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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의 범람

은바리라이프 2007. 12. 14. 09:59

일본 문화의 범람

일본에서 한류는 사그라들고 한국에서 일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이미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죠. 예전에는 듣기 힘들었던 일본 음악들이 음반 매장에서 들려지고 있고 서점에 가보면 예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특정 작가들의 작품들만 있다가 지금은 다양한 일본의 작품들이 �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반 소설 뿐만 아니라 라이트노벨 같은 서적들도 다량으로 수입되어 있죠. 영화에서도 한류는 기껏 이병헌이나 배용준에 의지하고 있지만 일류에는 기무라 타쿠야나 오다기리 조, 쿠사나기 쯔요시 같은 사람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국민 정서상 중 장년층에게 이들은 생소한 부류들입니다. 하지만 이후 소비의 주축을 형성하게 될 젊은 층은 일본 문화에 대해 대단히 익숙하고 이후 일류의 파급이 더 확대되면 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면 한류는 특정 계층에 한정 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이니 만큼 일본 쪽에서 한류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당장 한국에 개봉되는 일본 영화의 편수와 일본에서 개봉되는 한국 영화의 편수를 비교해 본다면 이 차이가 얼마나 나고 있는지를 실감하실 것입니다. 올해 일본에 수출된 영화가 몇편이었습니까? 전체를 봐도 2편인가? 3편인가 그렇습니다. 헌데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되어온 영화는 특정 영화사에 한정해도 5편이 넘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검은집이나 복면달호 같은 한국 영화들의 원작이 일본 소설이나 드라마등인 것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일류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한 것이나 다름 없지요.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애니메이션의 경우 작화 능력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실제 애니메이션을 봐도 작화 부분에서 많은 한국인 이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본 영화가 서양인들에게 알려지고 상을 타곤 했지만 한국 영화 또한 많은 유수의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라마도 그렇죠, 예외적으로 미국 드라마 같은 경우는 엄청난 물량과 시스템으로 영화나 다름없는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 입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 입니다. 지금 당장 한국 드라마 한편을 골라 4~5화 정도 살펴 보세요. 전 어제 할머니께서 보시는 드라마 한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드라마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공식이 그대로 나오더군요, 첫번째는 출생의 비밀, 두번째는 콩가루 집안, 세번째는 여기에 양념치는 악인(녀)들. 비비 꼬아진 불륜과 출생의 비밀들이 전부 합쳐 세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고 사돈과 친구였던 부모 그리고 처제를 좋아하는 동생.

좀 더 다른 소재를 이용한 드라마도 마찬가지 입니다.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를 두고서 내용물은 똑같은 패턴으로 나옵니다. 오죽하면 한국의 파일럿 드라마는 파일럿이 사랑한 이야기, 소방관 드라마는 소방관이 사랑한 이야기, 스포츠 드라마는 스포츠인이  사랑한 이야기 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2003년에 나왔던 영화 블루를 기억하십니까? 소재는 참 독특했습니다. 해군 SSU의 심해 구조팀의 이야기라는 것은 얼마든지 좋은 소재가 되는 것입니다. 헌데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실망합니다. 왜 그럴까요? 각종 수중촬영과 CG 작업이 있었고 기술적으로 훌륭한 이 영화가 실패한 이유는 바로 뻔한 스토리 때문이었습니다. 이것도 전형적인 SSU에서 사랑한 이야기였거든요. 곁다리로 우정도 들어가고 트러블도 들어가지만 말입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다양한 생각들이 넘쳐납니다. 물론 인구가 많고 소비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과 단순 비교는 힘듭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의 이야기들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대단히 정형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만화, 영화, 드라마, 소설등의 모든 컨텐츠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저변층이 대단히 깊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쉽게 보는 만화의 경우만 해도 탐정, 화재조사반, 경찰, 해양경찰, 요리사, 바둑, 장기, 다이버, 경륜, 경정, 경마...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판타지라 해도 데스노트처럼 독특한 소재와 시각을 보여주는 것도 있고 리얼함을 전문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 만화는 어떨까요? 당장 가까운 만화방에라도 달려가서 박봉성이나 김성모 만화들을 한 번 살펴보세요. 어디서 복사한 것 같은 이야기를 빼면 대부분 비슷비슷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차라리 옛날 만화를 들춰 보는 쪽이 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만화가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소비가 되지 않는 구조에서 굶으며 만들어 내라는 것은 말도되지 않는 이야기니까요. 차라리 김성모의 만화 공장이 돈 벌기에는 훌륭한 판단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드라마는 만화는 우습게 알고 영화는 드라마를 우습게 알고 있습니다. 소설은 장르소설들을 우습게 취급합니다. 똑같은 문화 컨탠츠임에도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소재를 만화에서 따와도 많은 부분이 비슷해도 만화는 애들 보는 것 정도로 취급하고 무시해 버립니다. 소설과 장르소설이 다른 것처럼 이야기 되어지는 현실은 이미 전에도 말했던 것이지요.


전 요즘이 한국 문화산업이 나갈 방향이 정해지는 분기점이라 생각됩니다. 어차피 일본의 문화 혹은 타국의 문화가 들어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더구나 문화 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것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희안한 일이지요. 이미 우리는 마징가를 비롯한 일본 만화영화에 익숙한 세대들이고 앞으로의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마징가와 그랜다이저를 보고 자랐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은 파카추와 케로로를 보면서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가 우리의 것을 찾아내고 문화라는 것에 좀 더 신중한 접근을 하고 마인드를 바꾸며 이 문화 산업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치료하고 투자한다면 우리 문화는 새로운 문화의 수용으로 긍정적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욱 뛰어난 문화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가 그것을 잘 알려주고 있죠. 그러나 이를 두고 보기만 하고 법과 기반을 기존의 것을 그대로 두고 그저 만화일 뿐, 영화일 뿐이라며 간과하다가는 일본 문화에 종속되어 버리는 상황을 만들어 내겠죠.

문화의 종속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우리 조상들이 왜 문화를 지키려 했고 왜 무력대신 문화를 이용해 통치하려 했는지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점이 사라져 버리는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한국을 이야기 할 것입니까? 한 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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