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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꼽은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은바리라이프 2012. 12. 4. 08:05

시인들이 꼽은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뭘까

  • 국제신문
  • 오상준 기자
  • 2012-11-18T20: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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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하(왼쪽), 이근배
# 허만하

- 讀萬卷書 行萬里路

# 이근배

- 한 3년 만 속세와 단절

# 유안진

- 템플스테이, 시집 2권 쓰기

# 문정희

- 배역은 무관, 단역배우

인생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내가 걸어온 길과 내가 가지 않은 길. 누구나 가지 않은 길, 즉 이루지 못한 꿈을 동경한다. 누구에게나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다. 이 목록을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한다. 2007년 개봉한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따온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버킷 리스트가 자신이 잃어버린 행복에의 꿈이라는 걸 깨닫는다.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겨울호는 '시인들의 버킷 리스트-살아 있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것 세 가지'를 기획특집으로 다뤘다. 허만하 이근배 유안진 오탁번 김종철 문정희 신달자 정호승 김광규 장석남 김행숙 등 원로에서 중견에 이르는 시인 11명이 털어놓은 '버킷 리스트'는 무엇일까.

부산의 허만하(80) 시인은 두 가지만 언급했다. 허 시인은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를 계속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여행과 지적 섭렵을 계속하겠다는 바람이다. 이근배(72) 시인은 귀양살이 삼 년을 버킷 리스트에 넣었다. 이 시인은 "한 삼 년이라도 외딴 섬이나 깊은 산골에 귀양 가서 바깥 세상과 담을 치고 책장 넘기며 먹을 갈고 싶다"고 말했다.

   
유안진(왼쪽), 문정희
유안진(71) 시인은 장르를 벗어난 시집 두 권 쓰기, 해마다 삭발한 채 템플스테이 해보기, 금식과 침묵 실천하기를 들었다. 시인은 삭발에 대해 "머리카락이 상징하는 세속적 의미를 지우고 싶지만, 종신토록 속세를 등질 자신은 없고, 내키면 언제나 환속하고 싶은 자유도 누리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문정희(65) 시인은 단역배우를 버킷 리스트에 올렸다. 문 시인은 "퇴락한 카페이거나 산골의 주점이거나 상관없다. 그곳의 주인이다. 카메라는 잉마르 베르히만이나 빔 벤더스, 혹은 짐 자무시, 아니면 홍상수나 김기덕이어도 좋다"며 "베드신이 덤처럼 따라오면 더욱 좋고, 없어도 서운할 것은 없다"며 하고 싶은 '나이 든 글래머 여인' 역을 설명했다.

경남 거창 출신의 신달자(69) 시인은 시간과 돈과 마음이 넉넉한 애인과 여행 다니기, 침묵피정, 대표작 쓰기를 꼽았다. 신 시인은 "속옷도 챙기지 않아도 애인이 모든 것을 준비해 주는 그런 여행, 핸드백 하나 달랑 메고 다니는 가벼운 여행"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