 드릴까 싶어서 왔는데 그냥 갈까요?

농부 호박을 들고 나가는데 신하2 불러 세운다.

신 하2 : 여보시오. 농부!

농 부: 예?

신 하2 : 정말 고맙소. 하나님께서 기뻐 하실께요. 내년에는 농사가 더 잘 되게 하나님께서 잘 돌봐 주실 거요.

농 부: 정말 그럴까요! 말씀만 들어도 감사하구먼유.

신 하1 : 돌봐주긴 개코가 돌봐줘 (소리를 버럭 지른다) 썩 물러가지 못할까.

농 부: (같이 소리치며) 가면 되잖유. 사람 참 삐따닥하네.

신 하1 : (퇴장하는 농부 뒤에 대고) 아니 저놈이 …

이때 시녀 등장하며

시 녀: 공주님 듭시오.

공 주: 준비는 다 되었소?

신 하1,2: 예--이.

공 주: 어디 좀 봅시다. 많이들 준비하셨습니다. (떡볶이, 쥐포를 보며) 이건 누가 준비한 것이오?

신 하1 : (의기양양하게) 소인이 준비하였습니다.

공 주: 이걸 감사 제단에 …?

신 하1 : 공주님이 좋아하실 줄 알았나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공 주: (소리를 지른다) 뭐가 성은이 망극이오. 감사 제단을 준비 하랬더니 하나님 간식거리를 준비한 거요, 뭐요?
신 하1 : (말을 더듬으며) 아니 … 저, 그것이 아니오라 …공주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

공 주: 추수감사절이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지 사람에게 감사하는 것이오? (신하2가 준비한 것을 보며) 이보시오. 얼마나 정성스럽게 준비하였소. 농부들의 땀과 정성이 베어 있지 않습니까? 이 호박에서는 영롱한 빛까지 발하고 있소. (기가 막히다는 듯이) 세상에 …, 쥐포와 떡볶이라니 …. 한 국가의 대신이 그 따위로 아부나 하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 당신은 이번 왕궁 구조 조정에서 퇴출 1호감이야.

신 하1 : (공주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공주마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공 주: (신하2를 보며)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감사 예배를 드리러 가지요.

신 하2 : 예.

공 주: (신하1이 잡은 치마를 채며) 자네는 바깥 어두운데서 슬피 울며 이를 갈게나.

신 하1 : (나가는 공주를 부른다) 공주마마! 가실 때 가시더라도 우리 ○○들에게 한마디하고 가셔야죠.

공 주: 아--참. 그렇지. ○○ 여러분. 오늘은 즐거운 추수감사절입니다. 지금까지 밝은 햇빛과 비를 내려 주셔서 좋은 곡식들을 추수하게 해주신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의 박수를 드립시다.

신 하1 : (퇴장하는 공주와 신하2를 보며) 공주니--임! 아--잉, 같이 가요--오.

출처 :★성극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 자유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