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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기사의 두 번째 문은 사회적 정황이다. 신약 성경 중에 사회적 신분과 계층의
이슈가 무엇보다도 부각되어 있는 곳이 누가 복음이라면, 그 중에서도 성탄 기사는 언덕 위
의 횃불처럼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마리아 찬가는 사회적 신분의 반전을 가져 온 사
건이 바로 예수의 탄생이라고 선언한다. 고대 사회에 신분과 지위는 현대 사회에서와 같이,
생산의 수단이나 상대적인 수입과 생활 수준에 달려 있지 않다. 특히 명예와 수치를 지고의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지중해권 문화에서, 한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그 사람이 어떤 집단에
속하여 있는냐?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종교, 가문, 토지 소유, 직업, 인종, 성, 나이 등등
이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들이다. 산업 혁명 이전의 집단 중심의
사회에서 한 사람은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평가되고 대우를 받는다. 따라서 후견인-예속인
제도가 전체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주요 운용방식(modus operandi)이다. 불과 5% 이
내의 통치자 집단(헤롯 가문과 대제사장 가문)이 거의 대부분 농민들로 구성되어져 있는 나
머지 집단의 노동과 봉사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비둘기 한 쌍으
로 장님 예수를 봉헌하려는 요셉과 마리아, 가난한 시골의 제사장 집안의 스가랴와 엘리사
벳, 성전에서 이스라엘의 경건을 위해 헌신한 시므온과 안나 등은 지배 계급이 아니다. 반면
에 헤롯과 아우구스투스는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는 자들이다. 이들 뚜렷이 대조되
는 두 집단의 신분적 반전이 성탄 기사의 주요 테마 중에 하나이다. 이제 신분이 결정되는
기준이 예수의 탄생을 통해 재정의 될 것이다.
성탄 기사의 세 번째 문은 종교적인 정황이다. 성탄 기사는 성전에서 시작하여 성
전에서 마무리된다. 고대 사회에서 성전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중심지이다. 율법에 의
해 정당화된 성전은 하나님의 집이자,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영적 교차로요, 성전 공간이
상징하는 거룩과 정결의 정도에 따라 사람들을 구별짓는 잣대요, 제사를 통해 죄와 부정한
것이 치유되는 곳이며, 계시가 전달되며 공식적인 율법 해석이 이뤄지며, 시온을 향한 종말
론적인 열망이 집중된 곳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 제사장 스가랴가 누가-행전의 웅장한 드라
마의 막을 여는 역할을 한다. 당시 이스라엘의 전체 제사장들은 24 반차에 따라 나눠져서,
일년에 두 주간 성전에서 봉사하게 되어 있다. 특별한 축제를 제외하고, 제사장들은 일반 제
사와 더불어 매일 두 차례 드리는 타미드 제사에 봉사하였다(출 30:7-8). 이 시간이 되면 성
전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유대인 회당에도 백성들이 모여서 성전을 향하여 예배를 드렸
다. 특히 반차를 따라 성전 봉사를 하는 제사장이 속한 회당의 대표들도 제물을 봉헌하며
성전 제사에 참여하였다. 분향하는 제사는 특히 기도와 관계되어 있어서, 온 백성이 밖에서
함께 기도를 드린다. 따라서 성전과 회당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미쉬나에 따르면,
다섯명의 제사장이 특별히 선별되었는데(m.tamid 5-7), 이는 제비뽑기를 통해서이다. 제사장
으로 이 타미드에 선별되는 것은 일생에 한번 돌아 올까말까하는 영예로운 기회이다.
그레코-로망 사회에서 제비뽑기는 인간의 의지를 피하는 방식으로 이해되어 신적인 선택을
상징하므로, 스가랴가 선별된 것은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역사하셨음을 상
징한다. 분향을 드리고 난 이후에, 참여한 제사장들은 성전 현관 사이에 서서 민 6:24-26의
축복문으로 백성들을 축복하게 되어 있다. 스가랴에게 ‘네 간구함이 들린지라’는 가브리엘의
말은 스가랴가 자식을 낳게 하여 달라는 간구를 하였다 함이 이니라, 백성을 대표하여 이스
라엘의 소원을 간구하였음을 의미한다. 엘리사벳의 수태를 고지할 때에, 스가랴가 놀라며 믿
지 않은 것은 스가랴가 후손의 출생을 포기하였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태의 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