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옛날 옛날, 깊은 산 속에 꼬부랑 할머니가 살았대요. 할머니는 밭을 매어서 팥 농사를 하신대요. 왜 팥농사를 하냐구요? 그거야 맛있는 팥죽도 쑤어먹고, 팥떡도 해먹고, 어린이 여러분과 우리 부모님 생신 때 팥밥을 지어먹으려고 그러지요.
따뜻한 봄날, 할머니는 열심히 팥밭을 맸어요. 팥밭 한고랑을 매고는 할머니) 애고 힘들어. 팥밭 두고랑을 매고는 할머니) 애고, 애고 힘들어. 팥밭 세 고랑을 매고는 할머니) 애고, 애고, 애고 힘들어. 그 때 갑자기 '어흥' 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다보았지요. 그랬더니 무엇이 있었는지 아세요? 글쎄 황소만한 호랑이가 할머니를 쳐다보고 있지 않겠어요. 호랑이) 어흥 할머니) 아이쿠 ! 사람 살려! 할머니는 깜짝 놀라서 꼼짝도 못했어요. 그런데 호랑이가 입을 떠- 억 벌리고 말했어요. 호랑이) 어흥 배가 고프니 할멈을 잡아먹어야겠다! 할머니) 호랑아, 제발 살려다오. 흑 흑 흑. 호랑이) 할멈, 살고 싶으면 나랑 밭매기 내기하자. 할멈이 이기면 내가 이 밭을 다 매 주고, 내가 이기면 할멈을 잡아먹고 흐흐흐 할머니는 할 수 없이 호랑이와 밭매기 내기를 했어요. 호랑이) (멀리서 부른다) 할멈! 팥밭 한고랑 다 맸다. 할머니) 애고,이제 겨우 풀 한포기 뽑았는데 호랑이) (멀리서 부른다) 할멈 팥밭 두고랑 다맸다. 할머니) 애고, 애고 이제 겨우 풀 두포기 뽑았는데 호랑이) (의기양양하게) 할멈 난 팥밭 다(아)맸다. 이제 내가 이겼지(강조) 어흥 이제 잡아먹어야 겠다(다가오면서) 할머니) (벌벌 떨며) 호랑아 , 호랑아, 제발 살려줘 (뒤로 넘어진다) 호랑이) (위협적으로 어슬렁 어슬렁 다가오면서) 뭐 살려달려구? 난 지금 배가 무지무지 고파서 안돼 할머니) 호랑아 그럼 동짓날 팥죽 한그릇만 쑤어 먹으면 소원이 없겠어 (애절하게) 호랑이) 뭐 팥죽 한그릇 먹는게 소원이라고? 그럼 좋아 그때 가서 잡아먹지 호랑이는 산 속을 어슬렁 어슬렁 사라졌어요.
<제 2막>
호랑이를 만난 날부터 할머니는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농사를 지었어요. 어느새 가을이 와서 팥을 뽑아 잘 떨어서 광 안에 가득 재어 놓았어요. 노래마당 알밤 등이 모여 놀고 있는 모습
(모두들 알밤을 가리키며) : 당신은 누구십니까? (알밤) 나는 알밤입니다. 모두): 그 이름 맛있겠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자라) : 나는 자라입니다. 모두) : 그 이름 멋있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쇠똥) : 나는 쇠똥입니다. 모두) : 그 이름 냄새나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송곳) : 나는 뾰쪽 송곳. 모두) : 그 이름 뾰쪽하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맷돌) : 나는 절구입니다. 모두) : 그 이름 묵직하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멍석) : 나는 멍석입니다. 모두) : 그 이름 멋있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지게) : 나는 지게입니다. 모두) : 그 이름 멋있군요.
그 때 어디선가 할머니가 훌쩍훌쩍 우는 소리 (크게) 알밤이 떼굴떼굴 굴러 왔어요. (알밤) : 할머니 할머니 , 왜 울어요? (할머니) : 오늘 저녁에 호랑이가 날 잡아 먹으러 온다고 해서 운다. (알밤) : 팥죽 한그릇 주면 못잡아 먹게 하 -지 할머니는 알밤에게 팥죽을 한 그릇 주었어요. 알밤은 팥죽을 먹고 나서 아궁이 속에 숨었어요. 할머니가 또 엉엉 우는데 , 자라가 엉금엉금 기어왔어요. (자라) : 할머니 할머니, 왜 울어요? (할머니): 오늘 호랑이한테 죽게 돼서 운다. (자라) : 팥죽 한 그릇 주면 못 잡아 먹게 하 - 지 할머니는 자라에게 팥죽을 듬뿍 주었어요. 자라는 팥죽을 뚝딱 먹어치우더니 부엌 물항아리 속에 숨었어요. 다음에는 송곳이 콩콩콩콩 튀어 왔어요. 쇠똥이 어기적어기적 기어 왔어요. (송곳, 쇠똥) : 할머니 할머니, 왜 울어요? (할머니) : 오늘 저녁에 호랑이가 날 잡아먹으러 온다고 해서 운다. (쇠똥,송곳) : 팥죽 한그릇 주면 못 잡아 먹게 하 - 지. 할머니는 팥죽을 송곳과 쇠똥에게 주었어요. 송곳은 팥죽을 먹고 나서 부엌 바닥에 꼿꼿이 섰어요. 쇠똥은 팥죽을 먹고 나서 부엌 바닥에 엎드렸어요. 할머니가 또 엉엉 우는데 절구가 콩덕콩덕 뛰어 왔어요. 멍석이 털석털석 다가왔어요. 지게가 어정어정 걸어 왔어요. ( 절구, 멍석, 지게) : 할머니, 할머니, 왜 울어요? (할머니) : 오늘 저녁에 호랑이가 날 잡아 먹으로 온다고 해서 운다. (절구, 멍석, 지게) : 팥죽 한그릇 주면 못 잡아먹게 하-지 할머니는 팥죽을 듬뿍 주었어요. 절구는 팥죽을 먹고나서 부엌 문위로 올라갔어요. 멍석은 팥죽을 먹고 나서 앞마당에 누웠어요. 지게는 팥죽을 먹고 나서 마당 한구석에 섰어요. ( 알밤 ) : 할머니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건 너무 슬퍼 ( 자라 ) : 우리가 할머니를 살릴 방법은 없을까? ( 쇠똥 ) : 호랑이를 없애 버리면 되쟎아? (송곳) : 어떻게 호랑이를 없앨 수 있니? (절구) :우리가 도와 드리면 되지. (멍석) 그렇지만, 호랑이 보다 덩치도 작고 힘도 없는 우리가 어떻게 호랑이와 맞서 싸우겠니? 난 무서워 (지게) 아니야, 좋은 수가 있을 꺼야 자, 다같이 모여봐 (알밤 ) : 그래, 우리의 작은 힘이지만 서로 뭉친다면 할머니를 구할 수 있을꺼야. 다같이) 그래 그래 우리 한 번 해보는 거야 하나 둘 셋 파이팅!!!
<제 3막>
드디어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 먹으려고 나타났어요. 그런데, 날씨가 어찌나 춥던지 밖은 눈이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어요. (효과-바람소리) (호랑이) : 아이구 추워, 아이구 추워 (할머니) : 추우면 아궁이에 가서 불을 쬐렴 할머니가 일러 주는대로 호랑이는 부엌으로 갔어요. 호랑이가 아궁이에 쪼그리고 앉았는데 알밤) : 호랑이 너, 뜨거운 알밤 맛좀 봐라 ("딱" 호랑이 눈을 때린다) 호랑이:.아이구 아야, 아이구 아야. (눈을 비비며) 호랑이는 눈에 재가 들어가서 따가왔어요. 눈을 씻으려고 물항아리 속에 손을 집어 넣었어요. 자라) : 여기는 자라가 있다 에잇 자라가 호랑이 손을 꽉 물어 버렸어요. (호랑이) 아아구 아야 아이구 내 손 호랑이는 너무 아파서 펄쩍펄쩍 뛰다가 부엌바닥에 있던 쇠똥을 밟았어요. 호랑이) 어어 아구 미끄러워 송곳) 요놈 뾰족한 송곳 맛좀 봐라 (크게) 똥침 호랑이) 앗 따가워 호랑이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그런데 부엌문을 나서자마자, 절구) 나도 여기 숨어있었지 에잇 ('쿵/하고 호랑이 머리를 내리친다) 호랑이는 앞마당에 펼쳐진 멍석위에 털썩 쓰러졌어요. (멍석); 옳지, 호랑이 요녀석 혼좀나봐라. 내가 너를 둘둘 말아 꼼짝못하게 할꺼야 지게) 멍석아 수고 했어! 이제 호랑이를 내 어깨에 올려다오 (모두를 부르며) 얘들아 호랑이를 강가에 빠뜨리려 가자 (우우)
다같이 노래(고기잡이 -개사) 고기를 잡으려 바다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려 강으로 갈까요. 아니야 아니야 호랑이 버리러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간다네
하나~ 두울~ 세~엣 (강물에 호랑이를 '풍덩') ( 알밤, 자라 송곳, 쇠똥, 절구, 멍석, 지게) 야호 만세!, 만세! 우리가 호랑이를 물리쳤다!!!
알밤이랑, 자라랑, 쇠똥이랑, 송곳이랑, 절구랑, 멍석이랑, 지게가 호랑이를 잡았다는 재밌는 옛날 이야기였어요. 팥죽 한그릇씩 먹고 할머니를 살려 준 지금 할머니는 어떻게 됐을까요? 아직도 산너머에 팥밭을 일구며 살고 계신대요.<끝>
-------------------------------------------------------------------------------- 이 대본은 부산여성회 사상지부(어머니들의 모임)에서 자체적으로 녹음과 인형 제작하여 우리 아이들의 위해 각색 편집한 인형극 대본입니다. 1999년 5월어린이달을 맞이하여 공연한 자료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