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시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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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크나큰 시련에 부딪쳤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고, 유가·곡가의 급등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경제대통령을 기대했던 국민의 실망감이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대통령 참모진의 서투름과 무능이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는 터이다. 집권 초기 시련 치고는 엄청난 시련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국민을 야속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참모를 탓할 것도 아니다. 그보다 시급히 할 일은 사태의 정확한 파악이다. 사태 직시는 언제나 당면과제 해결의 열쇠다. 미국 사람들이 다 먹어도 끄떡없는 쇠고기를 우리가 먹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비합리적이라든가,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는 것 같다든가, 대중 인기영합주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인식 내지 판단은 일면 일리 있을지 모르나 바람직한 독해력이 아니다. 국민대중은 지금 연령, 계층, 이념에 구애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분노하고 있다. 신뢰할 수 없었던 과거 정권들에게서 익히 보아온 그 넌더리나는 짓거리를 다시 또 봤기 때문에 노도광풍이 된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않는다, 않는다.’ 하다가 전격적으로 해치우는 빤한 속임수다. 한껏 기대했던 새 정부에 대한 어이없는 불신에 공감대를 이룬 국민대중의 촛불을 경찰의 물대포로 끌 수 있겠는가. 대통령으로서는 이 사태가 억울하고 답답할 수 있을 것이다.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은 언제든지 국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이것이 지도자의 자세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권, 국민의 건강을 경제논리의 뒷전에 갖다놓는 정권,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된 이 마당임을 알았다면 이 대통령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진솔한 태도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담화 발표나 사과 성명으로는 안 되고, 대통령직을 걸고 국민 건강을 지킬 것과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도모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보고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성숙함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심미선-신효순 사건을 경험한 미국이 금번에 우리 국민의 대대적인 분개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의식을 가지고 저항할 줄 아는 국민의 대통령이야말로 얼마나 행복한 대통령인가. 또한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정치와 기업경영은 엄연히 다른 실체라는 것도 배웠을 줄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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