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글 : 박종하(월광교회 드라마팀장)
<나오는 사람들>
나, 선생님, 친구, 아버지, 동생
조명이 밝아지면 한 사람이 뒤에 서 있다.
나 : (관중을 보고 서 있다가 앞으로 천천히 나온다.) 여기 서 있는 나, 나는 여러분입니다. 미워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삶에 부대끼며 겪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우리는 그들의 삶에 같이 동화되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보이지는 않는 벽을 느낍니다. 선생님과의 벽, 친구와의 벽, 그리고 부모님과의 벽, 형제간의 벽, 지금 여러분의 시간은 제것입니다. 벽을 느끼고 무너뜨러야할 시간(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선다.) 이때 선생님 소리를 지르며 올라온다.
선생님 : 야 이 녀석아 그게 말이나 되냐? 이리 좀 가까이 와봐. 니 말이 말 같지도 않잖아 이 녀석아.
나 : 선생님 그게 어째서 말이 안 됩니까 전 충분히 그 대학에 들어갈 만한 실력이 되지 않습니까
선생님 : 아니 이 녀석이 어디다가 눈을 부릅뜨고 그래..(잠시 호흡을 조절하며) 야 .. 너 서울대 갈 수있는 녀석이야. 근데 왜 한사코 지방대를 갈려고 그렇게 안달이야...안달이.
나 : 전 의대를 가고 싶습니다. 제 꿈은 의대지 농대나 사범대가 아닙니다. 제 실력으로 서울대를 간다고 말씀하시지만 .. 제가 원하는 학과는 가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학교 소문도 알고 ..
선생님 : 어.. 이 녀석 봐라. 무슨 학교소문.. 임마. 나 참 어떤 녀석은 못 가서 안달인데 이 녀석은 보내준다고 해도 가지 않는다고 버티니.. 그래 이 녀석아 니가 학교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래 학교의 명예를 세워주는 것이 그렇게 배알이 뒤틀리냐?
나 :(소리를 지르며 선생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학교 명예 때문에 내 인생은 아무렇게나 뒹굴어도 괜찮다는 말씀이십니까? 서울대... 서울대 하시는데.. 서울대가 그리 중요합니까. 제 꿈은 의대입니다. 의대에 들어가서 불쌍하고 돈 없는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이 꿈을 선생님이나 학교가 망쳐놓을 권한은 없습니다.
선생님 : (들고있던 종이뭉치를 나에게 던지며) 그래 이놈아.. 니 잘났다. 그래 그리 잘 난놈이 왜 공부 좀 더 잘해서 서울대 의대나 가지... 지질이 공부 못해 가지고 이렇게 난리를 쳐! 그래 3년 동안 널 키워온 학교가 너에게는 그렇게도 보잘 것 없는 것이었냐?
나 : 3년 동안 학교에서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줬습니까.. 저는 친구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모두 경쟁자들입니다. 무조건 공부 만하고 달달 외우는 게 학교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까? 학교는 오히려 저를 망쳐 놓았을 뿐입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학교가 저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선생님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생님 : (크게 한숨을 쉬며) 그래 내가 졌다. 니가 원하는 학교를 써 주마 하지만 말이야 지금 이 일로인해서 나는 네게 굉장히 싫어지는 구나 이제 니가 학교를 졸업하면 다시는 보지 않기로 하자.. 차마 선생님으로써는 못할 말이지만.. 선생님이 나가고 나는 혼자 남는다. 그러다가 무대 밖을 향해서 친구를 부른다.
친 구 : 왜 불렀어 무슨 일 있어..?
나 : 나 외로워 외로워 죽겠어.
친 구 : 그래? 정말 그렇게 외로워 너 기독교인 아니니..? 기도해 너 그거 좋아하잖아. 사실 나 조금 바쁘거든 이해할 수 있지.
나 : 그래 기도.. 기도해야지 하지만.. 하지만 기도와 친구의 위로는 달라 적어도 너는 내 친구잖아. 그정도도 해 줄 수 없니? 대체 너는 나를 과연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거니? 넌 언제나 나와 만나면 무슨 일을 핑계 대고 가버려.. 과연 그게 친구니?
친 구 : 너 지금 나에게 화내는 거야? 너 알아? 니가 정말 이기적이라는 걸... 넌 지금 니가 한번 날 찾고 내가 바쁘다니까 화를 내는 거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건데..? 내가 너에게 퇴짜맞은 약속이 몇 번인지 너는 알기나 하니.. 손으로 셀 수도 없어.. 그래 말 나온 김에 말하지.. 나 어 싫어.. 너무 잘났어.. 난 나와 이상하게도 항상 중학교 때부터 같은 반이었고,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어. 그때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난 나와 그렇게 같이 생활하는 게 싫었어.. 넌 뭐든지 잘해.. 항상 나랑 경쟁하고 그리고 그때마다 이겼어.. 넌 항상 1등이었고, 난 2등이었어 아무리 내가 열심히 머리 싸매고 해도 난... 난... 항상 2등이었어.. 너! 내 꿈이 뭐였는지 알아? 널 이기는 것, 널 내 밑으로 깔아 뭉게는거야.. 나도 너처럼 잘하는 것 많아 글도 쓰고, 미술도하고, 찬양도 잘해 하지만 모뜰게 너보다는 못해 모든 사람이 나보다 너를 더 인정해. 그래서 싫어...
나 : 그랬어.. 내가 가장 믿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가 그런 생각을 했어.. (하늘을 보며) 하하하하... 이 세상은 믿을 곳이 없어.. 난 나가 가장 절실한 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이 외로움을 품어 줄 사람이 너라고 믿었는데.. 넌 겨우 지독한 위선자에 불과했구나...
친 구 : 그렇게 말하지마. 나도 이런 내 마음이 싫어. 아니 나 자체, 나란 놈이 싫었어.. 나도 너처럼 나를 생각하는 친구를 그렇게 보는 내 자신이 정신병자가 아닐까. 고민한 적도 많아.. 하지만 이세상을 봐.. 모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웃고 살지.. 아부와 위선의 천국이 이 사회라고 할까.. 나는 그런 곳에 들어가기 위해 좀 더 일찍 길들어졌을 뿐이야.. 니가 좋아하는 말이 있지.. 원수를 사랑하라. 그 원수에 나를 넣어 줘.. 그리고 용서해라.. 난 그냥 너에게 미안할 뿐이야.(시계를 본다) 미안해 지금이 8시니까. 여자친구 만날 시간이거든.. 나 친구가 나간 쪽을 본다. 그리고 침울해 져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버지 들어온다.
아버지 : (술이 취해 술병을 하나 들고 나를 본다) 아이구 나 아들놈 왔는가..그려 공부는 잘 했는기여..
나 : .........
아버지 : 아따 이눔아 피쳤는기여.. 아 사내가...바깥일을 하다 보면 술도 먹고 그러는 것이재. 왜 그려?
나 : 아버지.. 또 저기 꽃다방 아줌마와 놀고 오셨죠
아버지 : 이눔아 꽃다방 아줌마가 무시기여...! 이눔.. 장래 니 엄니가 될분이여.. 이눔아
나 : 나는 싫어요
아버지 : 이눔이 시방 나에게 대드는기여..(손을 높이 쳐들고 때리려다가 천천히 내려 놓으며) 이눔아 인자 잊어뿌러..니 엄니는 없단 말이여.. 꼭 니는 엄니 없는 티를 낼라그라냐. 그 여자 좋은 여자여.. 마담이 그랬구만 니를 친자식 멩키로 보살피겄다고..
나 : 어쨌든 나는 싫어요
아버지 : 니는 학교에서 그런 것만 배웠냐... 학교에서 니 선상이 아버지가 한 말에 때만다 말대꾸하라고 그러디..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 그냥 주저앉는다.) 지금 니 나이가 몇이제.?
나 : 스무 살이요
아버지 : 스무살이라.. 그런께 내가 말이여 지금 니 나이보다 한두살 더 먹고 니 엄니랑 결혼을 했재..리고 그 뭣이냐 허니문 베이비라고 하더냐.. 그것이 너여.. 나는 니 엄니랑 니를 죽도록 사랑했다..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었은께..(잠시 말이 없다) 그런디.. 그런디.. 말이다. 니 엄니가.. 엄니가.. 교통사고로 죽을 줄 어떻게 알았겄냐.. 그년이.. 그년이.. 내를 두고 지를 그렇게 사랑하는 내를 두고 그렇게 일찍 하늘 나라로 올라갈 줄 누가 알았겄냐.. 그년이...(흐느낀다)
나 : 아니 아버지는 엄마를 사랑한게 아니예요 진짜로 사랑했다면 죽을 때까지 땅에 묻히어 뼈가 한줌의 흙으로 변할 때까지.. 엄마를 잊지 말았어야지요 .. 그런데 겨우 10년 남짓 됐는데...
아버지 : 겨우... 겨우.... 니가.... 이 애비의 맴을 이해하는기여.. 니가 처 없이 그 오랜세월을 산 나를 이해 허냔 말이여.. 그 동안 니 엄니 땜시 죽어 못사는 내 맴을 이해허냔 말이여... 어이 말혀봐.. 이눔아 말혀봐.....
나 : .....
아버지 : 말혀봐... 이눔이 어째 말이 없는 기여.. 말혀보란께... 이눔아..
나 : 그래요 아버지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엄마를 잊지는 말아줘요.
조명이 꺼진다. 독백
독 백 : 나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가. 아무것도 없는 이 텅빈 가슴을 누가 달래어 주는가.. 이 세상의 벽을 부수지 못한다. 다만 거기에 갇히여 밖을 보며 울부짖을 뿐이다. 가슴이 뜯어지도록 목청이 깨어지도록 ..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벽들 사이에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 처절하도록 울고싶은 내 공간을... 내 기뻐하여 하얀 이를 부끄럽지 않게 내 보일 수 있는 나의 공간을 .. 난 울부짖는다. 가슴이 뜯어지도록 목청이 깨지도록 ...
조명 켜진다. 동생 들어온다.
동 생 : 오빠 뭐하고 있어?
나 :........
동 생 : 왜 그래..
나 : 나 세상이 싫어. 모두 다 싫어. 심지어 아버지까지도.. 난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동 생 : 오빤 하나님을 믿잖아.. 오빤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아.. 나는 가끔 오빠와 같은 고민이 생기면 무조건 교회를 가 그리곤 하나님 앞에 나의 모든 것을 고해 바치면 주님이 이러신다. ‘아이구 내 딸이 이런 고민이 있었구나.. 이 아빠가 풀어줄께’하며 해결해 주셔.. 오빠도 하나님의 아들 이잖아.. 기도해. 혼자 하기 싫으면 내가 같이 해 줄게
나 : 하나님도 나를 버리신 것 같아. 나를 이렇게 계속 놔두는 것 보면....
동 생 : 오빠 바보야.. 바보같아.. 왜 그리 멍청해.. 하나님이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지 몰라? 오빠는 아직 그런것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둔해.. 난 하나님이 오빠를 너무 사랑해하시는 것 같아서 질투심이 나는데..
나 : .........
동 생 : 하나님은 이상한 버릇이 있으시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고난을 주신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400년의 고난을 주셨고, 요셉은 자기의 형들이 죽도록 미워해서 상인에게 노예로 팔려 가는 신세였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됐어? 모두 다 하나님께서 축복하셔서 그렇게 된거야.. 지금 오빠는 가뭄에 들어 있는 거야.. 저수지에 항상 물이 차 있으며 이끼가 끼어서 더럽잖아. 그래서 그것들은 없애기 위해서 가뭄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시절이 지나면 다시 넘치게 채워주시지.. 오빠가 이 때를 이기지 못한다면 다시는 물이 들어갈 저수지조차도도 남아 있지 않을 거야..
나 : 나는 정말 가뭄에 들었을까? 내 마음의 저수지는 그대로 있는 걸까.. 무너지지 않고.
동 생 : 그럼.. 오빠.. 비를 바래봐.. 소나기보다 더 센.. 온 땅이 움푹 패일 정도로.. 센 비를.....
나 : 그래... 그래... 비.. 비... 믿음의 비.. 그래 난 하나님의 아들이지.. 예수님과의 형제지.. 그럼.. 난 예수님과의 형제지.. 어찌 사람의 행위를 보고 내가 실망할까. ... 그래 난 하나님의 아들이지..
동 생 : 그래 오빠는 하나님의 아들이야 .. 우리 같이 기도해 ... 그리고 하나님 우리 아빠께.. 물어봐.. 과연 내 말이 맞는냐고.. (무릅을 꿇고 관중을 본다)
나 : 그래 무릅으로 아버지께 가자꾸나 .. 겸손으로 하나님께.. 가자꾸나...(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잔잔하게 음악이 울린다.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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