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씨네큐브, 2월 13일 금요일 8시 30분.
언제나 한갓진 그 곳이 인산인해였다. <워낭소리>를 보기 위해 몰려든 가족, 부부, 연인 등이었다.
늘 이런 식이라면 묵직한 영화 한편과 커피 한 잔과 특유의 고즈넉함을 즐기기 위해 씨네큐브와 미로스페이스 등을 찾던 광화문 사람들도 발길을 점점 끊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관객몰이에 채 적응도 되지 않은 채로 같은 돈 받고 팔자에 없는 고생하고 있는 알바생들이 불쌍해지더니, 사람들은 왜 <워낭소리>를 보려고 할까,에 문득 생각이 머물렀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1. 영화 자체의 울림
2. 느림의 미학이 부각되는 시대
3. 온갖 더러운 꼴이 판치는 세상에 외면하는 대신 아름다운 것과 접하고 싶은 심리
4. 대한민국 국민들의 '떼거지' 문화
이렇게 넷으로 요약되었다. 난 이런 경우 대부분 주로 4번 등의 현상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국민성은 월드컵 때 응원을 하거나 김연아나 미네르바같은 영웅을 단기간에 제조하는 데 적절히 활용되지만, 최민수나 우연희를 마녀사냥하는 날카로운 창으로 더 자주 쓰인다. 우리 국민은 알다시피 '나만 그렇지 아니하다', 혹은 '나만 그렇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너만 홀애비'라고 놀리면서 자라온 떼거지 문화의 후예들은 -아직도 그렇게 놀리는지는 모르겠다- , 어른이 되면서 점점 '우리'라는 미명 아래 숨어 있는 군중 속 그림자이길 자처한다. 뒤에 숨어 빼꼼히 고개를 내밀면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르면 '틀리다'며 '다구리' 친다.
<워낭소리>를 본 이들은 알고 보니 사실 불만이 많다. 평생 독립영화 한 편 안 찾다가, 너도 나도 본다니까 엄청 재밌는 줄 알고 팔자에도 없는 한시간 조금 넘는 다큐를 영화관 가서 8천원이나 주고 보니 '뭐 별 것도 없구만, 그 난리들이야'라고 투덜댄다. 잠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온전히 즐기고자 하는 자신만의 시간이 아니다. 충분히 마음을 열고 느끼고 공감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는 없다. 하도 난리니 그래 얼마나 재밌는지 보자, 얼마나 슬픈지 보자, 열받는 일도 많은데 간만에 펑펑 울어보자, 하고 왔는데 그게 아닐 뿐이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할머니가 좀 웃겨"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온 할아버지와 소의 우정, 그것을 통해 본 인생과 삶과 죽음의 의미" 정도의 주제를 가지는 다큐 한 편은 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모을 매력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싶은 것이다.
당신은 '왜' <워낭소리>를 봤는가. 너도 나도 본다는 소문이 아니라면 당신은 어떻게 <워낭소리>를 접했겠는가. 멀티플렉스의 뒷북치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만났겠는가. 그래도 대부분의 관객은 보고 나니 좋은 영화란 걸 알았겠지만, 보기 전엔 그냥 사라질 영화였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수많은 영화들이 빛도 못 보고 죽어간다. 멀티플렉스까지 가지 않고 씨네큐브 안에서만 보더라도,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먹고 비대해진 <워낭소리>는 지아장커 감독의 <24시티>나 베니스 황금사자상 <굿바이칠드런>을 문닫게 하는 힘 쎈 영화가 되어 있었다. 당신은 왜 <워낭소리>를 봤는가. 그러는 동안에도 할아버지의 인생은 흘러만 가고, 땅에 묻힌 소의 살과 뼈는 썩어만 가는데.
mojj
'GG뉴스 > 문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목: 워낭소리-짠하게만드는우정 (0) | 2009.02.20 |
|---|---|
| 워낭소리>와 어느 이상한 인터뷰 (0) | 2009.02.20 |
| 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0) | 2009.02.20 |
| 워낭소리(평점:재미도-7점 작품성-10점) 51 7 (0) | 2009.02.20 |
| 워낭소리, 인간극장 5편 묶음.. '대박'의 이면.. (0) | 2009.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