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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왜 자살하는가

은바리라이프 2008. 10. 2. 23:02

기독교인이 왜 자살하는가
우리나라 자살률 급증(1)…우울증이 신앙도 무력화
입력 : 2007년 02월 12일 (월) 18:26:28 [조회수 : 6634] 김충렬

   
 
  ▲ 2월 10일 오전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고 정다빈(본명 정혜선) 씨의 영정사진.  
 
최근에 유니나 정다빈 등 젊은 연예인들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자살은 비록 한두 사람이라 해도 연예인이라는 영향력 때문에 그만큼 사회에 파급 효과가 크다. 더욱이 그들이 대개는 기독교인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이러다가 젊은이들에게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이다. 자살관념은 무의식적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활성화되면 무서운 전염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의 자살은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켜 또 다른 모방 자살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자살보도 뒤에 연거푸 자살 사례가 생긴다든가, 집단 동반 자살의 참극이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런 계기를 통하여 기독교인들의 자살 문제와 그 신앙적 대책을 강구해보아야 할 때이다.

1.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   

자살은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많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동정을 살피어 시간을 다투어 적절하게 처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순간적 실수로 생명을 잃게 되기 쉬운 것이다. 최근에 자살은 위기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주요한 수단이 되는 경향이다. 자살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10대 사망 원인 중의 하나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청년기에는 자살이 죽음의 원인 중 5위 이내에 들 정도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인구 10만 명당 20~25명 정도로서 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해당한다. 자살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자살기도(企圖)에 그친 사례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끊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자살에 대하여 사회학자 뒤르카임은 사회집단과의 관계에서 이기적 자살, 의타적 자살, 아노미성 자살 등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이는 자살에 대한 학설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요즈음 보도되는 우리 사회의 자살은 가히 아노미성 자살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사회 적응과 통합적 기능이 차단되거나 와해되어 행동 기준이 일시적으로 상실된 경우이기 때문이다. 자살을 정신분석은 자신을 향한 파괴적 충동, 내적으로 공격적인 살인, 남을 향한 적개심과 공격성이 자기 자신으로 향한데서 나온다고 본다. 이는 우울증 환자에게 화를 내게 하여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살의 동기를 분류해보면 몇 가지 욕구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복수하고 남에게 벌주거나 남을 꼼짝 못하게 지배하려는 욕구, 희생과 속죄의 욕구,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욕구, 죽어서 저 세상에서 만나고 후세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환상적 욕구 등이다. 이와는 달리 창조적 충동으로서의 자살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을 때, 자존심의 상처, 너무나 엄청난 죄책감과 분노에 사로잡힐 때, 자살 희생자의 처지를 공감할 때 자살기도를 하게 된다. 특히 충동이 많은 사춘기에는 막연한 자살관념으로 인하여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많은 청소년이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자살에 대한 생각하지만 이런 관념은 단지 무의식적인 변환의 충동이 구체적 관념에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자살 시도에는 그다지 이르지 않는다. 다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의 상황이라면 문제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 자살의 위험요소를 인지해야만 한다. 

자살의 위험요소(risk factors)를 파악하는 일은 자살의 예방적 효과를 갖는다. 물론 자살기도자들의 단일 요소로서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을 파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자살의 가능성이 높은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는 있다. 여기에는 성별, 연령, 정서 및 행동, 외부적 계기, 스트레스, 자살 시도 경력, 사회적 조건 등이 고려된다. 남자와 여자의 성별에서 자살 시도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하지만 실제로 사망은 남자가 더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살방법에서 남자가 더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차지하는 자살비율이 65~70%로 나타난다. 연령에서 보면 과거에는 25~45세의 자살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10대를 비롯한 청년기의 자살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정서적 및 행동을 보면 우울증에 빠진 사람, 희망을 잃은 사람, 외로운 사람, 독신자, 알코올중독 혹은 남용자, 정신질환자,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사람 등이다. 외부적 계기로서는 친구, 가족, 우상적인 사람의 자살이나 죽음, 명예훼손, 심각한 질병 등이다. 스트레스와의 관련해 직장에서의 사고나 압력, 이혼 등 가정 내 스트레스, 실직 등이 해당한다. 자살 시도의 경력에서는 아무래도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 사람이지만 사회적 조건에서는 정서적 지지 세력이 없거나 중요한 사람으로부터 거부, 거절당함 등이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2.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성   

우울증은 여러 정신질병 중에서 자살률을 가장 높게 점유하는 증상이다. 우울증(depression)은 의기상실한 기분과 정신 운동 저하의 정신적 증후군이다. 우울증은 울증 또는 울병이라고도 하며 대개 불면증이나 체중 감소를 수반한다.  특히 우울증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흔한 장애다. 우울증이 자기 존중감의 상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할 때 여성이 남성보다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여성의 우울증은 주요우울 장애의 시점유병률이 남자가 2~3%인데 비해, 여자는 5~9%였다. 또한 평생유병률 역시 남자가 5~12%인데 비해, 여자는 10~25%에 달하였다. 그 외에도 여러 역학적 연구에서 우울증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2배 정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울증에는 나이와 성별의 차이도 드러난다. 우울증에서 남녀 비율의 차이는 특히 25~44세 집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65세 이상의 집단에서는 차이가 감소한다. 주목할 점은, 사춘기 이전의 소년과 소녀들에게서는 우울증의 유병률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 남녀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우울증의 유병률이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현상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이 제기되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좌절을 더 많이 경험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여성의 대처방식이 비효율적이어서 우울증에 취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반응 방식에도 성별의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남자는 우울증 상태에서 주의 분산적인 활동을 하는 반면, 여자는 우울 증상에 더 예민하게 집착하기 때문에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은 또한 월경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도 있는데 우울에서 회복되는 환자의 경우이다.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하는 기간은 자살할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살이 심각한 우울증에서 일어나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의 상태에서 가능함을 의미한다. 무력감과 절망감의 역동은 우울적 기제와 자살 행동에 내재하고 있는 피해자의 의식적인 정서적 파생물이다. 이들에게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대하는 인지적 도식이 무력감의 기본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생각의 자살 시도는 종종 임상적 우울증의 일부분이다. 자살로 인한 죽음은 급성 삽화 기간 동안 약 1% 비율로 일어나며, 반복적인 우울증을 보이는 환자에서는 평생 동안 15% 정도로 발생한다. 공감적이고 체계적인 면담을 통해 임상가들은 환자의 자살 사고 및 충동, 의도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자살 사고를 보이지만, 이들 중 자살 의도를 갖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위험성은 급성 삽화에서 증상이 완화된 후 몇 주, 몇 달이 지나서다. 가장 높은 자살 위험은 증상이 향상된 후 6~9개월 동안 발생한다. 우울증이 상당한 정도에서는 자살에 대한 생각이 증가하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충동성이 강한 청소년은 우울증 상태에서 자살을 하는 경향이 높다. 자살은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률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약 20%가 자살 충동을 느꼈으며, 이들 중에서 약 9%는 자살을 기도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하는 주요한 이유는 학교생활, 성적 비관과 가족과의 불화나 갈등으로 보고된 바 있다.

3. 기독교인의 자살 예방과 그 대책   

자살에는 기독교인이라도 예외를 둘 수 없을 것이다. 최근의 기독교 젊은이들의 자살을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 중에는 죽음에 대한 동기가 확고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죽음과 삶 사이에서 양면적인 감정을 견디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자살은 대개 순간적으로 선택하는 해결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전으로 ‘자살 사이트’를 통하여 동반 자살하는 형태도 있어 사회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자살의 유혹은 기독교인이라도 우울감의 상태에 있다면 빠져들 수 있다. 우울감의 상태에서는 순간적으로 신앙의 위력이 무력화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열왕기상 19장에 엘리아가 선지자가 바알 선지자 450명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서도 로뎀나무 아래서 죽기를 기도하던 것을 들 수 있다. 이때 엘리아의 우울증상은 온 힘을 쏟아서 기진맥진하게 된 아드레날린 우울성이었다. 대선지자가 자살을 기도했다면 신앙심이 강하지 못한 일반 신앙인에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는 기독교인에게 자살의 유혹과 그 예방적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자살한 사람 10명 중 8명은 자살 의도를 미리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는 보고가 있다. 자살의 누설은 자살의 단서 제공이 된다. 누설하는 방법은 ‘나는 자살할거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자살 방법을 공개하기도 하며, 혹은 ‘당분간 만나지 못할 거야’처럼 간접적인 누설도 있다. 직접적인 누설의 경우 ‘설마, 정말로 자살할 사람이 저렇게 말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쉬우며, 간접적인 누설의 경우에는 그 말이나 행동이 자살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가 나중에야 알아차리게 된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자살자의 60%는 자살 동기나 계획을 직접적으로 누설하며 20%는 간접적으로 누설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약 30%만 직·간접적으로 누설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경우는 ‘죽고 싶다’고 하다가 조용하고 차분해지면 이미 자살을 결심하고 있는 것이므로 자살이 임박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전에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고 정신과에 입원치료를 받은 일이 있으면 자살위험도는 더 높다. 어느 경우에나 자살 시도의 가능성 높은 시기는 첫 기도 후 3개월 이내다. 특히 가족들은 한번 자살 시도한 것이 성공하지 못하고 살아났다고 안심하지 말고 계속해서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인의 자살 예방을 위한 몇 가지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계속)

다음 연재 기사에는 기독교인의 자살 예방과 그 대책에 대하여 논하겠다.

김충렬/ 한국상담치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