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연극 삭개오의 부활

은바리라이프 2008. 3. 3. 16:29
 

연극  삭개오의 부활


무대 / 가운데는 공연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이 있지만 특별한 기구설치는 굳이 필요 없다. 오른쪽에 있는 스크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왼쪽에는 전도사님이 의자에 앉아 있고 조명이 전도사님을 약하게 비춘다. 전도사님은 관람자나 관망자가 아닌 연출자 정도로 보이게 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무대가 밝아지면 미선이와 태연이가 약간 우스꽝스런 자세로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곧 이어 자세를 바로 하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미선 : (자세를 꺾이게 바로 하며) 야, 태연아! 너는 산다는 게 뭐라고 생각하니?

태연 : (역시 자세를 꺾이게 바로 하며) 애는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

미선 : (시큰둥한 듯한 표정으로) 아니, 뭐…, 그냥 심심해서 물어봤어. 참, 태연아, 넌 인생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니?

태연 :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웃으며) 야, 김미선! 너 오늘 갑자기 왜 그래? 혹시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너 답지 않게.

미선 :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나다운 거? 나다운 게 뭔데?

태연 : (한 걸음 물러서며) 어? 너 오늘 정말 이상하다.

미선 : (보채듯) 야, 이태연! 도대체 나다운 게 뭐니? 한 번 말해 봐, 응?

태연 : (약간 신경질적으로) 야, 김미선! 너 다운 건 그냥 너 다운 거야. 인간 김미선 그 자체란 말이지.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 그냥 모든 걸 쉽게 생각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게 얼마나 피곤한 건지 아니? (미선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김미선! 니가 오늘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로서 한 마디 한다면, 그냥 살자는 거다. 복잡하고 피곤하게 굴지 말고. 알았지?

미선 : 이태연! 넌 다른 건 다 좋은데 너무 단순하고 무식한 게 탈이야.

태연 : (화가 나서) 뭐라고? 단순하고 무식하다고? 미선이 니가 나를 그렇게 말할 수 있니? 와-! 그래, 좋아. 내가 단순하고 무식하다 이거지? 좋다 이거야. 그럼 그거 빼고 다 좋다고 했는데 그 좋은 건 뭐니?

미선 : 글쎄…. 그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나도 잘 모르겠는데?

태연 : 뭐, 뭐라고? 너, 정말?

미선 : (분위기를 바꾸며) 야, 야, 이태연! 그건 그렇고 너 오늘 청년부에서 부활이라고 하는 뮤지컬 하는 거 아니?

태연 : 아니, 전혀

미선 : 그래? 어쩐 일이니, 연극하면 먹는 것도 마다하는 애가?

태연 : (머슥하게 웃으며) 히히, 그야 그렇지. 내가 또 연극 빼면 시체 아니냐. 하지만 청년부에서 뮤지컬한다는 얘기는…. (뭔가 생각난 듯) 아! 맞다맞다. 들은 것 같다. 이제 생각난다.

미선 : 그럼 그렇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태연 네가 모른다면 말이 안 되지.

태연 : 아니, 그럼 그게 벌써 오늘이란 말야?

미선 : 그래, 오늘이야.

태연 : 그래? 그럼 빨리 가자. (성급하게 퇴장하려고 한다.)

미선 : 이태연! 아직 시작하려면 약간 시간 있으니까 우리만 가지 말고 친구들도 데리고 가자.

태연 : 그래? 알았어. 당장 출동시킬게.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빠르게 누르고 핸드폰에 대고 큰소리로) 야! 다들 당장 집합!


경쾌한 음악과 함께 조명 꺼지고 잠시 후 스크린을 통해 뮤지컬 부활을 상영한다.

스크린 꺼지고 잠시 동안 어둠 속에서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태연 : (조심스러운 소리로) 미선아, 무슨 말 좀 해 봐.

미선 : ……

태연 : (조심스럽게) 김미선! 너 오늘 정말 이상하다. 뮤지컬은 니가 보자고 해 놓고선 아무 말도 없으면 어떡하라는 거니?

미선 : (차가운 소리로) 좀 조용히 할 수 없니?

태연 : (어색하게) 으, 응? 아, 알았어.


조명, 조금씩 밝아진다. 무대에는 교회 장의자에 미선이와 태연이를 비롯한 친구들이 죽 앉아 있다.


미선 : (훈계하듯 점잖게) 작품을 감상했으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란다. 너는 연극을 눈으로만 봐서 탈이야. 연극이라고 하는 것은 눈으로 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보는 것이란다. 알겠니?

태연 : 어휴! 오늘 김미선 상대하다가 나 정말 돌아버리겠다. (일어나면서 현민이를 향해) 야, 김현민, 가자.

현민 : (엉거주춤 일어서면서) 그, 그래, 가자.

태연 : (은영이와 은미를 향해) 이은영, 김은미! 니들도 가자. 미선이는 그 유명한 사색에 잠기신단다. 어여 가자.

은영 : 야! 그래도 미선이가 이렇게 앉아 있는데 가긴 어딜 가냐? 그러고서도 니들이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니?

태연 : (털썩 주저앉으며) 에이그! 오늘은 이래저래 가시나들한테 찐빠 먹는 날이로구만. 그래,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 이제부턴 그냥 잠자코 앉아만 있을란다. 에이!

은미 : 그것보단 우리도 미선이처럼 부활을 음미해 보는 게 어떻겠니?

현민 : 음미하다니? 음미가 뭐 하는 건데?

태연 : 으이그! 세상에 나만 무식한 줄 알았더니 여기 나보다 훨 무식한 놈이 또 있네 그려. 야, 김현민! 괜히 나처럼 찐빠 먹지 않으려면 잠자코 부활이나 음미하고 있어, 짜샤.

현민 : (뭔가 생각난 듯 멍청하게 일어서며) 아아-! 그러니까 부활을 음미한다 이거구나.

태연 : (현민을 쥐어박으며) 어이구, 짜샤! 뭔 말이 그리도 많냐? 사내자식이. 그냥 입 꽉 다물고 앉아. sit down!

현민 : (주눅 든 소리로) 그, 그래. 그러지 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현민 :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야, 태연아! 오늘 뮤지컬 진짜 잘 하지 않냐? 정말 재밌더라.

태연 : (현민을 눌러 앉히며) 으이그, 이것아. 제발 음미하는데 좀 조용히 할 수 없니? 왜 그렇게 사람이 무식하냐, 응?

현민 : 아, 알았어.

태연 : (갑자기 시끄럽게) 야, 미선아! 오늘 그 마지막 노래, 진짜 죽이지 않았냐? 와-! 정말 끝내주더라, 야.

현민 : (태연이를 때리려는 흉내만 내다 주저앉는다.) 어휴, 이걸 그냥….

은영 : 그래, 진짜 죽이더라. 청년부 선배들 그렇게 하는 거 보고 얼마나 부럽던지, 질투나는 줄 알았다, 야.

은미 : 우리도 한 번 저렇게 해 봤으면 좋겠다, 야.

미선 : (혼잣말로) 도대체 부활이란 뭘까?

은미 : (의아한 듯) 응? 뭐라구?

미선 : 부활. 부활이라…….

은미 : 부활이 뭐냐구? 뭐긴 뭐야. 지금 봐 놓곤.

미선 : (힘없이) 그래, 그런데 그 부활이란 게 도대체 뭐지?

태연 : (벌떡 일어서며) 야! 김미선! 부활이 뭐냐구? 너, 나보고 무식하다고 그랬지? 좋아. 이번엔 그 부활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가르쳐 주지.

미선 : 정말? 그럴 수 있니? 태연이가 막 다시 보일려고 그러는데.

태연 : 야! 이 부활이란 말이지…. (은영이를 향해) 이은영! 니가 한 번 말해 봐.

다같이 : (한숨을 내쉬며) 어휴-! 그러면 그렇지.

미선 : (쌀쌀하게) 이태연! 잠시라도 기대했던 내가 정말 한심하다. 세상에 부활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 어딨니? 다만 문제는…….

현민 : 문제가 뭔데?

미선 : 부활한다, 다시 살아난다 하는 그게 도대체 이해가 안 돼.

은영 : 뭐가 이해가 안 되는데?

태연 : (벌떡 일어서며) 야! 이해하고 자시고가 어딨냐? 그냥 살자. 너희들, 그냥 살기도 얼마나 힘든지 아니? 그런데 거기다 뭐가 어떻고 뭐가 이해가 안 되고……. 도대체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면서 이 험난한 세상 어떻게 사니?

미선 : (천천히 일어나면서 심각한 어조로) 이태연! 내가 누차 이야기하지만 너는 그게 문제야. 세상을 어떻게 그냥 사냐?

현민 : 그래, 임마. 너는 내가 생각해도 그게 문제야. 그렇게 자꾸 나서지 말고 우리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미선이의 생각을 더 들어보자. 내 생각이 어때?

은미 :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은영 : 미선아! 니가 고민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래? 오늘은 우리가 기꺼이 들어줄게.

태연 : (텔레비젼 흉내를 내며) 김미선 씨! 준비하시고- 쏘세요.

미선 : (멋쩍게 웃으며) 하하! 그러니까 오늘 내가 무슨 실연이라도 당한 영화 속 주인공 같다, 야. 너무들 그러지 마. 나 오늘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다같이 : (미선이를 보며 한 목소리로) 하지만?

미선 : (무대를 서서히 돌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나는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그런 대로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다같이 : (한 목소리로) 그런데?


이 때 갑자기 무대 조명이 절반 정도 어두워지면서 음산한 음악이 흐른다. 모두들 주위를 돌아보며 약간 무서워한다.


미선 : (차갑게) 갑자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같이 : (한 목소리로 놀라서) 뭐라고? 죽고 싶다고?

미선 : (격앙된 듯 약간 큰소리로) 그래! 죽고 싶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태연 : (미선이에게 다가가며) 야! 미선아! 니가 뭐가 부족하다고 죽겠다는 생각을 하냐? 흔히들 말하는 왕따도 아니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지,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니고…. 그래, 니 말대로 행복하게 살아왔잖아. 도대체 김미선이가 죽고 싶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냐?

은영 : 야! 이태연! 그 잘난 주둥아리 좀 가만 놔두지 않을래? 미선아! 미안해. 계속 얘기 해 봐.

미선 : 처음엔 나도 사춘긴가보다 싶었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도 태연이처럼 그냥 사는 애 아니었니. 아니, 태연이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거야.

태연 : (멋적은 소리로) 그래. 너도 알긴 아는구나.

은영 : (태연일 면박주며) 야! 이태연! 너 자꾸…….

현민 : (태연일 쥐어박으며) 좀 조용히 안 해? 넌 도대체 분위기 파악도 못 하니?

미선 : 그런데 갑자기 내가 왜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산다는 건 뭘까. 인생이란 뭘까. 날마다 골똘히 생각을 하는데 도대체 아무런 답이 없는 거야.

은미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미선 : 너희들은 나같은 생각 해 본 적 없니?

은영 : 아니, 뭐…. 전혀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심각하게까지는….

미선 : 요즘 공부고 뭐고 손에 잡히는 게 하나도 없어. 공부를 왜 해야만 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 그러다가 성적표를 받아봤는데, 이런…! (고개를 흔든다.) 어느 새 내 성적이…. (음산하게) 엄마 얼굴이 스치면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드는 거야.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다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성적을 비관해서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는 아이들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구. 과연 개네들이 성적 때문으로만 죽었을까? (모두들 숙연해진 가운데 약간 생각하다가) 누구 못지 않게 그냥 단순하게 살아 왔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 무언가가 인생에는 있는 것 같아. 딴에는 기도하는 흉내도 좀 내보곤 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 답답해지는 거야.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더라구. (숨을 길게 들어 마셨다가 내뱉으면서) 휴-! 안 그래도 그렇게 산다는 게 뭔가 하면서 머리 깨지도록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 뮤지컬을 보고 나니까 더 알 수 없는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거야.

은미 : 그게 무슨 뜻인데?

태연 : (조심스럽게) 그거에 대해선 내가 말하면 안 될까?

현민 : 야! 너 또 무슨 헛소릴 할려구 나서냐? 그냥 입 다물고 가만있어.

미선 : 아냐. 태연이가 한 번 말해 봐.

태연 : (반색을 하며) 정말?

미선 : 그래. 말해 봐.

태연 :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헛기침을 하며) 흠흠! 미선이 얘기에 공감이 가는 것 같애.

다같이 : (한 목소리로) 공감?

태연 : (약간의 자신감을 얻은 듯한 소리로) 응, 공감. 미선인 지금까지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 왔지만 아직 별다른 해답을 얻지 못했잖아.

다같이 : (한 목소리로) 그렇지.

태연 : 그래서 아마 죽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들 수도 있었을 거야.

은미 : 태연이 너는 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했니?

태연 : (머뭇거리면서) 사실은 나도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다같이 : (한 목소리로 놀란 듯) 뭐-! 태연이 니가? 에이, 설마-?

태연 : 뭐, 그렇게 놀랄 것까진 없어. 이것도 그냥 든 생각뿐이니까. 정말이지 그냥, 그냥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구. 오늘 미선이한테 구박 많이 받았지만 사실 나 말이지 그냥 사는 거 싫어. 정말 미치도록 싫다구. 그런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남들처럼 집안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특출나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인데 내 앞길을 생각하기만 하면 캄캄한 거야. 생각하면 할수록 이놈의 머리만 깨질 것처럼 아프기만 하고…. 그래서 그냥 사는 거야.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하면 더 미치겠는 걸. 나도 정말 모르겠어.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확-! 죽어버리자.

다같이 : (태연이에게 손을 뻗으며 안타까운 소리로) 야-! 태연아-!

태연 : (씩 웃으며)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는 얘기야.

다같이 :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휴-! 난 또…….

태연 : 그런데 죽는 것도 쉬운 거 같지가 않아.

현민, 은영, 은미 : (한 목소리로) 왜?

미선 : (힘없는 소리로) 다시 산다잖아.

태연 : 그래. 죽으면 뭐 하니. 다시 살아난다는데. 죽으면 모든 게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모든 것에서 완전히 도망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저것 따지고 고민할 것도 없이….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미선 : 그래서 내가 오늘 이렇게 고민하는 거 아니냐. 다시 살아날 것 같으면 굳이 죽을 필요가 없지 않겠니? 그렇다고 그냥 살자니 미치겠고……, 공부가 인생의 전분가 싶어서 때려치우자니 현실이 그렇질 못하고, 그렇다고 그놈의 공부를 하자니 인생이 답답해서 손에 아무 것도 잡히질 않고.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하기만 한 거야. 물론 당장 어떻게 죽는 것은 아니겠지만 뭔가 그 답답한 문제의 해답을 알고 싶어. 우리는 왜 사는 걸까. 죽는 건 뭐고 또 다시 산다는 건 뭘까.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나도 죽으면 그렇게 다시 살아나는 걸까. 다시 사는 것은 어떻게 다시 사는 거고 다시 살아나면 또 어떻게 되는 걸까. (고개를 떨구고 좌우로 흔들며) 잘 모르겠어. 아니, 아무 것도 모르겠어. 너무 어려워. (먼 산을 바라보며 힘없이) 누가 가르쳐 줄 수는 없는 걸까?


조명 약간 밝아지며 전도사님 들어온다.


전도사 : 얘들아! 그 문제가 많이 어렵지?

다같이 : (전도사님을 바라보며) 예. 너무 어려워요.

전도사 : 그래. 그건 쉬운 문제가 아냐. 나에게도 참 어려운 문제란다. 하지만….

다같이 : (한 목소리로) 하지만요?

전도사 : 전도사님이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게, 한 번 들어볼래?

다같이 : (한 목소리로) 무슨 이야기인데요?

전도사 : 글쎄……, 너희들이 잘 아는 이야기일텐데, 일단 한 번 들어보자.

다같이 : (다같이) 예!

태연 : 그럼, 준비하시고- 쏘세요.

전도사 : 옛날 옛날에 여리고라는 동네에 삭개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답니다.


이 때 조명 완전히 밝아지며 삭개오가 약간 우스꽝스런 복장을 하고 요란스럽게 뛰어 들어온다.


삭개오 : (호탕하게 웃으며) 우하하하하! 나는 삭개오! 그 이름도 찬란한 삭개오! (주위를 돌아보며) 뭐라고? 꿈깨오? 어허! 꿈깨오라니? 꿈깨오가 아니라 삭개오! 삭개오라구. 나는 오늘이 있음에 너무도 행복한 싸나이! 로마는 하늘이 나에게 내려주신 축복! 우하하하하! 로마는 나를 돈방석에 앉게 해 주었다네. 남들은 나를 비열하네 매국노네 피도 눈물도 없네 어쩌네 하지만, 하하하하하!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내 발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돈의 위력 때문이지. (갑자기 무섭게 관객들을 바라보며 삿대질로) 이봐! 당신, 당신, 그리고 당신! 아직도 나를 우습게 보고 있지? 그래, 두고보라구. 내 기필코 네 놈들을 내 발 앞에 무릎 꿇게 할테니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봐. 우하하하하! 그 날이 멀지 않으리. 로마가 영원한 만큼 나의 권세도 영원하리니 (관객석을 향해 팔을 뻗으며) 그대들! 조심하시오.


삭개오, 동작을 멈추고 그대로 서 있고 다른 인물들도 멈추어 있다.


전도사 : 삭개오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세금을 로마에 갖다 바치는 세리였답니다. 그런데 같은 처지의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로마의 권력을 등에 업고 백성들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데 급급했었답니다. 삭개오는 천하가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삭개오, 으시댄다.) 백성들이 자신을 원망할수록 삭개오는 오히려 더 거만해져 갔답니다.


미선, 태연 등이 백성이 되어 삭개오를 향해 원망하는 모습을 취한다.


은영 : (삭개오에게 매달리며 애원하듯/노파소리로) 이봐요, 세리 양반. 우리가 무슨 돈이 있다고 세금을 이렇게나 뜯어간답니까?

삭개오 : (은영을 매몰차게 뿌리쳐 넘어뜨리며) 에잇! 저리 비키지 못해? 이 옷이 어떤 옷인 줄 알고 덤벼드는 거야. 빌라도 총독을 알현하기 위해 준비한 새옷인데 어딜…….

현민 : (애원하듯) 아이고, 나리! 제발 살려 주십시오. 그 돈은 우리 가족의 목줄입니다요. 그것마저 없어지면 우리는 끝장이라구요. 나리, 제발…….

삭개오 : (현민을 발길로 걷어차며) 에잇! 지저분한 족속들 같으니라구. (큰소리로) 저리 비키지들 못해. 이 몸은 지금 총독 관저에 가는 길이다. 내 가는 길을 한 번만 더 막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


모두들, 동작을 멈추어 서 있는다.


전도사 : 이것이 삭개오의 삶이었고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무언가 다른 모습을 어렴풋이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아니! 이게 나였던가?


모두들 한 곳에 모여서 수군거리고 삭개오는 길을 가다가 엿듣는다.


은미 : (분에 못 이겨서) 어휴-! 그 놈의 삭개오가 언제 꿈깨오가 되지.

태연 : 글쎄 말입니다. 그 놈의 돼지 같은 꿈속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우리 같은 것들이 두 발 뻗고 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미선 : 아-! 언제나 우리에게 자유가 올 것인가?

은영 : 자유가 아니라도 좋다. 저 삭개오만 없어진다 해도 나는 감사할 것이다.

현민 : 이보게들. 우리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삭개오를 죽여 버립시다.

삭개오 : (움찔한다.)

태연 :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소. 이렇게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 입에 풀칠도 못하면서 사느니 차라리 삭개오를 쳐죽이고 우리도 같이 죽든가 합시다. 저런 인간 죽인다고 해서 문제될 건 하나도 없을 겁니다.

은미 : 아녜요. 저런 인간은 그냥 쳐죽여서는 안 되요. 우리가 그 인간에게 당한 게 어디 그 정도 갖고 될 일이랍니까? 그냥 온 몸을 발가벗겨 가지고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리자구요. 그 놈의 인간이 사는 집도 다 태워버리구요. 어때요? 기왕 말 나온 김에 당장 몽둥이를 들고 쳐들어가는 게.

다같이 : (함성을 지르며) 좋습니다. 삭개오를 당장에 쳐 죽이자구요.


모두들 동작을 멈추고 삭개오, 혼쭐난 모습으로 무대를 갈팡질팡 뛰어다니며 도망하다 한 쪽 구석에서 헉헉거리며 숨을 고른다.


전도사 : 어제오늘 듣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날 따라 심장을 때리는 소리로 들렸나봅니다. 갑자기 삶에 대한 회의가 물밀 듯이 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삭개오 :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하며) 으으으-, 으으으-! 으아아아아-! (힘없이 중얼거리듯) 산다는 건 뭘까? 내가 왜 살지? 뭣땜시 지금까지 살았던 거지? 차라리 죽어버릴까? 죽으면 뭐하지?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까? 죽어? 그냥 확 죽어버려? 죽는다. 어떻게 죽지? 수면제를 잔뜩 사다 먹을까? 목을 매달까?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건 어떨까? 그럼 누가 나를 장사지내주지? 내 장례식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겠지? 그 동안 살아 온 것이 있으니까 천 명은 올 거야. 천 명? 그렇게나 올까? 백 명이나 오면 많이 오는 것이 아닐까? 백 명? 그렇게나 올까? 그래도 열 명은 오겠지? 열 명? 열 명이면 우리 가족밖에 안 되는 거잖아. (한숨을 내쉬며) 내가 죽으면 내 가족들이 슬퍼나 할까? 쓸쓸한, 아니 비참한 장례식이 되겠구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게 이렇게 죽을려고 살았던 거란 말인가? 나는 지금까지 왜 살았던 거지? 왜…? (깜짝 놀란 듯) 아니, 뭐야?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그것도 모르고 살아 왔단 말인가?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도대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왜 사는지도 모르고 그냥 살았다니 이게 도대체…, (절규하듯 머리를 감싸쥐며) 으아아-!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주저앉아 흐느낀다.) 흐흐흑.

음성 :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삭개오 : (깜짝 놀라 일어나며) 뭐라고? 죽은 나사로를 예수라는 사람이 다시 살게 했다고? 그를 믿으면 영원히 죽지 않고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고? 다시, 다시 살아난단 말이지? 부, 분명 그렇단 말이지? 흐흐흐. 그렇다면 지금까지 잘못 살았던 것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말이렷다. (놀란 듯) 으잉! 뭐셔? 그가 이 여리고를 지나간다고? 그, 그게 사실이라더냐? 예수, 예수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라더냐? 예수를, 예수를 만나게 해 주시오-. (동작을 멈춘다.)

전도사 : 삭개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활이었습니다. 그래. 다시 사는 거야. 예수의 이름으로. (큰소리로) 그래, 다시 사는 거야. 예수의 이름으로-!

음성 :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노라.

전도사 : (여기서부터 예수님을 만나고 영접하는 삭개오의 부활, 즉 변화된 삶과 그에 대한 기쁨의 표현 등에 대한 말씀을 선포한다. 등장인물들은 무대 주변에 자연스럽게 앉아서 경청한다.)















삭개오 : (감격하여 울부짖는 소리로) 주여-!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빼앗은 재산을 네 배로 갚겠습니다.

음성 :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삭개오 : (호탕하게 웃으며) 우하하하하! 나는 삭개오! 그 이름도 찬란한 삭개오! (주위를 돌아보며) 뭐라고? 꿈깨오? 어허! 꿈깨오라니? 꿈깨오가 아니라 삭개오! 삭개오라구. 나는 오늘이 있음에 너무도 행복한 싸나이! 이미 죽었던 삶을 살았었지만, 그래서 아무런 희망도 없었지만 예수를 만나 다시 살아났다오. 내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라오. (두 팔을 쭈욱 뻗으며) 지금까지는 죽음이었지만 앞으로는 생명이라네. 나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무대 밝아지며 <사랑은 참으로 버리는 것> 반주가 흘러나온다. 삭개오, 독창으로 율동과 함께 부르다가 중간부터 등장인물들에게 준비된 계란을 마구 나누어주며 계속 노래를 부른다. 두 번째 부를 때는 등장인물 모두가 함께 율동과 함께 부르다가(나누는 것, 베푸는 것) 준비된 계란을 관객들에게 마구 나누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