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엔 '훈플'로 악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입력 : 2007.07.25 18:53
무플녀: SES와 핑클, HOT와 젝스키스의 기사를 쓰면서 하이텔 시절부터 엄청난 화형식을 당해왔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후배가 썼던 기사야. ‘록 자격증이라도 따고 싶어요’란 제목의 가수 문희준 기사였는데, 당시 40만건의 댓글이 붙었다나.
리플남: 악플계의 보증수표들이 계시죠. 사마 문희준, 이젠 외국 관광객으로 통하는 유승준, 악플 유발이 연예활동 같으신 이승연씨 같은 분들. 요즘엔 싸이가 대신 맞아주고 있지만.
무플녀: 분명 악플을 부르는 연예인이나 행동엔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이를테면 영화배우 김옥빈의 “할인카드 쓰는 남자 쫀쫀해 보인다” 같은 된장녀성 발언, “록 자격증이라도 따고 싶다”는 자아 도취성 발언, 연예인 100명 중 90명 이상이 애용하고 있다는 “친한 선후배 사이”라는 스캔들 무마용 발언, 홍보 때문에 TV 나와서 쟁반 맞으면서도 “영화 흥행엔 신경 안쓴다”는 아티스트형 발언, 김상혁의 “술 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었다” 같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형 멘트 같은 것들 말야.
리플남: 사실 작가로서 몇몇 뛰어난 악플을 볼때마다 가끔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 언어의 연금술사들인가? 어쩌면 이리 위트와 비난과 조롱이 범벅된 독설을 저리도 짧은 문장 안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연락되면 만나서 같이 작가팀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했어요. 고백할 것 하나! 제 인생 3대 후회 중에 하나인 프란체스카 카메오 출연 후 게시판에 쏟아지던 외모에 대한 악플들! 참다 못해 조카 아이디로 들어가서 ‘언젠가 우연히 실물 봤는데 제법 볼만하더라’로 점잖게 시작한 댓글이 결국 ‘정말 웃기게 생긴 걸 보고 싶다면 거울이나 쳐 보셈’으로 이어지더군요.
무플녀: 얼마 전 이현세씨가 고백하더니, 이젠 신 작가도 ‘나 악플 달아봤다’는 새로운 고백을 시작하고 있구나. 이거 흥미진진한 걸. 그 외 또 무슨 짓을 했는지 이 자리에서 고백하고 털고 가지 그래?
리플남: 고백한 김에 하나 더. 이건 진짜 제 인생 3대 후회 중 두 번째 것인데, 예전에 제게 표절시비를 건 작가 홈페이지에 가서 악플을 단 적이 있어요. 근데 막상 그 홈페이지에서는 묘한 의견이 나왔어요. “아무래도 신정구를 위장한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 “작가가 쓴 글이라기엔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이다” “절대 신정구가 쓴 글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리더군요. 그냥 어디 아무도 모르는 데 가서 칵~ 죽어버렸으면 하는 심정이었어요
무플녀: "죽기 전엔 반드시 로그아웃 해라, 전기세 나온다." 요런 게 정말 인명을 경시하는 악플이라고 할까. 악플에도 급수가 있는 것 같아. 전에 역도선수 장미란과 영화배우 권상우가 만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이런 리플이 달렸어. ‘둘이 결혼해라.’ 누굴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폭소가 터지는 수준급 리플이었던 기억이 나. 연예인과 매니저의 분쟁 기사엔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기사!’, 이런 게 정말 ‘훈플’(훈훈한 리플)이지.
리플남: 전직 위조지폐범이 정부기관 최고의 지폐감식가로 거듭난다거나,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타고난 더듬이를 이용하여 연쇄살인범을 잡는 설정의 ‘덱스터’란 드라마처럼 뛰어난 악플러들을 개발 양성하여 뛰어난 작가의 길을 열어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광고 카피라이터 쪽에서도 인턴쉽을 활용하여… ㅎㅎ
무플녀: 글쎄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아. 이를테면, ‘이영애, 이번엔 유재석에 구애’라는 기사를 쓴다면 “배우 이영애씨가 유재석에게 공개 구애를 했다. 이씨는 ‘무한도전’에 출연, ‘유재석씨를 너무 보고 싶었다’고 고백한 것이다”란 기사를 써야 하는데 “뭐야 이거 또 프로그램 소개?” “또 짜고 치시는군” “이영애 요즘 광고만 찍더만” 이런 악플이 두렵지 않겠어? 그럼 그의 기사는 이렇게 되는거지. “영화배우지만 사실 요즘엔 영화를 별로 안찍는 이영애씨가 PD의 거듭된 전화질과 매니저의 간곡한 설득, 광고주의 부탁을 받고 ‘무한도전’에 출연해 대본에 써있는대로 ‘유재석씨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이건 완벽하게 짠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안짠 것도 아니다.”
리플남: 하지만 사실 기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악플보다 무플이 아닌가요? 가끔 작정하고 쓴 낚시기사를 보면 ‘악플이든 뭐든 좋다! 무조건 많이 읽은 기사에만 올라다오’하는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문장에 녹아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심지어 ‘개그맨 김기욱이 인대파열로 군면제를 받았다’는 기사에는 김기욱이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물구나무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배치해, ‘기자가 안티냐’란 악플을 유도하더라구요. ‘신은경 별거 중’이란 기사엔 그녀가 활짝 웃고 있는 자료 사진을 써서 ‘그래 그렇게 좋냐’ ‘좋기도 하겠다’ 같은 반응을 유도하는 거 아닌가요?
무플녀: 음. 그런데 우리 칼럼에도 악플 적잖은 건 알고 있지? 난 개인적으로 가장 악의적인 리플은… ‘이 여자 고현정 닮은 주제에’라는 거였어.
리플남: 앗? 무슨 뜻인가요? 너무 악의적이라 착하기만 한 마음뿐인 저는 못 알아들은 걸까요?
므플녀: 뭘 몰라. 나를 엇다 대고 고현정한테 비교하냔 말야! 난 소중한데.
리플남: 아… 이번 칼럼은 정말 제대로 악플 좀 달리겠네요. 수고하셨어요.
[리플남-신정구] 방송작가로 ‘안녕 프란체스카’를 썼다. sooooom@naver.com
[무플녀-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장으로 ‘발칙칼럼’을 썼다. zeeny@chosun.com
(조선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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