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모습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밀양>
구원받은 자로서의 삶의 자세 아쉬워 [2007-06-16 09:42]
- ▲영화 <밀양>의 한 장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영화 <밀양>은 남편을 잃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찾아간 남편의 고향 ‘밀양’에서 아들까지 잃게 된 여인 ‘신애’의 고통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다. 그 안에서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서’와 ‘구원’이며, 우리가 교회에서 익숙하게 해 오던 찬양과 기도의 모습이 그대로 등장한다.
남편을 잃고 밀양으로 내려온 신애(전도연)는 새로운 시작은 커녕 아들 ‘준’까지 유괴당하게 된다. 하나밖에 없는 그녀의 아들은 결국 강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가까운 곳에 있었던 범인도 검거된다. 신애는 동네 약사의 소개로 알게 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그동안 참았던 통곡을 쏟아놓는다.
그녀는 기도회에 참석한 후 신자가 돼 교회활동에 열심히 참가한다. 구역모임에서 그녀는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이런 것인지 알게 됐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거듭난’ 그녀는 밀양역 앞 노방전도에까지 나가서 함께 찬양하고, 그녀를 따라 교회 주일예배에 나타난 종찬(송강호)에게 믿음이 있냐고 다그친다.
하지만 그녀를 ‘신앙인’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할지 모르겠다. 아들이 너무 그리운 그녀는 주기도문을 계속 되뇌어 보지만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를 뿐이다. 거듭났다고 거듭 말하는 그녀지만 그것이 자신의 죄를 깊이 돌아보았거나 그로 인해 구원을 체험했다는 증거는 없어 보인다.
그러던 중 그녀는 더 위대한 신앙의 결단을 내린다.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교회 목사님은 “용서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더”라 말하고, 교인들도 격려와 함께 우려의 빛을 보이는데….
하지만 감독은 이에 앞서 그녀에게 용서의 기회를 줬다. 그녀는 유괴범의 딸이 폭력배에게 당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이 부여한 ‘완벽한’ 용서의 기회마저도 스스로 박차고 나와 버린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영화배우 전도연 씨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60회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개봉 첫 주보다 수상 이후인 둘째 주 관객 수가 더 늘어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애썼다는 이 영화에서 기독교인으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영화에 나오는 기독교인들이 인간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신애를 전도하는 약사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신애 씨같이 불행한 사람은….”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또 이 영화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계기가 되는 신애와 유괴범의 만남에서도 유괴범은 ‘하나님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할’ 기독교인으로서의 올바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채, 자신의 구원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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