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가치 꿈꾸는 문화산업계 '마이더스의 손'
윤 주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대표
'둘리 엄마. ‘아기공룡 둘리’를 그린 만화가 김수정씨를 흔히 ‘둘리 아빠’라고 부르지만, ‘둘리 엄마’라는 말을 들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치고 ‘둘리 엄마’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김수정씨가 ‘둘리’를 낳았다면, 그 ‘둘리’를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로 키운 ‘둘리 엄마’. 현재 와이쥬 크리에이티브를 경영하고 있는 윤주(41)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윤대표가 ‘둘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7년.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 사업을 담당하던 ‘둘리나라’에 입사하면서부터였다. 세대를 넘어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국내 만화 캐릭터로서 ‘둘리’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력을 느낀 그는 8년간 ‘둘리’의 캐릭터 사업에 젊음을 다 바쳤다. 학용품·완구·식음료는 물론 자동차 CF나 어린이병원의 공익사업에 이르기까지 ‘둘리’를 이용한 1500여 종의 상품을 개발했으며, 부천에 둘리 거리를 만들고 둘리에게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준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5년 정들었던 ‘둘리’와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이미 ‘둘리’의 캐릭터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확신이 든 데다 아무리 일도 중요하지만 몸이 먼저라는 생각에 ‘둘리나라’를 그만두고 몸을 추스렸다.
몇 개월 쉬면서 건강이 조금 회복된 그는 좀 더 넓은 세계를 구경하기 위해 미국·일본 등 문화산업 선진국들을 돌아다니며 각 나라의 문화콘텐츠 현황을 눈으로 익혔다.
즐거움을 주는 사무실 ‘윤주의 동물원’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마침내 자기 회사를 차렸다. 창립기념일은 2005년 11월 11일 11시 11분. ‘이벤트의 귀재’답게 누구나 기억하기 쉬운 날로 정했다. 회사명은 와이쥬 크리에이티브(YZOO CREATIVE). 윤주의 Y에 ‘동물원’의 ZOO를 더한 것으로 ‘윤주의 동물원’이라는 뜻이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는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력’이라는 의미에서 덧붙였다.
“회사 이름은 ‘파페포포’로 유명한 만화가 심승현씨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심씨는 제 이름의 주가 영어의 ‘ZOO’와 발음이 비슷하다는데 착안해 ‘직원들에게, 외부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물원 같은 사무실’이라는 의미의 ‘FUNZOO’를 추천했는데, FUN 대신 제 성인 윤의 Y를 더해 ‘YZOO’로 바꿨습니다.”
윤대표의 말대로 그가 하는 일은 ‘즐거움을 가치로 만드는’ 일이다. 즉, 하나의 성공한 모델을 여러 가지 콘텐츠와 연계시켜 다방면으로 전개하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를 진행하는 것. 쉽게 말해 영화, 드라마, 개그 등의 이야기를 만화, 출판, 애니메이션, 완구, 팬시, 모바일 등으로 확장시키는 게 그의 일이다.
이러한 원소스 멀티유스는 할리우드에선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이러한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 해외에서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전락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블루오션’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화산업계 '마이더스의 손'
회사를 차린 뒤 2년도 채 안됐지만 그동안 그가 이뤄놓은 성과는 눈부시다. 영화 ‘왕의 남자’를 만화·무비스토리북·아트상품·모바일 서비스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선보였고, 영화 ‘괴물’은 아동용 만화·성인용 만화·소설·모바일게임·메이킹북·아트상품 등으로 확장시켰다..
또한 MBC 드라마 ‘주몽’은 출판·모바일·완구·식음료·아트상품으로 내놓았으며, SBS 드라마 ‘마녀유희’도 다양한 라이선싱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한 브랜드’와 ‘민족상징 100선’ 등 두 가지 문화원형사업에서 문화관광부 최초의 에이전트로 지정되기도 했던 그는 최근 50여명의 연예인을 보유한 컬트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함으로써 개그분야로까지 발을 넓혀가고 있다.
그가 손을 대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면서 주위에서는 그를 ‘문화산업계의 마이더스 손’이라 부른다. 그 배경에는 라이선싱 사업에 성공할 작품을 선별할 줄 아는 그만의 탁월한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항상 성공하는 것 같지만 야구선수라고 해서 항상 안타나 홈런을 칠 수는 없는 법이지요. 특히 제 일은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초상권 문제도 그렇고, 작가와의 관계도 그렇고…. 하지만 일 자체가 재미있는데다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기에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영·인라인·스노보드… 소문난 운동마니아
비록 몸이 안좋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윤대표는 원래 운동마니아다. 틈만 나면 스케이트를 타고 거리를 누볐던 인라인광이자 거의 매주 용평을 드나들던 스보노드광이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자주 필드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걷는 게 매력이라고 골프 예찬론을 펼친다.
요즘에는 일이 바빠 바깥 운동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그는 ‘생활 속의 운동’을 강조한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대신 꼭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집에서 드라마나 DVD를 볼 때도 훌라후프를 돌린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수영으로 다스린 경험이 있는 그는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수영을 즐기라고 추천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 콘텐트 매니저, 콘텐트 라이센서, 콘텐트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직함으로 불리지만, 그보다는 ‘재미를 좇는 사람’으로 불러주길 원하는 그는 한류(韓流)를 넘어선 아시아의 가치를 강조한다.
“저는 문화가 현대와 미래를 이끄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현재의 EU처럼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를 문화를 통해 하나로 묶어 아시아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 안으로 중국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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