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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교수가 쓰는 이라크―그 빛바랜 성지(⑷] 니므롯이 세운 성읍 갈라

은바리라이프 2008. 4. 22. 01:14
[김성일 교수가 쓰는 이라크―그 빛바랜 성지(⑷] 니므롯이 세운 성읍 갈라  
[김성일 교수가 쓰는 이라크―그 빛바랜 성지(⑷] 니므롯이 세운 성읍 갈라  

창세기 10장에는 니므롯이 건설했다는 성읍 중에 갈라가 포함되어 있다. 갈라는 니느웨(니네베)의 동남쪽 37㎞ 지점에 있으며 니므롯이 세웠기 때문인지 지금도 님루드(니므롯) 성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유적은 바벨론(바빌론)으로부터 독립한 앗수르(아수르)를 BC 884년에서 BC 859년까지 통치하며 대제국으로 성장시킨 아슈르바니팔 2세가 5만명의 포로들을 동원하여 건설한 것이다.

아슈르바니팔 2세는 그의 기념비에도 새겨져 있는 것처럼 수메르의 여러 신들을 섬기던 왕이었다. 아슈르바니팔 궁전의 입구에는 사람의 머리에 말의 몸을 지닌 한 쌍의 라마시가 지켜 서 있고 그의 아들 살만에셀 3세가 세운 신전탑의 유적도 남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갈라의 궁전에는 생명나무를 지키고 있는 천사의 모습이 돋을새김으로 조각돼 있어 보는 자들을 의아하게 한다.

아슈르바니팔 궁전의 벽이 생명나무와 천사의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가 있다. 그 하나는 조상 노아로부터 전해진 생명나무에 대한 믿음과 그 영향이 앗수르에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다. 생명나무는 에덴 동산에 있었던 것으로 영생과 관계가 있는 나무였다. 사람의 조상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추방된 이후로 이 나무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 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 3:24)

여기서 그룹이란 경호를 담당하는 천사로 4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겔 10:21) 아슈르바니팔 궁전의 조각에 있는 천사도 4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니느웨 성문에 부조되어 있는 천사도 4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어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그룹과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 생명나무와 천사의 조각이 아슈르바니팔 시대에 된 것이 아니라면 또 한 개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아슈르바니팔의 궁전은 그후 약 170년이 지나 사르곤 2세에 의하여 중건되었다. 사르곤 2세는 사마리아를 점령한 살만에셀 5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지나치게 학대하고 유린하는 것을 보고 현지에서 반란을 일으켜 그를 축출하고 왕이 된 사람이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관용을 베풀어 벧엘에 제사장을 두고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도록 배려해 주었다(왕하 17:27∼28).

BC 760년에 요나의 경고를 듣고 앗수르 왕 앗술단 3세와 모든 백성들이 재에 꿇어앉아 회개했으며 비록 그 후에 디글랏빌레셀 3세와 살만에셀 5세가 태양신 샤마시를 섬겼더라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에 호의를 베푼 사르곤 2세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였다면 그가 갈라의 궁전에 생명나무의 소망을 새겼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르곤 2세가 죽은 후 그의 아들 산헤립은 유다 정벌에 실패하고 돌아가 니스록의 신전에서 죽었다(왕하 19:37). 이 니스록은 니므롯이 세운 니느웨의 수호신 니눈타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사담 후세인이 자신을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 2세)에 견주듯 산헤립은 스스로 니므롯처럼 행세하려다가 그 신전에서 살해당했던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모두 생명공학에 소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그 소망은 산헤립처럼 교만한 지도자를 만나면 갈라의 궁전처럼 허물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김성일 교수(한세대 교수·소설가)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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