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신드롬..왜 지금 복수극인가
머니투데이 | 전형화 기자 | 입력 2010.08.27 19:14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대구
[머니투데이 전형화기자][한국 극장가 달구는 복수영화의 사회심리학...]
아내를 잃고 억울한 누명을 당한 남자가 부유한 사람들의 목을 벤다. 그리고 그 시체를 고기 파이로 만들자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 개봉한 잔혹한 복수영화들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1846년 만들어진 영국 잔혹물 시리즈 '스트링 오브 펄스'에 등장하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 전설이다.
잔혹하면서도 슬픈 이 복수극은 1936년에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1959년 발레로, 다시 1979년에는 뮤지컬로 제작됐다. 2007년에는 팀 버튼이 메가폰을 잡아 한 차례 더 영화로 만들어져 주인공 조니 뎁에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복수는 시대를 반영한다. 복수가 주는 쾌감은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스위니 토드 전설은 자본주의가 발아됐던 시절 런던의 어두운 풍경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돈과 권력에 희생당한 소시민의 복수극. 이 전설이 대공황으로 사람들이 고통 받던 1930년대에, 그리고 68혁명이 실패로 끝난 19070년대에, 신자유주의로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던 2007년에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 여름 한국 극장가에 잔혹복수극이 뜨겁게 달구고 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아저씨'가 26일까지 393만 6798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개봉한 '악마를 보았다' 역시 26일까지 138만 4835명을 동원했다.
'아저씨'는 옆집 소녀가 마약상인에 납치되자 되찾으려 하는 내용이며, '악마를 보았다'는 연쇄살인범에 약혼녀를 잃은 국정요원의 복수극이다. '아저씨'는 원빈을 내세운 판타지 액션물이며, '악마를 보았다'는 리얼을 전제로 한 잔혹극이지만 사적인 복수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9월2일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개봉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남편과 시동생, 시어머니에 학대를 당하면서도 소처럼 일하던 여인이 딸을 잃자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학대 받는 여인이 통쾌한 복수를 하는 모습에 칸에선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왜 지금 한국에서 복수극인가?
복수에 대한 성찰보단 복수에 의한 쾌감이 볼거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최근 잔혹복수극은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아동 성범죄나 납치 살인 등 강력범죄가 만연한 요즘 세태가 창작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 제작사 페퍼민트컴퍼니 김현우 대표는 "이 영화를 기획할 당시에도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제도권이 제대로 된 단죄를 못했다는 사회적 불만이 창작자를 자극하면서 복수 테마가 연이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의 추억' '그 놈 목소리' 등 과거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결론을 내지 못한 현실의 안타까운 반영이라면, '추격자'를 시작으로 점차 스릴러가 복수극의 형태를 보이는 것도 영화를 통한 사적인 복수를 꿈꾸는 현실의 반영이다.
관객들도 잔혹한 사건을 자주 접하면서 점차 내성이 강해지는 것도 이런 복수극 등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센 표현에 무뎌지면서 잔혹한 묘사, 설정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들의 표현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는 것도 창작자들이 무의식적으로 관객들의 이런 변화를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회가 좀 더 밝아지면 복수극이 사라질까? 관객에게 외면 받아 제작이 어려워질 순 있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복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의 것인 복수를, 나의 것으로 꿈꾸는 건, 신을 닮으려는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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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이야기는 1846년 만들어진 영국 잔혹물 시리즈 '스트링 오브 펄스'에 등장하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 전설이다.
잔혹하면서도 슬픈 이 복수극은 1936년에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1959년 발레로, 다시 1979년에는 뮤지컬로 제작됐다. 2007년에는 팀 버튼이 메가폰을 잡아 한 차례 더 영화로 만들어져 주인공 조니 뎁에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복수는 시대를 반영한다. 복수가 주는 쾌감은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스위니 토드 전설은 자본주의가 발아됐던 시절 런던의 어두운 풍경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돈과 권력에 희생당한 소시민의 복수극. 이 전설이 대공황으로 사람들이 고통 받던 1930년대에, 그리고 68혁명이 실패로 끝난 19070년대에, 신자유주의로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던 2007년에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 여름 한국 극장가에 잔혹복수극이 뜨겁게 달구고 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아저씨'가 26일까지 393만 6798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개봉한 '악마를 보았다' 역시 26일까지 138만 4835명을 동원했다.
'아저씨'는 옆집 소녀가 마약상인에 납치되자 되찾으려 하는 내용이며, '악마를 보았다'는 연쇄살인범에 약혼녀를 잃은 국정요원의 복수극이다. '아저씨'는 원빈을 내세운 판타지 액션물이며, '악마를 보았다'는 리얼을 전제로 한 잔혹극이지만 사적인 복수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9월2일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개봉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남편과 시동생, 시어머니에 학대를 당하면서도 소처럼 일하던 여인이 딸을 잃자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학대 받는 여인이 통쾌한 복수를 하는 모습에 칸에선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왜 지금 한국에서 복수극인가?
복수에 대한 성찰보단 복수에 의한 쾌감이 볼거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최근 잔혹복수극은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아동 성범죄나 납치 살인 등 강력범죄가 만연한 요즘 세태가 창작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 제작사 페퍼민트컴퍼니 김현우 대표는 "이 영화를 기획할 당시에도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제도권이 제대로 된 단죄를 못했다는 사회적 불만이 창작자를 자극하면서 복수 테마가 연이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의 추억' '그 놈 목소리' 등 과거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결론을 내지 못한 현실의 안타까운 반영이라면, '추격자'를 시작으로 점차 스릴러가 복수극의 형태를 보이는 것도 영화를 통한 사적인 복수를 꿈꾸는 현실의 반영이다.
관객들도 잔혹한 사건을 자주 접하면서 점차 내성이 강해지는 것도 이런 복수극 등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센 표현에 무뎌지면서 잔혹한 묘사, 설정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들의 표현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는 것도 창작자들이 무의식적으로 관객들의 이런 변화를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회가 좀 더 밝아지면 복수극이 사라질까? 관객에게 외면 받아 제작이 어려워질 순 있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복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의 것인 복수를, 나의 것으로 꿈꾸는 건, 신을 닮으려는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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