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바울

바울의 로마 방문 계획과 선교 구상

은바리라이프 2008. 8. 22. 17:58

바울의 로마 방문 계획과 선교 구상  



함께 읽을 성서본문 : 로마서 15:22-33


1. 바울이 로마에 가려했던 이유

 그동안 바울은 여러 차례 로마를 방문하려 했으나 현실여건이 허락지 않아 번번이 가지 못했다. 그가 얼마나 로마교회 방문을 열망했는지는 편지의 서두에 적힌 다음과 같은 언급에 잘 나타나있다. “나는 기도할 때마다, 언제나 여러분을 생각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님의 뜻으로 여러분에게로 갈 수 있는 좋은 길이 열리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1:9b-11). 로마는 제국의 심장부였기 때문에 어느 선교사라도 그곳에 가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더욱이 바울은 소아시아 지역을 두루 다니며 3차에 걸친 전도여행을 했으면서도 정작 로마는 비껴갔기 때문에 그 아쉬움과 열망이 남달랐으리라. 바울이 로마교회를 방문하려 했던 주된 목적은, 로마 교인들과 교제하면서 피차 믿음으로 격려 받고 신령한 은사도 좀 나누어주기 위함이었다. 또한 그는 로마교회의 재정적 후원을 받아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을 중심한 로마 서부지역을 선교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다. 그런데 바울이 로마 방문을 지속적으로 원했건만 그 여행길이 연거푸 막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본문은 그 이유를 막연히 사탄(살전 2:18)의 탓으로 돌리거나 성령(행 16:6)의 지시 때문이라고 에둘러대지 않고 그냥 침묵한다. 추측컨대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일루리곤에 이르는 선교여행의 바쁜 일정 때문에 적절한 방문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로마서의 기록 장소로 추정되는 고린도교회만 하더라도 교회 내부의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여 종종 바울의 발목을 붙잡곤 하였다. 하지만 바울은 ‘이제는 이 지역에서, 내가 일 해야 할 곳이 더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더 이상 선교지가 없다는 말일 텐데 과연 그럴까하는 일말의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예루살렘에서 일루리곤에 이르는 곳에 복음이 편만하게 전해졌다고 하더라도 잘 살펴보면 아직도 빠뜨린 곳이 많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울이 다소 과장된 어법을 사용하여 ‘여기서 일 해야 할 곳이 없다’고 한 것을 보면 그가 전략적 요충지를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소아시아 주요 도시에 교회가 세워진 이상, 그들 교회가 나머지 주변에 복음을 전하는 일은 맡아서 진행할 것이므로 그 지역에서 자신의 소임은 끝났다는 생각이 가능하다. 더구나 바울은 임박한 종말 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시 바삐 로마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에 이르러야 한다며 자신을 재촉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불행히도 죄인으로 체포되어 로마로 압송되었기 때문에 본래 계획했던 스페인 여행이 좌절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2. 예루살렘교회에 전달해야할 구제헌금

바울이 로마로 가기 전에 아직 마무리해야할 일이 한 가지 남아 있었다. 그동안 모금했던 구제헌금을 가지고 예루살렘 교회를 방문하여 전달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는 ‘지금.. 갑니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먼 장래의 계획이 아니고 편지를 쓰고 나서 당장 하려는 일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바울은 그 일을 “(예루살렘의) 성도들에게 봉사하는 일(diakonon tois hagiois)”이라고 표현한다. 이방인 교회가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금한 구제헌금을 전달하는 일이 시혜를 베푸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종과 같이 겸손히 섬기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한 이방교회의 구제헌금 모금이 섬김의 행위였다는 사실은 여러 군데서 확인된다(고후 8:4, 19-20 ; 9:1, 12-13). 마케도니아 교회나 아가야 교회들은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 성도들을 돕는 일에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자진해서 즐겁게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사실 그들도 환난의 시련과 극심한 가난에 쪼들리고 있어 처지가 나은 게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들 교회는 예루살렘 성도들을 구제하는 특권에 동참하게 해달라고 바울에게 간절히 요청할 정도였다. 심지어 아가야 교회의 경우는 1년 전부터 구제헌금을 미리 준비해둘 정도의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바울은 그 원인을 예루살렘 교회에 진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방교회는 신령한 복을 나누어 받았으므로,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 성도들을 구제하기 위해 물질로 봉사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바울이 이방교회를 돌며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자들을 위해 모금활동을 벌였던 까닭은 예루살렘교회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갈 2:10). 뿐만 아니라, 이방교회와 예루살렘교회 사이의 유기체적 통일성을 확보하고 상호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3. 함께 힘써 기도해 주십시오.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몹시 걱정하고 있다. 어떤 심상치 않은 예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자신을 위해 열심히 중보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바울이 걱정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예루살렘의 ‘믿지 않는 자들’에게 화를 당하지 않도록, 둘째는 그가 가져가는 구제헌금이 예루살렘 교회에 흔쾌히 받아들여지도록 기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바울이 어떤 심정으로 예루살렘을 향해 갔는지는 밀레도에서 만난 에베소 교회 장로들과 작별하는 장면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면서 거의 마지막 유언같은 비장한 설교를 하였고 이로 인해 그 자리는 울음바다가 되었다(행 20:22, 36-38). 예루살렘의 ‘믿지 않는 자들’이란, 바울의 탈토라적 복음을 반대했던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이거나 율법에 열성이던 보수적 유대교인들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바울이 많은 이방지역에서 선교적 성과를 많이 거둘수록 예루살렘에서 그는 악명 높아갔을 것이다. 그러니 예루살렘은 그를 죽도록 미워하던 적대자들이 우글대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만일 예루살렘교회가 바울이 가져온 구제헌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동거를 해오던 예루살렘 교회와 이방교회 간의 유대는 깨지고 말 것이고, 소아시아 지역의 유대계 그리스도인과 이방 기독교인들도 나뉘게 될 것이다. 바울의 사도권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이스라엘의 구원에 대한 희망도 요원해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바울의 기도부탁에는, 혹시라도 예루살렘 교회에 방해꾼이 생겨 헌금을 수령을 거부하도록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바울의 중보기도 동참 부탁 가운데 ‘열심으로(혹은 힘을 같이 하여)’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synagonisasthai)는 그 어근(agon)이 고대 체육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모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바울은 지금 의례적인 기도부탁이 아니라 기도에 투쟁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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