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2/메모

새해에는 '말'로 합시다

은바리라이프 2007. 12. 30. 19:31
새해에는 '말'로 합시다





새해다.
늘 똑같은 날, 똑같은 아침, 똑같은 하루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새 마음 같고 몸은 새 몸 같다. 2006년 새해도 이렇게 밝았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우리 방송작가들, 특히 구성프로그램을 하는 작가들은 프로그램 ‘오프닝’에 그 해의 동물에 대한 덕담을 늘어놓으면서 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병술년, 개의 해. 새해의 오프닝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아마 개의 충성스러움과 용감함과 의로움, 그리고 영리함을 한껏 프로그램에 그려 넣었지 않았을까 싶다. 산불이 났는데도 술취해 깨어나지 않고 깊이 잠든 주인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바친 의견의 얘기며, 주인이 팔아치웠는데도 몇 백리를 홀로 걸어서 다시 옛 주인을 찾아온 개의 얘기랑 또는 요즘 장애인 도우미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개의 얘기 등등등..
하지만 요즘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얘기만 풍성하지 않은 것을 어쩌랴. 그래서 더 새해에 기원을 담는 것인지도 모르고.
별로 좋지 않은 상전인데도 열심히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을 우리는 ‘충견’이라고 부른다. 형편없는 처신을 하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개 쌍놈’ 또는 ‘개 같은 놈’ 그런다.
그런 사람들이 판치는 곳을 우리는 또 ‘개판’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바로 이런 ‘개판’인 게다. 교수가 제자를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어느 교수는 논문을 조작해서 세상을 깜짝 속이고… 정치인들은 사학법 개정을 놓고 장외투쟁이다.
최근에 부쩍 주인을 문 개의 얘기도 많이 들려오고 개에 물려 죽은 소년의 안타까운 얘기도 있고 울타리를 넘어 길가는 아무나 물어대는 개도 있는데, 아무튼 저마다 발악이다. 발악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개처럼 짖어대지 않으면 돌아오는 것이 없다. 그러니 저마다 바락바락 짖어댄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말’ 대신에 그저 ‘소리’만 낭자하다.
여기에는 우리 방송작가들의 책임도 크다. ‘말’과 ‘소리’를 그냥 섞어서 마구 쓴다. ‘말’은 사람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다. 그러나 ‘소리’는 그냥 소리일 뿐이다. 바람소리, 물소리, 음악소리, 새소리, 개짖는 소리 등등.
새해에는 제발 이런 ‘소리’를 지르지 말자. ‘개판’을 만들지 말자.
그리고 우리가 앞장서서 ‘소리’를 ‘말’로 바꾸자. 그래서 발악하지 않고 바락바락 짖지 않고도 주머니가 두둑한, 옆구리가 따뜻한 한 해를 만들어 가시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며 ‘어느 개가 짖나’ 그러지 마시길…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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