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바울

바울의 전도 여행을 준비하신 하나님

은바리라이프 2008. 8. 22. 17:50

바울의 전도 여행을

준비하신 하나님

- 로마 제국의 Infrastructure을 중심으로-




6년 8월 나는 터키의 페르게(이후 버가)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에 앉아 있었다. 그 길은 바울과 바나바가 1차전도여행에서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올라갔던 바로 그 길이었다. 버가를 지나자마자 내 눈 앞에는 평지 위에 우뚝 솟은 바위 산맥이 나타났다. 높지는 않았지만, 아주 험한 산이었다. 땅이 너무나 척박하여 바닥은 흙이 아닌 자갈이었으며, 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한 험한 길을 버스로 지나면서, ‘요한이 이것 때문에 버가에서 일행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구나!’(행 13:13)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길을 가기 전 성경 속에서 일행을 떠나는 요한을 보며 겁쟁이라 그를 판단했다. 하지만 직접 그 길을 가보니 겁쟁이라 생각한 요한은 지극히 정상이었으며, 오히려 바울이 비정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울은 복음에 완전히 미쳐있었다. ‘미쳤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내 눈 앞에 펼쳐진 그 산이 너무나 험하고 척박하여, 그 당시 도적과 짐승이 출몰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와 요한과 달리 바울의 눈앞에는 복음 밖에 없었다. 험한 산도, 위험한 도적과 짐승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더 큰 의문이 생겼다. 아무리 바울이 복음의 열정에 미쳐있더라도, 대략 남한의 10배가 넘는 땅을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나침반도 없는 시대에 어떻게 바울은 이미 자신이 복음을 전한 도시에 다시 찾아갈 수 있었을까? 로마 제국의 Infrastructure을 통해 바울의 나아갈 길을 예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우리 한번 더듬어 보자.

전설에 의하면 BC 753년 로물루스는 로마의 7개의 언덕을 중심으로 로마를 건국했다고 한다. 그 후 로마는 왕정, 공화정, 제정을 거쳐 대략 700년 만에 지중해 연안을 지배하게 된다. 로마는 굉장히 개방적 성격을 가진 민족이었다. 이는 그들이 건설한 가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가도의 건설은 그 당시로는 양날의 칼이었다. 가도의 건설로 아군의 연락이나 이동이 편리해졌다는 것은 적국의 정보 수집이나이동도 편리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이유로 오늘날과 달리 연락수단과 정보수집수단이 빈약했던 고대 제국• 왕국들은 가도 건설을 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패쇄적인 다른 고대 제국과 달리 로마는 개방적으로 가도 건설에 나섰다. 로마의 가도 건설은 BC. 312년 재무관 아피우스의 명령으로 건설된 아피아 가도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가도를 건설하였다. 군인들은 새로운 전쟁터에 가게 되면 어김없이 가도를 건설했다. 물론 로마인들이 가도를 건설하기 이전에도 길은 존재하였다. 그 길은 사람과 말의 이동을 통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길이었을 것이다. 로마인들은 이 길을 최대한 직선으로 만들고, 도로 폭을 넓히고, 교량을 놓고, 배수를 좋게 하고, 평탄해 지도록 포장을 했다. 샛길을 지금의 고속도로로 만든 것이다. 그림 1은 이를 잘 나타내준다. 그림 1은 로마가도의 기본 형태를 나타낸 것으로 현대의 아스팔트 포장처럼 바닥을 다지고 그 지역에 풍부한 돌을 가지고 가도를 포장을 하였다. 그들은 단순히 도로를 포장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림 2에서처럼 도로를 중심으로 나무를 심고 인도를 만들고 군데군데 여행자를 위한 돌 벤치를 놓아둠으로써 여행자가 쉬고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바울도 로마 제국에 의해 잘 닦여진 가도를 걸으며 중간 중간 놓여있는 돌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로마가 건설한 도로의 길이는 간선도로만 해도 80,000km, 지선도로까지 합하면 무려 150,000km에 이른다. 중국의 만리장성의 길이가 5,000km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길이인 것이다. 그림 3과 그림 4는 바울이 전도 여행을 했을 당시의 로마의 전역과 소아시아의 가도망을 그린 것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 로마 제국 전체, 소아시아 전체에 그물망처럼 로마식 가도망이 건설되어 있었다. 이 가도망은 큰 도시들을 연결하고 있었으며 이 길을 통해 수  많은 사람들이 로마 전역을 여행할 수 있었다.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때 로마 제국 전역에서 유대인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로마식 가도가 로마 제국 전역을 잇고 있었기 때문이다.(행 2: 9~11) 하지만 길이 놓여있다고 바울이 전도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을까? 바울은분명 목적지를 정하고 일정을 정하여 전도여행을 다녔다.(행 20: 16) 도시가 어디에 있고,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로마의 독특한 ‘이정표’ 시스템이 있어서 가능했다. 로마 가도에는 1로마마일(약 1.5km)마다 ‘이정표’역할을 하는 돌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이 돌기둥을 기준으로 각 도시 간에 거리를 계산하였다. 그리고 여행 지도와 같은 수단이 존재했다. 그림 5는 로마시대의 유물 중 여행용 은컵이다. 그리고 그림 6은 은컵에 적힌 내용을 펼쳐 놓은 것이다. 이는 바울이 전도 여행을 가렸던 서버나(스페인)의(롬 15: 23) 카디스에서 로마 사이에 있는 모든 도시의 이름과 그 도시간의 거리가 기록되어있다. 그 당시 여행자들을 이와 같은 컵을 사용하여 자신의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그 중간에 있는 휴식처와 도시들을 모두 알 수 있었다.

바울은 지중해 전역을 지배한 로마 제국과 그가 소유했던 로마 시민권이 있었기에 자유롭게 전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EU로 통합된 유럽은 이미 한 나라처럼 각 국의 국경의 의미가 사라졌다. 유럽이 통합되기 전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여권검사 및 신분, 수하물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마치 옆 집 드나들듯이 인근 국가를 여행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한다면 거주지를 옮길 수도 있다. EU의 통합 핵심이 상품•사람•서비스•자본의 자유이동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통합처럼 아우구스투스 황제(Augustus. BC. 27~ AD. 14)가 즉위했을 당시 로마의 영토는 서쪽의 스페인에서 동쪽으로 소아시아와 팔레스틴에 이르렀고 남쪽의 북아프리카 연안지역(마우레타니아, 누미니아, 애굽)에서부터 북쪽으로 라인강 및 도나우 강 이남의 이테리 및 마케도니아 지역을 포함하는 지중해 전역이었다. 그리고 황제의 권력이 최고절정에 달한 때는 스페인에서 유프라테스 강과 북해에서 사하라 사막까지 달하는 125만 평방마일의 넓은 로마제국을 통치하였다. 이 모든 지역을 로마 시민권을 가진 자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으며, 법적으로 신분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광대한 로마제국은 25개의 군단과 수개의 함대가 지키는 역사상 유래 없는 강대국을 형성하였고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로마의 평화’(Pax Romana)를 이루어 놓았던 것이다. 지중해 전역은 모두 로마에 속해 있었고, 로마의 시민권은 지중해 전역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는 안전통행증이었다. 또 당시의 로마 시민권은 정당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였다.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천부장에게 붙들렸을 때 자신이 로마 시민임을 밝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았으며, 흥분해 있는 유대인들 앞에서 담대히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행22: 24-29) 그리고 그는 합법적으로 로마 총독의 보호 속에서 죄수의 신분으로서 로마를 여행했다. 로마시민권은 바울이 로마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준 수단이자 방패막이었다.(행 25:10) 바울은 로마의 시민권을 사용하여 로마의 권력과 군대의 보호 하에 마음껏 전도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답해야 하는 질문은 ‘정말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예비하신 것인가?’이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일 2: 17) 로마 제국은 AD 476년 게르만 족에 의해 서로마 제국 멸망하고, AD 1453년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의해 비잔틴 제국 멸망함으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로마 제국의 중심이자 그 당시 지중해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의 포로 로마노는 이제 그 원래 형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성전과 바실리카의 기둥만 남아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복음은 어떠한가? 그 시작은 2000년 전 이스라엘의 조그만 마을 베들레헴에서 시작되었다. 로마 제국처럼 화려하고, 웅장하며, 대단한 시작이 아닌 아주 초라하고 하찮은 말구유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복음은 로마제국이 이루어 놓은 그 모든 것을 통해 퍼져나갔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거쳐 이어졌으며, 지금까지 전해지며 수많은 역사를 이루었다. 로마 제국은 1,000년의 기간 동안 화려하게 꽃피었지만, 그 모습은 이제 허물어지고 퇴락한 유적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생명의말씀은 그 안에 생명이 있어, 2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 속에서 살아 움직였고,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이 말씀은 로마가 이루지 못한 수많은 일들을 일으키고, 역사를 이끌어 왔다. 성경의 말씀대로 이 세상은 지나갔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이 이루시기 원하신 뜻은 세상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루어지고 있고, 이루어질 것이다. 로마인들은 군대의 연락이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가도를 건설하고, 이정표 시스템을 고안하고, 시민권을 통해 로마 시민을 보호하였다. 그들은 하나님을 위해 길을 만들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그들의 사용하셔서 자신의 복음이 전해지는 길을 만들고 계셨던 것이다.


로마 제국은 많은 것을 건축하였다. 콜로세움, 판테온 등은 그 당시의 건축술을 말해준다. 그 건물들을 보고 있으면 2000년 전의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교함과 웅장함을 느껴수 있다. 로마에 가면 2000년 전에 만들어진 아피아 가도 위를 지금도 자동차가 달린다. 20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있는 유물들을 보며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로마인들은 2000년을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정교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건축술을 가졌다. 한국에 삼국시대의 건물이 남아있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그들의 건축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건축술로 자신들을 위하여 도로를 다지고 포장하고 그 주위에 나무를 심었다. 또 그들은 도시간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이정표를 세우고, 각 도시간의 거리와 편의 시설들을 기록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평화와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했고, 결국 지중해 전역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들이 이루어 놓은 평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길 위를 초라한 한 사람이 걸어갔다. 그가 로마 제국 전역을 돌며 전했던 복된 소식은 지중해 전역에 퍼져나갔고, 수많은 핍박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생명처럼 퍼져나갔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사 40: 8)말씀처럼 영화를 자랑하던 로마 제국은 멸망했고, 훌륭한 건축술을 자랑하던 로마인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복음은 지금도 살아, 수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며, 역사를 이끌고 있다. 하나님은 바울이 태어나기 전부터, 로마 제국을 준비하셨으며, 그들이 자신들을 위해 한 모든 일을 이용해 바울의 전도 여행을 준비해 놓으셨다. 나는 알 수 없다. 하나님이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셨는지. 하나님은 이렇게 초라한 나를 위해 전 우주를 움직이고 계신다. 당신에게 나아오는 길, 당신의 복된 소식이 전해지는 길을 예비하신 채, 나를 부르고 계신다. 나도 바울처럼 주님의 복음에 미쳐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을 나서길 바란다.




<참고 문헌>


문원순, 「바울 선교에 영향을 준 그의 환경연구」서울 :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 1986.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0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Res gestae populi Romani. 10 : Omniae viae quae ad Romam duxerunt」, 김석희 옮김 ,서울 : 한길사, 2000.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 Res gestae populi Romani. 1 : Roma non uno die aedificata est」, 김석희 옮김 ,서울 : 한길사, 1995.

일본JTB출판사업국, 「터키 = Turkey」,나운영 옮김 파주 : 한길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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