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근
명지대 객원교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번역서가 100만 부를 넘어 요즘도 판매가 잘되고 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공동선 사상의 맥락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한 이 책의 기본 메시지는 단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 국민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틀 속에선 ‘조금씩 나아질지는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정의란 지금 이곳에 있지 않다’는 국민들의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명지대 객원교수
든든한 배경이 없으면 기가 죽고 괄시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야 마는 패거리문화, 검찰에 출두하는 일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의 유·무죄 걱정 유무 이전에 그곳에서 살아온 생애 전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의 정신적 학대 등을 받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 국민들의 혈세로 지출되는 공기업의 장(長)이나 감사 자리를 마치 전리품처럼 분배하는 역대 정권들, 그래서 허리띠 졸라서 세금을 많이 내도 보람을 크게 느낄 수 없는 납세자가 엄청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전제인 법 앞의 평등 대신에 무전유죄, 유권무죄라는 인식이 퍼져 있고, 국가와 대기업은 더욱 커가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의 행복 성취는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
지난해 말 G20 서울회의와 올해의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등으로 선진국 진입이 코앞에 다가온 것 같지만 밥만 잘 먹고 옷만 잘 입을 수 있다고 선진국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생존환경과 가치추구의 우선순위는 선진성보다는 후진성 쪽이 아닌가라고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격조 있는 선진국,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가의 질문과 표리(表裏)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리더가 온전한 법치주의 구현 의지를 갖고 이와 동시에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실행력으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정의를 진정으로 갈구하는 수많은 국민에게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은 특히 중요한 선택의 한 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