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가 사단이 된 사연
기록되어 전해오는 예수의 말씀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 말투가 다소 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위선적인 종교지도자들에게 "뱀 새끼"라는 욕설을 퍼붓기를 서슴지 않으셨다(마 12;34). 종교로 인해 생긴 권력을 이용해 겉으로는 거룩한 척 하면서 약한 사람들 죽이고 피 흘리는 데 발이 빠른 이중 인격자들을 생각하면 사실 그보다 더 심한 욕을 발언하셨다하더라도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에게는 오히려 속이 시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가장 가까운 제자에게 '마귀'라 하여 물러가라 소리를 치신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막 8:33)? 마가복음 8:27-38을 자세히 읽어보자.
이것은 분명히 심한 꾸중이었다. '네 속에 있는 마귀가 나가기를 원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직설적으로 베드로에게 대놓고 '마귀'라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것 같다. 예수의 사역 중 자신에게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어떤 '메시아'(=그리스도)가 되느냐 하는 이슈를 가지고 벌인 내적 갈등이었다. 당시 민중들이 기다리던 메시아는 정치-경제적 해방을 가져다줄 군사적 지도자였다. 사해의 쿰란 공동체는 그 외에 대제사장으로서의 메시아를 고대했다. 그러나 당시 문헌 어디에서도 십자가에 달려 죄를 위해 죽는 메시아관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자신이 이사야서의 고난받는 종(42:1-4, 53장)과 스가랴서의 나귀 타고 오는 평화의 왕(9:9-10)으로서의 메시아가 되어야 함을 알고 계셨다. 누구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예수 자신도 한 인간으로서 일반 대중이 기대하는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와 싸우셔야 했다. 예수께서 사역 초기에 이겨내야 했던 시험은 모두 경제, 정치, 기적의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는 사단의 꼬득임이었다. 이때 예수는 "사단아 물러가라"(마 4:10a)고 외치면서 말씀을 인용하여 시험을 이겨내셨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시점에 베드로가 같은 시험을 걸어온 것이다. 베드로는 예수를 정확하게 알아보아 그가 그리스도임을 고백했다(막 8:29). 그래서 예수는 비로소 그리스도인 자신이 고난받고 죽어야 함을 힘주어 가르치기 시작했다(막 8:31-32). 이러한 메시아관을 정면으로 맞받아 치고 나온 것은 바로 조금 전에 그리스도 고백을 했던 베드로였다.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하고 죽는다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막 8:32). 그의 생각 속에는 사역 초기 예수를 시험했던 사단과 똑같은 메시아관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예수는 사단과의 힘든 싸움을 그대로 상기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같은 말을 외쳤다.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이 마귀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다시 한번 예수의 내부 적이 되어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예수는 끝내 아버지의 뜻대로 십자가를 지셨다. 그리스도를 따라가야 한다. 사단아 물러가라. 나는 십자가를 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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