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한국만화 원작 드라마는 1955년 여성지에 연재한 <왈순아지매>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시사문제를 가정문제로 끌어와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으로 1967년 TBC에서 드라마화 되었다. 하지만 시사만화를 영상으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고, 드라마화 될 당시 여장부의 캐릭터만을 가져오는 데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한다. 다음으로 1986년 허영만 작<퇴역전선>이 송지나 작가님에 의해 1987년 드라마화된다.
그리고 1993년 <폴리스>가 KBS에서 선을 보이게 되었다.
폴리스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면서, 원작을 살리되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고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위해 드라마와 만화간의 적절한 절충의 노력을 보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과도한 영웅적 모습을 가진 남자 주인공의 모습보다는 약간은 인간적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호감도를 높이고, 그외 캐릭터들에게 힘을 불어넣음으로써 극의 균형이 깨지지않게 하려 노력했다.
폴리스의 성공으로 1995년 SBS에서 <아스팔트 사나이>를 제작하게 된다. 역시 폴리스에 이어 이병헌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작품이었다.
아스팔트 사나이는 남성적인 색채가 강했던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려 속도감있게 극을 이끌어나갔다. 당시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소재와 함께 영화필름을 사용한 영상미, 해외 로케로 인한 볼거리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성공의 열쇠였던 것 같다.
1997년 MBC는 김수정만화 <일곱개의 숟가락>을 브라운관으로 옮겨왔다. 특집극 형식으로 7부로 제작되었는데 소재의 단편성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부담없이 다가왔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결국 편안함과 따스함을 가져다 주는 가족-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는 부모님과 친구이자 선배로 믿고 의지하는 형제들-이야기는 내 옆집 이야기 또는 내 가족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행을 겪으며 더 이상 아이가 아닌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세심하게 따라간 것이 주요했다.
그리고 1998년 SBS는 또한번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내보인다. 바로 김희선을 오늘에 있게한 작품으로 꼽히는 <미스터 Q>이다.
미스터큐는 IMF 바로 직후, 어려웠던 경제 상황으로 사회의 경쟁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 꿈과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 자신속에 숨어 있던 능력을 발휘해서 멋지게 재기하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다.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다는 대리만족감을 충족시켜줌으로써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살벌한 경쟁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와 정의감,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권선징악적 해피엔딩 스토리를 통해 비록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가슴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1999년 KBS에서 방송되었던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는 당시 순정만화의 대모로 불리우는 황미나의 화제작이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에 방송 전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의 감동을 전혀 살리지 못한 탓에 결국 많은 질타를 받고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그 원인은 원작 만화에서 주는 감동을 너무나 단순히 사랑이라는 주제로 못박아 버린 탓이다. 즉 80년대 회색 빛 우리의 사회분위기를 바탕으로 젊은이들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고통을 그려내고자 했었던 원작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채,표면에 드러난 남녀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춰버리고 만것이 그 원인인 것이다. 원작에서 엇갈리는 사랑은 네 사람의 좌절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보조 장치에 불가한 것이였는데 말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이러한 연출적 측면 외에도 주인공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잡지 못한채 겉도는 탓에 보는 시청자 역시 작품에 전혀 흡입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2003년 MBC의 야심작 <다모> 역시 원작이 만화인 작품이다.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인 이 작품은,다모폐인을 양성할 정도로 만화가 드라마화 된 작품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퓨전 사극을 선보이며 젊은 연령에게 어필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사극에서 보기 힘든 여자 주인공-더욱이 조선시대 여성이 억압되었던 그 시대에 여형사라는 설정은 더욱 매력적이었다-을 내세워 여성 시청자들을 잡는데 성공했다.
원작과는 달리 주인공간의 러브모드를 적절히 조화 시킨 것 역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 한 듯 하다.또한 만화에서 보던 평면적인 이미지가 브라운관으로 옮겨지면서 더욱 많은 볼거리를 주었는데, 주인공들의 미묘한 심리묘사를 배경화면에 적절히 녹아나게 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작품은 사전제작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본 작품이자 HD 화면으로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2004년 <풀하우스>는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이후 처음으로 순정만화가 드라마로 옮겨졌다. 순정만화의 경우 예쁜 그림체와 보는 주 대상자가 여성인 만큼 감성적인 측면이 많은 그만큼의 기대치도 높아, 성공할 경우 폭발적일수 있지만 그 반대일 경우 혹독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 점 때문에 많이 옮겨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연령 폭이 좁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풀하우스 역시 초반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다. 연기력 논란과 함께 여러 이야기로 한동안 떠들썩 했었는데 어느 누가 하더라도 그러한 논란은 이어졌으리라 본다. 순정만화의 캐릭터처럼 완벽한 외모와 그 인물에 풍기는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란 쉽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만화에서 캐릭터들의 관계나 설정 같은 일부분만 가져와 그외 다른 것은 새로이 다시 써나가는 노력은 한것은.... 드라마 풀하우스는 원작과는 다른 길로 방향을 잡았고, 초반의 우려를 털어낸 채 회를 거듭할 수록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비와 송혜교라는 스타급 캐스팅도 어느 정도 성공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그리고 2005년 초 <불량주부>가 방송된다. 주부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 미스터 Q와 같이 현실 상황을 화면으로 잘 옮겨온 탓일 것이다. 실직한 남편과 그들을 대신하여 일하는 아내를 통해 동변상련을 느끼고, 기존의 가장과 주부의 고정화된 위치가 바뀌면서 직면하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쳐나가는 그들을 보며 열광한 것이다. 이 작품은 특히 약간은 과장된 캐릭터를 내세우면서도 현실감각을 잃지 않으려 함으로써 심각한 문제를 조금은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높이 쳐줄만하다.
2006년 풀하우스 다음타자로 순정만화가 드라마화된 <궁>이 선보이게 된다. 원작이 엄청난 인기를 얻은 만큼 드라마 캐스팅부터 많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본 작품인 만큼 자신들이 기대하는 주인공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엄청났다. 드라마와 만화의 매체가 다르고 시스템이 다른 만큼 똑같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역시 기대감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최종 캐스팅이 발표된 후 신인 기용으로 인한 연기력 부재에 대한 우려로 주인공들은 한동안 안티팬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으니....
그리고 그 실체를 드러낸 궁...
2006년 입헌군주제라는 독특한 소재인 만큼 화려한 궁의 모습 재현은 일단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만화책에서는 전통적 구조를 살린 반면 드라마에서 동서양의 형식이 조화된 퓨전 스타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혼례식 장면이라던지 궁중에서의 모습들 역시 기존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새롭게 재 해석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노력또한 이 드라마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이라 하겠다. 주인공들 역시 능수능란한 연기는 아니지만, 풋풋함이 느껴지는 모습이 캐릭터들과 잘 어우러지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 한가지 기존 만화원작 드라마와의 차이라 볼 수 있는 것은 만화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 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드라마의 경우 기본 설정만 가져오거나 주 줄거리를 가져오는 것에 그치는 반면, 곳곳에서 만화에서 오고갔던 재미있는 대화들이 드라마 곳곳에 산재해 있어만화와 드라마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물론 캐릭터 상의 약간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크게 벗어난 부분은 없어 보인다.
이처럼 만화를 드라마화하는 경향은 최근에 와서 많이 활발해 지고 있는 듯 하다. 소재의 식상함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이는 데 다른 매체에서 일단 대중들로 하여금 사랑을 받았다는 검증된 성적표가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원작이 훌륭한 만큼 기대치도 높아, 그만큼의 위험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매체에서 가져오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gap을 어떻게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해시킬 수 있으며,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느냐는 문제는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부분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절반의 방송이 남은 궁 그리고 이후 만화가 드라마화 되는 많은 작품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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