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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서 교수가 본 포연속의 성지 (20)] 바그다드 ⑴

은바리라이프 2008. 5. 2. 15:10
박준서 교수가 본 포연속의 성지 (20)] 바그다드 ⑴  

산천초목도 벌벌 떨 만큼 맹위를 떨치던 바빌로니아 제국이었으나 그 종말의 날은 너무도 빨리 왔다. 제국을 일으킨 느부갓네살 왕이 죽자(주전 562년) 왕위쟁탈전이 벌어져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제국의 운명은 급전직하로 기울어졌다. 느부갓네살이 죽은 지 23년만에 신흥세력 페르시아(바사)의 공격 앞에 제대로 대항도 하지 못한 채 힘없이 바빌로니아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로써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역사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시대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전 3000년대 메소포타미아의 남부지역에서 인류 최고(最古)의 수메르 문명이 일어난 이래 바빌로니아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장구한 기간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고대 근동세계에서 정치와 문화의 중심무대였다. 그곳에서 인류 최초의 문자(쐐기문자)가 만들어졌고,최초의 법전(우르남무 법전,함무라비 법전)이 제정되었고 오늘날에도 놀랄 만한 수준의 천문학 수학 건축술들을 보유했었다. 뿐만 아니라 시와 신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학 및 조각작품들로 문화의 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러나 바빌로니아 제국의 몰락과 함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역사적 소임은 끝이 났다. 그곳을 비추던 역사무대의 조명등은 꺼지고 오랜 기간 그 지역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되었다.

바빌로니아 제국을 무너뜨린 페르시아 제국은 그후 200년동안 역사의 주역을 감당했으나 혜성처럼 나타난 마케도니아의 젊은 왕 알렉산더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리스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곧 그리스 시대도 막을 내리고 로마 제국이 역사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광대한 영토를 장악한 로마 제국은 ‘로마 제국의 평화’(Pax Romana)를 구가하며 ‘영원한 제국’으로 자부하였다. 그러나 역사에 영원한 제국은 없는 법이다. 로마 제국도 종말의 날은 왔고 그 뒤를 이어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가 막을 올린 ‘비잔틴 시대’가 열렸다.

이렇게 기라성과 같은 제국들이 역사의 무대에서 등장과 퇴장을 거듭하는 동안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소외되고 잊혀진 땅이 되었다.

그러나 바빌로니아 제국의 멸망한 후 1300년동안 긴 동면의 시간이 지난 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다시 한번 역사의 중심무대에 등장했다. 서기 8세기 중엽 이슬람 아바스(Abbas) 왕조의 2대 칼리프 만수르(Mansur)가 제국의 수도를 바그다드로 정한 것이다.

이때부터 바그다드는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가 되었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다시 한 번 역사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바그다드는 현재 이라크 전쟁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바그다드의 역사를 살피기 전에 먼저 이슬람교에 있어서 ‘종교와 정치’와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는 출발점에서부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었다. 빌라도 법정에서 예수님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고 하셨고 또 “가이사(로마 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은 기독교에서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는 ‘정교분리 원칙’의 기초가 되었다. 오늘날 기독교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도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는 없고 정교분리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는 전혀 다르다. 이슬람에서는 정교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슬람은 ‘정교일치’의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이슬람공동체는 종교적 공동체이며 동시에 종교가 사회의 모든 영역(정치 경제 문화 교육 군사 사법 등)을 통제하고 관할하는 정교일체의 공동체이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마호메트는 종교적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세속적 의미의 ‘통치자’이기도 했다.

마호메트가 죽은 후(서기 632년) 후계자들이 그의 뒤를 이었다. 이들을 칼리프(Caliph)라고 부른다. 칼리프는 마호메트의 후계자들로서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들이었다. 마호메트의 법통을 이어받은 칼리프들은 정교일치의 원칙에 따라 종교권 뿐만 아니라,이슬람공동체의 통치권까지 모두 장악했다. 여기서 칼리프를 수장(首長)으로 하는 ‘이슬람 제국’이 생겨나게 되었다.

첫번째 생겨난 이슬람 제국은 메카의 명문가 우마이야(Umayya) 가문의 후손이 이룩했다. 이슬람 역사에서는 이를 ‘우마이야 왕조’(Ummaya Dynasty)라고 부른다. ‘우마이야 왕조’는 시리아의 고도(古都) 다마스쿠스(다메섹)를 수도로 하여 약 90년간 지속되었다(서기 661∼750년).

서기 740년에 마호메트의 삼촌이었던 아바스의 후손 중에서 걸출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는 아바스 가문도 칼리프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믿었고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에 도전장을 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결과는 아바스 후손의 승리였다. 이로써 ‘우마이야 왕조’ 시대는 끝이 나고 아바스의 후손이 이끄는 ‘아바스 왕조’ 시대가 시작되었다.

아바스 왕조의 첫번째 칼리프는 다마스쿠스에 그대로 머물러 통치했다. 그러나 2대 칼리프 만수르는 생각이 달랐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수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생각해냈다. 그는 티그리스 서안에 도시를 건설하게 하고 그곳을 아바스 왕조의 수도로 정하고 천도했다(서기 762년). 그 도시가 바로 ‘바그다드’였다. 당시로서 바그다드는 신흥도시였으나 이슬람 종교권에서 칼리프가 군림한 도시였으므로 다른 도시들을 누르고 단시일내 당대의 으뜸도시가 되었다.

박준서 교수(연세대 교수·한국기독교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