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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 퇴치 현장을 가다] (상) 바레인 연합해군사·청해부대 강감

은바리라이프 2011. 2. 1. 16:07

[소말리아 해적 퇴치 현장을 가다] (상) 바레인 연합해군사·청해부대 강감찬함 르포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출몰이 폭증하는 추세다. 2004년 10건에서 지난해 217건이 발생했다. 47척이 납치됐다. 올해 들어서도 26척이 납치돼 300여명의 선원이 소말리아 해적 본거지로 끌려갔다. 지난 4월에는 한국인 선원 5명을 태운 삼호 드림호가 납치됐지만 아직까지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해적 출몰이 심각한 국제 문제로 떠오르면서 해적 소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을 채택해 군사력 사용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바레인에 연합해군사령부(CMF)가 설치됐고, 아덴 만 인근에서는 지부티 항과 오만 살랄라 항을 근거지로 각국에서 파견된 초계기와 함정들이 해적 소탕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인했다. 그리고 용맹했다. 폭염 속 장병들의 거친 피부도 믿음직하게만 보였다.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해적 퇴치 활동의 국제공조 현장을 직접 답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빠듯한 일정 탓에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음식은 물론이고 언어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사람이 있었고, 열정과 땀이 배어 있었다. 역내 해상 안보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엿보였다. 바레인에서도, 아덴 만에서도, 멀리 떨어진 싱가포르에서도 해적 소탕을 위한 국제공조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기지 내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 건물. 미 중부지역 해군 사령부, 해적퇴치를 위한 연합해군사령부가 함께 있다. 5함대 사령관이 중부지역 해군사령관, 연합해군사령관을 겸직한다.

◆대해적 작전 본부, 연합해군사(CMF)=
렌트한 승용차에 올라타 새벽녘 어스름을 뚫고 바레인 동쪽에 있는 미 제5함대 사령부 건물 앞 초소에 도착했다. VIP 카드를 붙였어도 수차례 신분 확인이 계속됐다. 동행했던 파견장교인 이선안 소령이 미안한 듯 “미군 쪽에서는 이 지역이 전쟁지역으로 분류된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경계가 삼엄하다는 의미다. 사령부 건물 앞을 지나 부대 내 복잡한 도로를 몇 차례 돌아 목적지인 연합해군사 작전조정센터(CMF/CCC) 건물에 도착했다. 다시 한 차례 검색을 받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복도를 따라 9.9∼13.2㎡(3∼4평) 남짓 넓이의 사무실이 차례로 이어졌다. 사무실마다 걸려 있는 국기들이 인상적이었다. 24개국 파견 장교들이 자국 초계기나 함정들과 작전을 조정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짜여진 대해적 작전과 정보가 실제 아덴 만에서 활동 중인 함정들에게 전달된다. 이른바 작전통제다.

연합해군사령부 작전조정센터(CMF/CCC) 건물 안에 있는 1층 회의실 한쪽에 걸려 있는 다군적 해군의 작전지역 전도. 노란색 실선 왼쪽 부분이 작전지역이다.

오전 10시. 복도 한쪽에 있는 회의실에서 강한 톤의 영어가 새어 나왔다. 고성이 오갔다. 얼핏 듣기에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듯했다. 에이스(ACE) 미팅 시간이다. 소말리아 동부와 북부 해안의 초계비행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공유하고, 초계비행 일정을 각국이 조정한다. 매일 열린다. 참석했던 한 외국군 장교는 비행기 운용을 어디서, 어떻게, 어느 나라가 하느냐를 놓고 항상 싸운다고 전했다. 초계기가 없는 나라도 있다. 다국적군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작전계획 장교인 덴마크 출신 클라우스 윈놀트 중령은 “연합해군사는 작전을 입안하는 곳이어서 주로 작전장교들이 많이 파견된다”면서 “처음에 와서는 서로 다른 생활 습관과 언어 문제로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다.

지부티 항에 정박 중인 강감참함.

◆지부티에 정박 중인 강감찬함=
“이곳은 전쟁터지요.” 지부티 공항에서부터 동승한 신상열 중령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차장 밖 풍경을 봤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신 중령은 청해부대 협조장교다. 홍해 입구에 위치한 지부티는 전략적 요충지인 탓에 인구 80만명도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외국군 주둔 병력만 8000여명에 이른다. 해적 소탕 활동을 벌이는 각국 군함들도 수시로 정박한다. 일본 초계기 운용 부대도 이곳에 있다. 군인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고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43도나 되는 날씨도 부담스럽기만 했다. 

지부티 항으로 들어가니 멀리서 태극기가 선명한 청해부대 4진, 강감찬함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덴 만에서 선박 호송 작전을 수행 중인 강감찬함은 3주마다 한 번씩 2박3일간 군수품 보급차 항구에 정박한다. 특히 강감찬함은 다국적군 연합해군 함대를 지휘하는 기함 역할을 한다. 이범림 준장이 연합해군사 대해적 작전 부대인 CTF-151의 사령관이다. 터키, 영국, 미국 등의 군함 4척을 지휘한다. 외국군 참모 11명도 함께 머무르고 있다. 박세길 함장은 “한국 군함이 해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상선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며 “일본 함정 호송 중에 낙오된 한국 상선을 청해부대가 인근의 다른 군함에 인계토록 조치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군함이 정박하면 바빠지는 사람은 따로 있다. 보급담당 임수정 하사다. 지부티 신 중령과 함께 보급품 조달에 머리를 싸맨다. 쌀은 한국에서 20t을 가져 왔다. 180일을 버틸 수있다. 야채와 육류, 과일은 현지에서 구한다. 물품을 선적하고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2박3일이 지나면 녹초가 된다. 강감찬함에서의 하룻밤은 특별했다. 취재기간 중 어떤 숙소보다도 훌륭했다.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룸메이트는 UDT 출신 검문검색대장 강국연 소령이었다. 강 대장은 “지역 해상안보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크지만, 군인으로서 이렇게 실전에 한 번 투입되는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청해부대 파병의 의의를 설명했다.

강감찬 함에서 바라본 현문. 현문은 군함이 정박했을 때 설치되는 일종의 출입문이다. 총을 든 경계병이 출입인원을 통제한다.

◆소말리아 해적정보 공유센터 설립을 돕는다=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해적 퇴치 정보공유 센터(ReCAAP ISC)는 최근 소말리아 해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 해안 국가들이 정보센터를 설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르캅은 믈라카 해협 해적 퇴치의 숨은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역에서 해적이 출몰하면 센터를 통해 17개 회원국으로 즉시 통보돼 주변국 해경과 해군이 추적해 소탕한다. 이런 노하우를 아프리카 연안국에 전달하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 파견 직원인 마쓰요시 신이치로 차장은 “해적 퇴치는 한 나라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넓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국제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바레인·지부티·싱가포르=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