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감독 : 이충렬
출연 : 최원균할아버지, 이삼순할머니, 소 등등
대략 방울소리 겠지하는 감은 있지만
워낭소리가 뭔가 정확히 알고 싶어서 다음 국어사전에서 "워낭"을 찾아보니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란다.
그러니 워낭소리란 소에게 달아놓은 방울에서 나는 땡그렁~ 땡그렁~ 소리인 것이다.
여기저기서 워낭소리 워낭소리하길래 뭔가 했더니
다큐멘터리 영화란다. 그것도 아주 괜찮은.
그래서 지난 토요일, 워낭소리를 봤는데... 역시 입소문대로 였다.
최원균이라는 79세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 그리고 최할아버지에겐 가족과 같은 소의 이야기 이다
2005년 4월 최할아버지는 부리고 있는 소가 너무 나이가 많아 오래 살 수 없다는 수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우시장에 가서 임신 4개월의 소를 사온다.
늙은 소가 차지하고 있던 외양간도 이 젊은 소의 차지가 된다.
늙은 소는 나이가 무려 마흔이라고 한다.
보통의 소에 비해 두배 이상 오래 산 것이라고 한다.
8살때 침을 잘못 맞아 왼쪽 다리를 못쓰는 할아버지는
30년 이상을 이 늙은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할아버지도 힘겨워 보이지만 소똥이 덕지덕지 굳어있는
늙은소의 모습은 더 힘겨워 보인다.

아마 소가 사람이었으면 일 많이 시킨다고 나는 맞아 죽었을 것이라는 할아버지의 말과도 같이
소는 아무말 없이 그 큰눈을 꿈뻑이며 그저 조용히 일만 했다.
꾸역꾸역 일만하는 할아버지와 늙은소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팔자타령만 한다.
우리네 할머니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고
가끔은 나마저도 입 밖으로 내는 그런 팔자타령 말이다.
이 모습을 보니 내팔자가 상팔자라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도 소에게 먹일 꼴을 구하기 위해
성치 않은 다리를 끌고
저걸 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풀을 실은 지게를 지고 나른다.
할머니는 역시 이런 모습을 보면
농사짓다 말고 소먹을 풀베러 또 없어져서 나만 고생시킨다고 또 투덜댄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할머니 마저 말이 없었다면
아마 관객들은 무성영화로 착각할 정도로 할아버지는 말이 없다.
할머니의 말을 들었는데 대꾸를 안하는건지 귀가 안좋아 못 들은건지...
둘다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이에 굴하지 않고
투덜대다 째려보기도 하는 귀여운(?) 행동을 하신다.

나한테는 사람보다 소가 낫다고 하시는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슬하에 자식이 9남매 있다고 하는데
자식보다 이 소가 낫다고 말하는 동네 사람들도 있으니...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가 어떠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는 소가 없으면 못 살 것이라고 말한다.
추석이 되어 자식들과 손자들이 와서
이제는 소팔고 일도 그만하고 편히 살라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단호히 "안팔아" 라는 한마디만 하신다.

할아버지는 소에게 사료를 먹이지 않게 풀을 베어다 먹이거나 소죽을 끓여서 먹인다.
농사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소와 사람의 힘만으로 짓는다.
바로 옆에 논에서는 농약치고 기계로 모심고 기계로 추수하는데 말이다.
그 덕분인지 할아버지 논에서는 무슨 곤충인지는 모르겠지만 곤충도 살고 개구리도 산다.

할머니는 항상 불만 가득하다.
"저 놈의 소새끼가 없어져야 내가 편하지"
"사료 먹이자니까 안먹이고 나만 이렇게 힘들게 한다"
"다른 집은 다 기계로 농사 짓는데 왜 일일이 손으로 농사 짓냐."
"소나 나나 주인 잘못 만나서 이렇게 평생 일만하고 고생만 한다"
"농약 치면 편한데 왜 농약안치냐 우리도 농약치자"
뭐 할머니의 불만을 쓰자면 한참을 더 늘어 놔야 한다.

할아버지도 나름 이유가 있다.
"사료 먹이면 살찌고 살찌면 새끼를 잘 가지지 못하니 사료 안먹인다."
"기계로 추수하면 버려지는 곡식 알이 많이 생기니 낫으로 베어야 한다".
"농약치면 소에게 먹을 풀을 못 구하니 안된다."
내 생각이지만 이 소가 이렇게 장수한 이유는
신선한 먹거리와 좀 심하다 싶은 노동
그리고 할아버지의 애정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때론 할머니도 할아버지와 나란히 소수레를 타기도한다.
하지만 오르막이라도 있고 소가 힘들다 싶으면 수레에서 내려 수레를 민다.
수레를 미는 와중에도 이놈의 팔자~ 어쩌구 저쩌구 하는 할머니의 신세한탄은 빠지지 않는다.
이런 할머니가 영화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게한다.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들란다.
할머니 아무리 험한 소리를 해도 대꾸도 잘 하지 않는다.
그래도 소가 "워~"하는 소리를 내면 바로 고개를 들고 소의 상태를 살핀다.
이런 할아버지가 맘에 안들어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째려보기도 한다.
이런 소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인지 장마에 외양간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걱정인지
아무튼 할아버지는 외양간을 다시 크게 짓는다.
그래서 젊은소와 늙은소가 한 외양간에 같이 있게된다.
그런데, 이놈의 젊은소는 여물을 먹을 때마다
늙은소를 뿔로 받아치며 늙은소가 여물 먹는 것을 방해한다.
먹고 살려는 동물의 본능적인 행동이었게지만
젊은소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내가 달려가서 막아주고 싶은 생각이들었다.
이런 젊은소의 공격에 힘없고 삐적마른 늙은소는 속수무책이다.
가끔 할아버지의 눈에 띄어 할아버지가 젊은소를 막아주기도 하지만
병들고 늙은 할아버지도 한계가 있다.
"아파~ 아파~" 하며 많이 힘들어하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할머니는 늙은소와 함께 봉화읍내에 있는 병원으로 간다.
봉화읍내 차도를 늙은소가 간다.
마침 한미 FTA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앞을 늙은소가 지나간다.
"미친소가 왠말이냐~"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그 앞을 지나가는 늙은소. 참 아이러니하다.
이 장면도 사람들이 많이 웃었던 장면이다.

병원에서는 할아버지한테 일을 줄이라고 한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아파도 죽을때까지는 꿈지럭거려야지"라며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
영정사진 하나도 없다고 투덜대던 할머니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와 영정사진을 찍는다.
"웃!어!"라고 말하며 면박을 당해도 웃지않는 할아버지와 활짝 웃으며 사진찍는 할머니가 귀엽다.
그때 만큼은 언제나 내 팔자가 편해질까 하고 푸념하던 할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냥 귀여운 옆집 할머니다.
언론에서 한미FTA 때문에 소값 폭락 조짐이 보인다고 하자
120만원을 줘도 안판다던 송아지를 새벽에 팔아버린다.
다른 때 같았으면 150만원도 더 받겠지만 아파서 할 수 없이 팔려고 한 것이라던
할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쓰렸을까 싶다.
여름도 가고, 가을이 왔다.
이 늙은소는 더 많이 늙었다.
하얗게 새버린 속 눈썹이 유난히도 눈에 띈다.
피부도 여기저기 말이 아니다.
그래도 늙은소는 할아버지와
젊은소 먹일 풀을 나르고 할아버지를 수레에 태우고 다닌다.
늙은소가 너무 늙었다는 수의사의 말에
할아버지는 우시장에 가서 소를 팔려고 한다.
100만원에 팔아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500만원에 소를 팔려고 하지만 아무도 그 소를 사는 사람은 없다.
내가 봐도 거져 준다고해도 가져갈 사람은 없어보인다.
소가 팔리지 않자 우시장을 나와 동네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이런 말을 하며 늙은소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수레에 타고 잠들었는데. 눈떠보니 집이더라.
이 소가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다 알고 그걸 다 비겨 온건지 모르겠지만
소가 자기를 수레에 태우고 집에 데려왔다."라고..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늙은소를 팔 생각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가을이 깊어간다.
젊은소에게 일을 배워주려 할아번지가 무던히도 애를 쓰지만
젊은소는 반항(?)하며 일을 잘 배우지 못한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계속 늙은소와 일을한다.
늙은소의 기력이 다했는지
할아버지가 아무리 일으키려 해도 늙은소는 일어나 서질 못한다.
수의사가 늙은소의 상태를 보고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한다.
이에 할아버지는
늙은소와 평생을 같이해온 코뚜레를 빼놓는다.
동시에 워낭도 소의 몸에서 떼어 놓는다.
관객들의 탄식이 여기저지서 흘러나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늙은소는 눈을 서서히 감고 저세상으로 간다.
시간이 지나 소의 무덤에는꽃도 핀다.
많은 관객의 눈에서 눈물을 빼는 할머니의 마지막말이 귓가를 맴돈다.
"그리 아프면서도 영감, 할망 불떼고 겨울 나라고 저리 나무를 많이 해놓고 죽었다."는 말이다.
카메라가 땔감을 훓는데 고통을 참으며 나무를 하는 늙은소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생각과 달리 이 영화는 계속 신선한 웃음을 준다.
할머니의 투정과 투덜거림,
그런 할머니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늙은소와의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이런 둘의 모습이 뜻하지 않은 웃음을 준다.
어찌 생각하면 산골의 두 노인들이 쉬지 못하고 일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잠시 들다가도
할머니의 신세한탄 한방이면 그런 생각을 금방 잊게 만든다.
그러나, 그렇게 소 때문에 자신이 고생한다고 투덜대던 할머니가
늙은소의 죽음 후에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표현한 한마디는
그 어느 멜로드라마의 아타까운 장면보다도 가슴을 울린다.
늙은소가 부디 좋은 세상으로 갔기를 바라고
다음 세상에서는 고생하지 않는 생물로 태어나길 바란다.
또한, 아파~ 아파~ 하며 많이 아파하던 할아버지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자기 혼자 어떻게 사냐고
자식들 이랑은 눈치밥 먹으며 같이 못산다고 하셨던 할머니도
할아버지와 행복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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