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21C 해적, 피도 눈물도 없는 날강도
자동소총으로 무장 약탈·살인에 납치까지… 소말리아 해역은 신흥 ‘해적의 소굴’
후크 선장, 키드 선장, 칼리코 잭(잭 랜맨), 전설적 여자 해적인 메리 리드와 앤 보니….
문학작품이나 영화 속에서 해적의 이미지는 의적(義賊)에 가깝다. 해적은 이 작품들 속에서 낭만과 고독을 즐기고, 용감한 바다 사나이이며, 사회적 규제를 깨는 자유인으로 그려진다. 한 잔의 럼주와 어여쁜 여인, 보물선 등은 해적의 이미지를 더 낭만적으로 만든다. 오죽하면 지금도 해적 이야기를 다룬 책, 영화가 인기일까.
그러나 현실에서 만나는 해적은 다르다. 그들은 선박을 습격해 물건을 약탈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바다 위의 날강도’다.
최근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인이 탄 선박 등이 잇달아 해적의 습격을 받으면서 새삼스레 해적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적의 상징인 ‘졸리 로저’(해골 깃발) 대신 이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21세기 해적’,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적 행위, 다시 활개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전 세계 5대양 곳곳에서 신고되는 해적 행위는 연평균 300여 건이다. 지난 수년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해적들이 활개 치면서 다시 해적의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IMB의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발생한 해적 사건은 모두 198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4건에 비해 14% 증가한 것이다. 특히 7~9월 3개월 동안 72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47건)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납치된 선박만 15척이며, 약탈뿐 아니라 선원 63명이 억류됐고 이중 3명은 살해당했다.
해적이 가장 많이 출몰한 곳은 전통적인 해적 소굴로 유명한 말라카 해협이다. 말라카 해협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사이, 즉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핵심 요충지다. 해마다 5만여 척 이상의 화물선이 오가는 데다 폭도 좁고 수심도 비교적 얕다. 해적들에겐 시쳇말로 ‘물 좋은 곳’이다. 이곳에선 올 들어 40건이 일어났는데, 지난해 37건에 비해 다소 줄었다.
이외에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연해와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에콰도르 주변 해역도 해적들의 주요 활동무대다.
새로운 해적 소굴, 소말리아 말라카 해협의 해적이 수그러든 사이 근래 새로운 해적 소굴로 부상한 곳이 바로 인도양과 홍해를 잇는 소말리아 해역이다.
우리나라와도 악연이 깊은 곳이다. 이곳에선 9월 말까지 26건의 해적 습격이 일어났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8건인 것에 비하면 3배가 넘는다. IMB 측은 “지난 2주 동안 선박 나포 미수사건이 5차례나 벌어질 정도”라고 밝혔다.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선박이 많이 습격당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인 선원 2명을 실은 일본 선적 ‘골든모리 호’가 공격받았으며, 30일에는 북한 선적 ‘대홍단 호’가 습격당했다. ‘대홍단 호’는 미국 구축함 제임스 E. 윌리엄스호의 지원과 과감하게 해적에 맞선 북한 선원들의 노력으로 해적을 제압,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피랍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마부노호도 이곳에서 당했다. 마부노호는 지난 5월 납치돼, 한국인 선장 한석호씨 등 4명을 포함한 20여 명이 지금까지도 억류 중이다. 지난해 4월 동원수산 소속 원양어선이 납치·억류당했다가 4개월 만에 풀려난 곳도 소말리아다.
포텐갈 무쿤단 IMB 사무총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적들의 활동으로 소말리아 해역의 안전이 위험한 상태”라고 단언한다. 비정부단체인 ‘동아프리카 항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앤드루 므완구라는 로이터통신에 “소말리아에는 ‘잘 조직된’ 5개의 해적 그룹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이 창궐하는 것은 오랜 내전과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으로 공권력이 해적 활동을 잠재우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지역 군벌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해적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IMB의 분석가인 사이러스 모디는 “무엇보다 정치적 불안정이 해적들에게 무법지대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해적, 바다의 무법자 5대양 구석구석을 누비는 해적들은 수준도 다르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구식 흉기로 무장하고 주로 저속의 소형 화물선, 어선을 목표로 하는 해적이 있다. 그러나 경계 대상인 해적은 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기업형 조직이다.
영국 BBC의 분석에 따르면 이 해적 조직은 자동소총과 유탄발사기를 휴대한 6~10명의 조직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모선을 두고 ‘볼보스’라고 불리는 소형 쾌속선을 이용해 선박에 접근한다. ‘볼보스’ 볼보 엔진을 장착한 데서 유래했다. 이 배들은 물론 경찰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 ‘졸리 로저’를 달지 않고 평범한 민간배로 위장한다. 소말리아 해적들의 경우 “불법 어로 행위를 검문한다”는 핑계로 승선한 뒤 무력으로 배를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하역 작업을 하거나 하역하고 나서 정박한 배도 해적들의 표적이 된다. 북한 ‘대홍단 호’의 경우가 이에 속하는데, 이 선박은 모가디슈 항에 입항해 화물을 하역한 뒤 앞바다에 정박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들은 당초 이 배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부족의 일원이라고 모가디슈 항구의 한 관리는 밝혔다.
해적들은 아예 총을 숨긴 채 하역 일꾼으로 위장 취업해 배를 점령하기도 한다. 2005년 유엔 식량계획(WFP)의 구호식량 수송선 ‘셈로호’가 이 방법에 당했다.
과거의 해적들은 주로 배에 선적된 화물을 노렸으나 근래엔 선원들의 몸값을 목표로 삼는다. 화물에 비해 몸값을 챙기는 것이 노력에 비해 수입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아예 배를 빼앗은 뒤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구조를 개조하며, 배 이름도 바꾸는 경우도 있다.
해적들이 활개를 치면서 국제적인 공조도 강화되고, 이들에 맞설 다양한 첨단 장비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기원전부터 이어온 ‘유구한 역사’의 해적 행위는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제부┃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후크 선장, 키드 선장, 칼리코 잭(잭 랜맨), 전설적 여자 해적인 메리 리드와 앤 보니….
문학작품이나 영화 속에서 해적의 이미지는 의적(義賊)에 가깝다. 해적은 이 작품들 속에서 낭만과 고독을 즐기고, 용감한 바다 사나이이며, 사회적 규제를 깨는 자유인으로 그려진다. 한 잔의 럼주와 어여쁜 여인, 보물선 등은 해적의 이미지를 더 낭만적으로 만든다. 오죽하면 지금도 해적 이야기를 다룬 책, 영화가 인기일까.
그러나 현실에서 만나는 해적은 다르다. 그들은 선박을 습격해 물건을 약탈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바다 위의 날강도’다.
최근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인이 탄 선박 등이 잇달아 해적의 습격을 받으면서 새삼스레 해적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적의 상징인 ‘졸리 로저’(해골 깃발) 대신 이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21세기 해적’,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적 행위, 다시 활개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전 세계 5대양 곳곳에서 신고되는 해적 행위는 연평균 300여 건이다. 지난 수년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해적들이 활개 치면서 다시 해적의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IMB의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발생한 해적 사건은 모두 198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4건에 비해 14% 증가한 것이다. 특히 7~9월 3개월 동안 72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47건)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납치된 선박만 15척이며, 약탈뿐 아니라 선원 63명이 억류됐고 이중 3명은 살해당했다.
해적이 가장 많이 출몰한 곳은 전통적인 해적 소굴로 유명한 말라카 해협이다. 말라카 해협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사이, 즉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핵심 요충지다. 해마다 5만여 척 이상의 화물선이 오가는 데다 폭도 좁고 수심도 비교적 얕다. 해적들에겐 시쳇말로 ‘물 좋은 곳’이다. 이곳에선 올 들어 40건이 일어났는데, 지난해 37건에 비해 다소 줄었다.
이외에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연해와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에콰도르 주변 해역도 해적들의 주요 활동무대다.
‘캐러비안의 해적3-세상의 끝에서’
우리나라와도 악연이 깊은 곳이다. 이곳에선 9월 말까지 26건의 해적 습격이 일어났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8건인 것에 비하면 3배가 넘는다. IMB 측은 “지난 2주 동안 선박 나포 미수사건이 5차례나 벌어질 정도”라고 밝혔다.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선박이 많이 습격당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인 선원 2명을 실은 일본 선적 ‘골든모리 호’가 공격받았으며, 30일에는 북한 선적 ‘대홍단 호’가 습격당했다. ‘대홍단 호’는 미국 구축함 제임스 E. 윌리엄스호의 지원과 과감하게 해적에 맞선 북한 선원들의 노력으로 해적을 제압,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피랍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마부노호도 이곳에서 당했다. 마부노호는 지난 5월 납치돼, 한국인 선장 한석호씨 등 4명을 포함한 20여 명이 지금까지도 억류 중이다. 지난해 4월 동원수산 소속 원양어선이 납치·억류당했다가 4개월 만에 풀려난 곳도 소말리아다.
포텐갈 무쿤단 IMB 사무총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적들의 활동으로 소말리아 해역의 안전이 위험한 상태”라고 단언한다. 비정부단체인 ‘동아프리카 항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앤드루 므완구라는 로이터통신에 “소말리아에는 ‘잘 조직된’ 5개의 해적 그룹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이 창궐하는 것은 오랜 내전과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으로 공권력이 해적 활동을 잠재우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지역 군벌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해적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IMB의 분석가인 사이러스 모디는 “무엇보다 정치적 불안정이 해적들에게 무법지대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해적, 바다의 무법자 5대양 구석구석을 누비는 해적들은 수준도 다르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구식 흉기로 무장하고 주로 저속의 소형 화물선, 어선을 목표로 하는 해적이 있다. 그러나 경계 대상인 해적은 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기업형 조직이다.
소말리아 인근의 해적들.
해적들은 아예 총을 숨긴 채 하역 일꾼으로 위장 취업해 배를 점령하기도 한다. 2005년 유엔 식량계획(WFP)의 구호식량 수송선 ‘셈로호’가 이 방법에 당했다.
과거의 해적들은 주로 배에 선적된 화물을 노렸으나 근래엔 선원들의 몸값을 목표로 삼는다. 화물에 비해 몸값을 챙기는 것이 노력에 비해 수입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아예 배를 빼앗은 뒤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구조를 개조하며, 배 이름도 바꾸는 경우도 있다.
해적들이 활개를 치면서 국제적인 공조도 강화되고, 이들에 맞설 다양한 첨단 장비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기원전부터 이어온 ‘유구한 역사’의 해적 행위는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제부┃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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