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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므롯 Nimrod

은바리라이프 2008. 7. 18. 17:45

니므롯 Nimrod

 

서로 다른 쿠시를 혼동하면 명백한 셈계 종족을 함계로 분류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쿠시[셈족]가 또 니므롯을 낳았으니 그는 세상에 처음 나타난 장사라. (창세기 10:8)

그는... 힘센 사냥꾼이었으니 (창세기 10:9)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아카드와 갈네에서 시작되었으며 (창세기 10:10)

그가 그 땅에서 아슈르로 나아가 니네베와 르호봇과 칼라와 (창세기 10:11)

니네베와 칼라 사이의 레센을 건설하였더니.. (창세기 10:12)

 

니므롯Nimrod은 이름시조가 아니라, 명백히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니므롯은 누구인가? 정체가 무엇이든 그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지역의 지배자로 그려져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열거된 지명은 모두 이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도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날 땅’은 우리가 ‘수메르’라고 부르는 지역을 가리키는 성서 용어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창세기」10장 10절은 니므롯을 바벨, 에렉, 아카드, 갈네 등 네 도시에 권력 기반을 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지역의 패자(覇者)로 그리고 있는 셈이다. 갈네의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현재 이 낱말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도시 이름이 아니라 ‘그들 모두’를 뜻하는 히브리어인데 실수로 지명으로 올라 있다는 것이다. 이 절은 『개정표준성서』에는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 있다. “그의 나라는 바벨과 에렉과 아카드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시날 땅에 있다.”

 

나머지 세 도시는 확인되었다. 에렉Erech은 이 지역의 고대 비문에 ‘우르크Uruk’로 나오는 도시다. 건설 시기는 줄잡아 BC 3600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신화 속의 길가메시도 이 도시의 왕이었지만,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배자는 BC 2300년 직후에 이 도시를 지배한 정복왕 루갈자기시Lugal-Zaggisi다. 하지만 그의 승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창세기」10장 10절에 언급된 도시들 가운데 둘째인 아카드에서 일어난 또 한 사람의 정복왕 때문이었다.

 

아카드는 고대 비문들에는 아가데Agade로 나온다. 아카드인은 처음에는 수메르의 지배를 받았지만 BC 2280년경 샤루킨Sharrukin(아카드어로 ‘의로운 왕’)이라는 인물이 권좌에 올랐다. 그러고는 아가데에 수도를 세웠다. 우리가 아가데의 샤르곤으로 알고 있는 인물이 바로 샤루킨이다. BC 2264년 무렵, 그는 루갈자기시를 물리치고 아카드 제국을 세웠다. 사르곤의 손자 나람신은 영토를 더욱 넓혀갔으며 제국은 BC 2180년경에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150년경, 나람신이 죽은 뒤 곧이어 동부 산지의 이민족들이 침입하여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지역을 점령하고 아카드 제국을 멸망시켰다. 1세기 동안 이민족의 지배를 받은 후 자유를 되찾은 수메르인은 BC 2000년 무렵 마지막 패권을 누렸다. 그후 「창세기」10장 10절에 언급된 나머지 도시, 바벨이 세력을 떨친다.

수메르인들이 마지막 영광을 누리고 있던 BC 1900년경, 유프라테스 중류 지역의 또 다른 종족 곧 아모리족이 바벨의 지배권을 장악한 이후 이곳은 팽창하는 제국의 수도가 되었다.

 

아모리 왕조 6대 왕으로 BC 1700년 무렵 제위한 함무라비Hammmrabi의 지배 아래 바벨은 세계의 중심이 되었으며, 빈번히 정복당하고 약탈당하면서도 2000년 동안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잃지 않았다. 구약 시대 내내 동방의 매혹적인 도시였던 바벨은 사실 우리가 그리스어 이름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도시 곧 바빌론Babylon이다. 이 도시로 인해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지역 일대가 일반적으로 바빌로니아Babylonia로 알려지게 되었다.

 

아모리족은 함무라비의 영광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BC 1670년경 동방의 카시트인 곧 코사이아족이 바빌로니아를 침략하여 이후 500년 가까이 지속될 ‘암흑 시대’를 열었다.

 

남부 바빌로니아가 그렇게 광채를 잃자, 맨 북쪽의 도시들이 두각을 나타낼 기회를 잡았다. 「창세기」10장 10절은 남부 바빌로니아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10장 11절은 북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아슈르는 티그리스 강 상류 양쪽에 걸친 지역으로 현재의 이라크 북부에 해당한다. 이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선사한 아슈르는 도시 자체는 바빌론에서 북쪽으로 230마일 거리의 티그리스 강 유역에 위치했으며 일찍이 BC 2700년에(아마 수메르인 이주민에 의해) 건설되었다. 이 지역은 아슈르보다는 그리스어 이름 아시리아Assyria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아시리아는 아카드 제국에 속했다가 아모리 제국(고대 바빌로니아)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 지역에 거주하던 아시리아인들은 자기네 정체성을 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단한 융성기를 누리게 된다. 지역의 중심지는 아슈르로부터 티그리스 강 유역의 좀더 북쪽에 위치한 도시들로 옮겨갔는데, 처음에는 칼라로, 마지막에는 니네베로 옮겨갔다.

 

아시리아는 샬마네세르Shalmaneser 1세가 다스리던 BC 1250년경에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한다. 칼라의 건설자로 알려진 샬마네세르 1세는 철 제련술의 개발자로 추정되는 소아시아로부터 철이 아시리아에 도입되는 과정을 목격했을 것이다.

 

철제 무기로 무장한 군대는 청동제 무기만 갖춘 군대에 비해 크게 유리했다. 샬마네세를의 아들 투쿨티니누르타Tukulti-Ninurta 1세는 철제 무기로 무장한 전사들을 앞세워 아시리아 정복 군주의 개조(開祖)가 되었다. 「창세기」의 전승들이 기록으로 정리되던 당시에는, 아시리아는 이미 그때까지의 세계에 등장한 가장 강한 나라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창세기」10장 8~12절은 수메르 도시국가들의 시대로부터 아카드 제국, 아모리 제국을 거쳐 마지막으로 아시리아 제국에 이르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의 2,500년 역사를 압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긴 역사의 어디에서 니므롯을 찾을 수 있는가? 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성서 기사는 루갈자기시, 아가데의 사르곤, 함무라비, 샬마네세르 1세의 행적을 그 한 사람의 업적으로 압축하여, 그로 하여금 수메르인, 아카드인, 아모리인, 아시리아인의 위대성을 드러내게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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