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밀양> 능가하는 기독교 영화를 바라며
[2007-06-20 10:57]
<밀양>이 개봉한지 한달이 되어간다. 모처럼 기독교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의 등장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밀양>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리고, 온라인에서도 기독교인들의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주된 관심은 이 영화가 ‘반기독교 영화인가 기독교 영화인가’에 쏠려 있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기독교인이 불편해 할만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반기독교적이지 않다. 또 기도하는 모습, 노방전도하며 찬양하는 모습 등이 등장하지만 기독교 영화도 아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우리가 살아야 할 의미는 하늘이 아니라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에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밀양>은 오히려 기독교 영화보다 우리가 기대하는 기독교 영화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용서나 구원과 같은 기독교적인 주제들이 현실감있게 표현됐다. 기독교인들이 거북할 만한 내용이 들어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내용들로만 가득했다면 이 영화가 일반인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밀양> 제작 과정에 참석한 영상원 출신의 한 목사는 포럼에서 “기독교를 소재로 했으면서 기독교인이 만족할 만한 기독교 영화를 찍지 않았는가를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왜 기독교인들이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기독교 영화’를 못 만들고, 아니 안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말처럼 최근 개봉된 ‘네티비티 스토리’ 등 일련의 기독교 영화들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실패했다.
이 시대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의 힘은 말할 것도 없다. 특정 영화를 천만 명이 관람하는 시대다. 하지만 기독교 영화들은 성경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해내거나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주는 데 그치고 있어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대중들은 뻔한 스토리에 감동받지 않고 영화관을 찾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독교는 만들어진 영화에 토를 다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다는 점만 빼면 성경 곳곳에는 매력적인 시나리오들이 풍부하다.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도 영화화할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다. 반전이 없고 밋밋한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만큼의 용서와 사랑의 반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찾아낸 이야기와 상상력을 접목한다면 더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탄생할 것이다.
이제 만들어진 영화에 해석하고 토를 다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관련학과를 설립하는 등 재능있는 인재들을 양성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좋은 영화 한편이 우리의 어떤 노력보다도 땅에 떨어진 기독교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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