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란 무엇인가?
* 다음 내용은 『정신세계(월간, 2000년 2월호)』에 본 운영자가 기고한 내용입니다. 관심있는 분의 일독을 바랍니다.
* 점이란 무엇인가 ? - 동서양 점복(占卜)의 기능과 본질 *
과학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점복을 미신(迷信)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피흉취길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수단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는 사술(邪術)에 불과한지는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이겠고,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점복의 의미와 종류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점을 행하는 목적
사람은 본능적으로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운명과 길흉을 예측하려는 경향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인류 역사의 발달과 더불어 발달해 온 점을 치는 목적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우주와 삶의 진실을 탐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특히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 사람들은 진정한 신의(神意)를 파악하기 위하여 점복을 발달시켰으며, 그것이 더욱 확장되어 사회적인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까지 사용된 것이다. 두 번째, 미래를 예측하여 화를 멀리하고 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리하여 미래에 있을 불측의 재화(災禍)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여기고 있다.
2) 점의 종류
점은 민족과 문화에 따라서 대단히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일률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유럽의 바빌로니아에서 시작했다는 점성술, 지하수맥이나 광맥을 찾아내는 방사감지법(Radiesthesia), 해몽법, 일찍이 인도에서 발달한 점성술과 중국의 복서법(卜筮法)이 역사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복(卜)에서는 주로 수골(獸骨)이나 귀갑(龜甲)을 이용하며, 서(筮)는 서죽(筮竹)과 산목(算木)을 이용한다. 주역(周易:I-Ching)에서의 괘를 얻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서죽과 산목을 이용하지만, 요즘은 동전으로 대신하는 척전법(擲錢法)과 주역 카드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이용되고 있다.
3) 점의 분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으로서의 점은 어떠한 결론을 얻는가에 무관하게, 의문을 가진 사람에게 평온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점에 대한 학술적인 비교연구는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키케로의 논문에서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오래된 연구의 대상이었으며 그에 따라 분류한다면 다음과 같다.
① 귀납적인 방법
일반적이고 평범한 법칙을 넘어서는 어떠한 '결정적인 과정'을 통하여 점을 치는 방법이다.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남녀가 결혼하기 이전에 각자의 출생년월시를 통하여 궁합을 보는 것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이때, 합리적이고 적절한 자격을 갖춘 점술가라면 누구나 거의 동일한 결과를 산출해야만 한다.
하늘의 별을 통한 점술은 미래와 지극히 관련된 것이며, 시간과 역사의 주기성을 가정하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점성술은 고대의 마야 천문학자,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등에서 현저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점성술과 천문학은 대단히 명백한 체계를 간직한 것으로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양자가 거의 분리되기 힘든 것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에트루리아 사람들에게는 하늘과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이며, 심지어는 천둥치는 것을 해석하는 행위가 곧바로 신의 뜻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였으니, 이것은 곧 의사과학의 수준으로까지 점복이 확장된 경우이기도 하다.
기후현상과 관련하여 위로 올라가는 연기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 희생된 제물의 내장(內臟: 특히 간을 위주)을 관찰하는 것, 제물의 제단에 우주(宇宙)를 표시하고 각각의 영역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판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귀납적인 방법은 인공적으로 고안된 사건(형식)을 판독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으며, 예를 들어서 주사위나 제비를 던지거나 하는 행위들이다. 불에 그을린 견갑골을 통하여 판단하는 방법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에 널리 유행하던 것이었다. 고대의 중국에서는 보다 정교한 것으로서 거북껍질을 이용한 점을 치기도 하였다. 한편, 인공적이고 기교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점복가들에 의하여 보다 설명적인 점복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② 설명적인 방법
이것은 점술가에게만 있는 특유의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서 구아테말라의 마야 점술가들은 환자의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하여 환자의 몸위에 계란을 두고 그 위를 걸으면서 나중에 손상되지 않은 것을 물 속에 담구어 둔다. 그리하여, 조용한 곳으로 이동한 다음에 계란의 상징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병의 근원과 성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게 된다.
원인없는 결과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 세상의 법칙이다. 그러나, 뭔가 독단적이고 변칙적인 사건들도 종종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설명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설명적인 점복의 중요한 요소는 인공적으로 조작된 과정과 상황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로써 판단하는 방법이 있는데, 사하라사막 저쪽의 어느 사회에서는 불의 주변에 모여 죄인에 대한 고발을 실험하였다. 이 경우 때로는 대상물을 직접 불에 던져서 결과를 판단하기도 한다. 물점(水占)은 얕은 물에서 대상물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며, 수정(水晶)을 통하거나 혹은 찻잎(茶葉)을 물에 띄우기도 한다.
흙점(한줌의 흙을 땅위에 던진 다음 그 모양을 관찰하거나 땅위의 선이나 점을 통하여 판단), 땅위에 지도 혹은 그림을 그린 다음 그 위에 특정한 물체를 던짐으로써 그 결과를 관찰하는 방법들도 있다(이때 던져진 물건과 또 다른 주변 것과의 근접성을 살피게 된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시행되는 정교한 방법으로서, 의문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내용의 시(詩)를 찾기 위한 제비뽑기를 행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중국의 주역(周易)과는 별개의 것이지만 그에 필적하는 것으로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상의 구체적인 외형적 특징(예를 들면 골상과 수상)을 위주로 설명하는 방식은 대단히 해석적인 방법들이다. 겉으로 잘 노출되지 않는 머리의 모습과 신체의 점(點)을 관찰하거나 해몽을 통하여 정신적인 현상을 해석하는 법은 모두 설명적인 점복 방법에 해당한다.
③ 직관적인 방법
보다 비활동적인 형식을 통하여 대상과 연결·투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은 물질적인 세계 밖의 존재와 통할 수 있는 개인의 특이하고도 신비한 통찰력을 기본적인 전제로 한다. 여기에는 무녀들이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하여 하는 여러 동작을 포함하게 된다(예를 들어서 캐나다 말곤키안 인디안의 흔들리는 텐트의 의식이 있다. 이때 점술가는 묶인 상태이며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텐트가 흔들리기 시작하여 놀라운 소음을 내게 된다).
직관적인 방법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예로 무아지경과 혼수상태에서 예언하거나 사람을 치료하는 마법사, 무당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개인에 고유한 능력으로서 자발적인 현상이다. 이 경우 의문자에게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신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목소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의 힘을 빌어서 사람의 일을 이야기한다는 발상은 대단히 오래된 것으로서, 이집트와 마야의 경우에서도 널리 찾아 볼 수 있었다. 마야에서 제물로 바쳐진 수많은 처녀들이 신성한 장소 혹은 깊은 우물에 던져진 다음 몇 시간 후에, 그들이 시련을 당할 때 받았을 법한 신의 메시지를 전달받기 위하여 살아 남은 생존자들을 다시 데리고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직관적인 방법을 행하는 영매의 경우에 중요한 것은 악의적인 사람은 순진한 사람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발상이다. 따라서 악의를 구별하기 위한 많은 시험들이 행해졌는데 이것은 괴로운 시련을 동반하는 체험이었다. 신성한 존재는 함부로 외부로부터 손상을 받지 않으며, 악의로부터 동떨어져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가혹한 시련 중에는 순진하고 결백한 사람은 음독을 해도 생존할 수 있다는 믿음도 포함된다.
직관적인 점복은 대단히 개인적인 체험이기도 하다. 로마의 사람들은 대화 중에 신으로부터 경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도 했으며, 아즈텍에서는 짐승의 짖는 소리에서 어떠한 징조를 식별하기도 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대단히 개인적이며 독특한 관심사를 점술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한다. 손금보기, 타로카드, 수정구슬 등과 같이 가볍게 자신의 운명을 판단하기 위하여 시도하는 것들도 많이 있다. 특히 대중적인 성향이 강한 점성술은 내용이 분명하고 조리가 있으며,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고차원적인 주제까지도 다루고 있다. 또한 원칙이 대단히 심오하여, 자신의 세계관의 일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는 깊이 있는 몰입을 필요로 하는 것들도 있다.
4) 우리 주변의 점복 행태
흔히들 우리 주변에서 어떠한 학술적인 체계에 따라서 운세를 연구하는 분야를 역학(易學)이라고 일컫는데, 보다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동양오술(東洋五術)이라고 해야한다. 동양오술은 명복의상산(命卜醫相山)의 다섯가지로 분류가 되며 그 구성과 체계를 이해함으로써 점복을 실질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① 명(命): 사람이 출생한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어떤 정해진 삶을 영위하게 된다는 결정론적인 사고방식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사주명리(四柱命理), 자미두수(紫微斗數: 동양식 점성술)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② 복(卜): 운명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유동적이어서, 구체적인 상황과 사건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분야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주역점, 육임(六壬占), 태을신수, 기문둔갑 등의 방법이 있다.
③ 의(醫): 의학적인 방법으로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동양의 방제(方劑)와 침구(鍼灸)를 들 수 있다.
④ 상(相): 겉으로 드러난 구체적인 모습을 통하여 사물의 변화하는 이치를 탐구하는 분야. 관상법, 풍수지리, 성명학(姓名學) 등이 포함된다.
⑤ 산(山): 심신의 수련을 통하여 인간완성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식이(食餌)·축기(築基), 현전(玄典), 수밀(修密)로서의 권법(拳法)과 부주(符呪)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는 점복도 대단히 다양한 분야를 형성하고 있으며, 단순하게 점을 친다는 표현보다는 보다 정확하게 자신 스스로가 어떤 측면의 답변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삶과 주변의 환경을 성찰하기 위하여 오술 분류에서 밝힌 명(命)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는 반면, 세세한 삶의 영역에 대하여 의구심을 떨치고 구체적인 처세의 방법을 찾기 위하여 복(卜)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통하여 운명을 판단하는 사주명리에서는 사람은 작은 우주라고 하는 상징법과 함께, 태어날 당시의 오행(五行)구성의 균형과 조화를 분석하여 구체적인 삶의 영역까지 해설의 적용범위를 넓혀 나가는 연역적인 추리의 방법을 구사한다. 이때 경계할 것은 사람의 삶은 음양오행에 따라서 좌우된다는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숙명론이다.
5) 현대인에게 있어 점의 의미
얼마전 대만의 지진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수많은 동물들이 미리 그 사실을 감지하고 대피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렇게 생명에 잠재되어 있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적절히 발휘할 수 있다면, 굳이 점이라는 거창한 명제를 통하여 미래의 일을 예측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의 경우 그러한 특이한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수많은 점법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가지 고려할 것은, 점의 세계에서도 논리적이며 분석적인 사고력을 적절히 발휘하는 것이 때때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점은 자기 성찰의 도구라기보다는 대부분 현실적이고 세속적·오락적인 성향이 강한데, 무엇보다도 올바른 점단(占斷)의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이치에 입각한 자기 수양과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점이 추구하는 바 본질적인 내용이며, 점이 처음 탄생한 이유와 일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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