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슈가 되는 작가는 흔치 않다. 그만큼 김수현은 대한민국의 대표 작가로서 수 십 년간이나 한국 드라마계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주)삼화네트웍스의 신현택 회장은 그녀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국보급 작가'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2008년, 올 해 65세가 되는 노작가 김수현이 짧은 침묵을 깨고 펜을 들었다. 작가로 데뷔한 지 40년이고 작가 인생으로만 쳐도 불혹의 나이다. 그래서 그녀의 펜에는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노련함과 관록이 묻어있다. 이런 그녀가 내놓은 드라마라 그만큼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김혜자, 백일섭, 이순재, 강부자, 신은경, 김정현, 류진, 김나운 등의 출연 소식도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인기 중년 연기자들의 대거 출연도 그렇지만, 특히 김혜자와 이순재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던 <사랑이 뭐길래> 이후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역시나 '국민 어머니'인 김혜자와 김수현의 궁합은 절묘했다.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김수현의 능력은 김혜자의 노련하고 안정된 연기를 통해 100%에 가깝게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김혜자(김한자 역)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아들과 변호사인 큰 딸, 회사원인 둘째 딸을 둔 인물이다. 드라마는 김한자와 그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의 일상적인 일들로 기본 골격이 갖춰진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가치 충돌도 빈번히 일어난다. 또 한편으로는 고착화 된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립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충돌이라기 보다는 시선 차이에, 대립이라기보다는 한탄에 가까울 뿐이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김수현 작가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시킨 드라마다. 원작자인 김수현 본인이 직접 나섰음에도 실패를 피해갈 수 없었던 MBC <겨울새> 이후, 비록 김수현의 아성에 금이 가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으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겨울새>의 종영 후 곧바로 방영을 시작한 그녀의 '오리지널'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첫 회부터 시청률 20%대 중반을 넘기더니 곧바로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2008년 2월에 들어 새롭게 펼쳐진 '주말드라마 3파전'에서 손쉽게 정상을 차지한 <엄마가 뿔났다>는, 그러나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경쟁 드라마인 MBC <천하일색 박정금>과 SBS <행복합니다>가 호시탐탐 1위 탈환의 기회를 노리는 데다, 이미 정형화 된 김수현 작가만의 틀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하나 둘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이슈들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장미희, 이태란, 홍석천 등의 과감한 캐스팅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오긴 했지만 많은 부작용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