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말] 김태형의 마음방정식
김태형 /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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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해 한국인들이 자주 하는 인사 중에는 ‘새해에는 좋은 꿈 꾸세요’라는 것이 있다. 아마도 한국의 전통문화가 꿈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왔기에 이런 인사가 생겨났을 것이다. 한국의 고전소설이나 설화 등에 꿈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중요하게 등장하는지를 살펴보면 한국인들이 꿈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한동안 ‘이성’과 ‘과학’을 강조하는 흐름의 여파로 인해 꿈을 하찮은 정신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다행히 심리학의 등장으로 인해 인류는 다시 한 번 꿈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영역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은 무의식의 활동이다’라는 정의에 기초해 간단하게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꿈은 잠을 잘 때 꾸게 되는데, 잠이 들게 되면 사람의 의식은 활동을 멈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꿈은 무의식의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의식이 활동을 멈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요약해보기로 하자.
첫째, 모든 감각기관이 꺼짐으로써 외부세계와의 관계가 차단된다. 의식은 감각기관을 지배하며 통제하기 때문에 의식이 활동을 하는 한 사람은 끊임없이 외부자극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처리하게 된다. 동시에 감각기관은 몸으로부터 오는 자극도 처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이 활동을 멈추게 되면 무엇보다도 감각기관이 더 이상의 자극을 받아들이지 않게 됨으로써 외부세계와의 교신이 끊기는 것이다.
둘째, 정신활동과 신체활동에 대한 조절·통제가 사라진다. 의식은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신체를 조절·통제함으로써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따라서 의식이 활동을 멈추게 되면 무의식이 관장하는 생리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활동이 정지하게 된다.
셋째, 의식영역에서 진행되던 의지적인 정신활동이 정지한다. 의식에서는 자기 고유의 법칙에 따라 정신활동이 진행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요구에 따라 주의집중을 하고 판단과 추리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의지적 활동 또한 의식이 활동을 멈추면 사라지게 되어 무의식적 정신활동만이 남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꿈을 의식이 활동을 멈춘 상태에서 진행되는 무의식의 정신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특히 강조해야 하는 점은 의식이 활동을 멈추면 모든 심리적 에너지가 무의식의 정신활동에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꿈을 ‘무의식적 정신활동의 전부’라고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의식의 활동이 배제된 순수한 무의식의 정신활동을 대변하는 것으로는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무의식의 활동인 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첫째, 자기의 간절한 소망을 실현해주는 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거나, 아이가 시험에서 백점을 맞는다거나, 미국대통령 부시가 벼락에 맞아 죽는다거나 하는 등의 꿈이 그것이다. 특히 어린이들과 현실에서 좌절을 많이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꿈을 많이 꾼다.
둘째, 의식적인 업무를 보조해주는 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꿈속에서도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 사업상 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결정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꿈속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 문필가나 예술가들이 꿈속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 의식이 자각하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꿈.
의식에서는 아주 좋게 평가하고 있는 사람이 악당으로 등장함으로써, 그 사람을 너무 믿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이가 모두 빠지거나, 손톱이 빠지는 등의 꿈을 통해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건강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이런 꿈들은 미처 의식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위기’에 빠지는 걸 막으려고 하는 무의식의 경고이다.
넷째, 예지적인 꿈.
꿈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예견능력’에 대해서 현재까지는 명확한 과학적 설명을 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부정할 수는 없다.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에도 사랑하는 아들이 일본군에 의해 죽었다는 것을 꿈을 통해 미리 알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미래를 예견하는 꿈은 인류가 태고 적부터 꾸어왔고 지금도 꾸고 있다.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동물들이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을 예측하고 도망치는 걸 고려해보면, 이는 아마도 무의식의 특수한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런 무의식의 능력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 신비주의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빠져들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을 전적으로 부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꿈이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이 정도만 살펴보기로 하자.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꿈을 숭상하면서 꿈이 지시하는 대로 살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속담처럼 꿈은 의식적 사유와는 달리 아주 상징적이고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해석하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감이 부족하거나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꿈에 매달리게 되면, 꿈을 자의적으로 왜곡해석해서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반면에 ‘나는 꿈 따위는 믿지 않아. 그것이 나한테 무슨 영향을 줄 수 있겠어’라고 말하며 꿈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꿈은 분명히 하나의 정신활동이므로 비록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가 밤새 악몽을 꿀 경우, 아침에는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나쁜 꿈이 유발한 불쾌한 감정은 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유 없이 우울하고 불안하게 지낼지도 모른다.
따라서 꿈은 가능한 한 기억하는 것이 좋으며,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분명히 유익할 것이다. 꿈을 무시하는 것은 의식과 함께 정신활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무의식의 도움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복해서 꾸는 꿈, 중요한 계기점에서 꾸게 되는 꿈, 너무도 생생한 꿈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새해처럼 중요한 계기점에서 꾸게 되는 꿈을 어찌 소홀히 대할 수 있겠는가?
모쪼록 새해에는 말지 독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가 좋은 꿈을 꾸게 되기를 바란다. (http://blog.hani.co.kr/saeddeul)
그러나 서구에서는 한동안 ‘이성’과 ‘과학’을 강조하는 흐름의 여파로 인해 꿈을 하찮은 정신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다행히 심리학의 등장으로 인해 인류는 다시 한 번 꿈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영역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은 무의식의 활동이다’라는 정의에 기초해 간단하게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꿈은 잠을 잘 때 꾸게 되는데, 잠이 들게 되면 사람의 의식은 활동을 멈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꿈은 무의식의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의식이 활동을 멈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요약해보기로 하자.
첫째, 모든 감각기관이 꺼짐으로써 외부세계와의 관계가 차단된다. 의식은 감각기관을 지배하며 통제하기 때문에 의식이 활동을 하는 한 사람은 끊임없이 외부자극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처리하게 된다. 동시에 감각기관은 몸으로부터 오는 자극도 처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이 활동을 멈추게 되면 무엇보다도 감각기관이 더 이상의 자극을 받아들이지 않게 됨으로써 외부세계와의 교신이 끊기는 것이다.
둘째, 정신활동과 신체활동에 대한 조절·통제가 사라진다. 의식은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신체를 조절·통제함으로써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따라서 의식이 활동을 멈추게 되면 무의식이 관장하는 생리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활동이 정지하게 된다.
셋째, 의식영역에서 진행되던 의지적인 정신활동이 정지한다. 의식에서는 자기 고유의 법칙에 따라 정신활동이 진행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요구에 따라 주의집중을 하고 판단과 추리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의지적 활동 또한 의식이 활동을 멈추면 사라지게 되어 무의식적 정신활동만이 남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꿈을 의식이 활동을 멈춘 상태에서 진행되는 무의식의 정신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특히 강조해야 하는 점은 의식이 활동을 멈추면 모든 심리적 에너지가 무의식의 정신활동에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꿈을 ‘무의식적 정신활동의 전부’라고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의식의 활동이 배제된 순수한 무의식의 정신활동을 대변하는 것으로는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무의식의 활동인 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첫째, 자기의 간절한 소망을 실현해주는 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거나, 아이가 시험에서 백점을 맞는다거나, 미국대통령 부시가 벼락에 맞아 죽는다거나 하는 등의 꿈이 그것이다. 특히 어린이들과 현실에서 좌절을 많이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꿈을 많이 꾼다.
둘째, 의식적인 업무를 보조해주는 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꿈속에서도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 사업상 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결정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꿈속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 문필가나 예술가들이 꿈속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 의식이 자각하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꿈.
의식에서는 아주 좋게 평가하고 있는 사람이 악당으로 등장함으로써, 그 사람을 너무 믿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이가 모두 빠지거나, 손톱이 빠지는 등의 꿈을 통해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건강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이런 꿈들은 미처 의식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위기’에 빠지는 걸 막으려고 하는 무의식의 경고이다.
넷째, 예지적인 꿈.
꿈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예견능력’에 대해서 현재까지는 명확한 과학적 설명을 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부정할 수는 없다.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에도 사랑하는 아들이 일본군에 의해 죽었다는 것을 꿈을 통해 미리 알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미래를 예견하는 꿈은 인류가 태고 적부터 꾸어왔고 지금도 꾸고 있다.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동물들이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을 예측하고 도망치는 걸 고려해보면, 이는 아마도 무의식의 특수한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런 무의식의 능력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 신비주의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빠져들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을 전적으로 부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꿈이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이 정도만 살펴보기로 하자.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꿈을 숭상하면서 꿈이 지시하는 대로 살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속담처럼 꿈은 의식적 사유와는 달리 아주 상징적이고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해석하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감이 부족하거나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꿈에 매달리게 되면, 꿈을 자의적으로 왜곡해석해서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반면에 ‘나는 꿈 따위는 믿지 않아. 그것이 나한테 무슨 영향을 줄 수 있겠어’라고 말하며 꿈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꿈은 분명히 하나의 정신활동이므로 비록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가 밤새 악몽을 꿀 경우, 아침에는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나쁜 꿈이 유발한 불쾌한 감정은 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유 없이 우울하고 불안하게 지낼지도 모른다.
따라서 꿈은 가능한 한 기억하는 것이 좋으며,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분명히 유익할 것이다. 꿈을 무시하는 것은 의식과 함께 정신활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무의식의 도움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복해서 꾸는 꿈, 중요한 계기점에서 꾸게 되는 꿈, 너무도 생생한 꿈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새해처럼 중요한 계기점에서 꾸게 되는 꿈을 어찌 소홀히 대할 수 있겠는가?
모쪼록 새해에는 말지 독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가 좋은 꿈을 꾸게 되기를 바란다. (http://blog.hani.co.kr/saeddeul)
기사입력 : 2007-12-26 15:15:59
최종편집 : 2007-12-27 09:38:07
최종편집 : 2007-12-27 09: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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